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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비즈니스’ ESG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조계완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선임기자
 

   
▲ 2023년 5월 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데는 칩의 높은 전력 효율로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ESG 지표가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시대에 들어섰다.

2023년 5월 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날개를 달고 ‘시가총액 1조달러 클럽’에 들어갔다. 엔비디아가 80% 이상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개발에서 필수 소프트웨어다. 이 칩의 높은 전력 효율도 시총 1조달러 돌파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의 심장인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전력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품인데, 전력 생산을 줄이도록 돕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모범 기업으로 평가받아 앞으로 투자자금이 집중되리라는 기대가 반영된 셈이다. ESG 분야로 돈이 몰려드는 이른바 ‘그린러시’(Green Rush) 현상의 한 사례다.
어느 기업이나 산업이든 투자·대출·합작에 걸쳐 ESG 지표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시대에 들어섰다. 여기저기 흩어진 돈을 한곳에 집적시킨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주식·채권 가격을 지배하는 펀드들이 가장 먼저 ‘높은 ESG 투자수익률’을 감지했다. 2020년에만 글로벌 ES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금 750억달러가 유입됐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SG 관련 ETF는 벌써 30~40개에 이른다. 2021년 ESG 부문에 투자하는 ETF에 1조원 정도 유입됐고, 2023년에는 4월까지 채권을 중심으로 970억원이 순유입됐다. ESG 관련 기업 종목들이 ‘지속가능한 초과수익’을 보장해주리라는 기대가 자금 유입의 원동력이다.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펀드에 편입되고 낮은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기존 투자금이 철회되는 처지에 놓이자, 기업에 ESG 경영 진단·자문 컨설팅을 하는 시장에서도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ESG 자체가 돈이 되는 ‘또 하나의 비즈니스’로 부상한 셈인데, 국내 로펌과 회계법인마다 ESG평가센터 같은 ESG 솔루션 전담조직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ESG 시대’를 맞아 바야흐로 기업-금융-투자자문업계가 삼각 축을 이뤄 ESG 창출 이익을 좇는 금융비즈니스 동학이 관철되는 양상이다. 사회책임투자(SRI)가 사회·윤리·공익을 비중 있게 고려한다면 코로나19 이후 ESG 투자 열풍은, 추구하는 목적이 유사하더라도 금융세계의 현실 풍경은 이처럼 사뭇 다르다. 무늬만 그럴듯한 ‘그린워싱’(가짜 친환경)이 범람하고, 전 지구적인 친환경 목표에서조차 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금융 수익률)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본성이 ESG 초기 세태를 지배하는 셈이다.
경제학(Economics)과 생태학(Ecology)의 그리스어 어근은 모두 ‘집’을 뜻하는 오이코스(Oikos)다. ESG는 우리의 집인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둘러싼 문명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계·기업·정부 같은 경제주체든 경제분석가든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채 이것을 사회·인류의 몫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 미국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2010년에 “경제전문가들이 갑자기 지구와 생태계에 관심 갖게 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현실 경제의 디엔에이(DNA)에 새겨넣으려면 경제 분야 자체에 사회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을 시장에서 관련 상품가격에 내부화하거나 기술 발전으로 또는 경제성장률 희생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업·금융·투자영역에서 선택과 행동 같은 경제생활의 가장 핵심적 측면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은 ESG 생태계조차 자본주의 시장 생태계 안에 고스란히 포섭되는 듯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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