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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반격
[편집장 편지]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편집장

   
 

21세기 들어 일하는 사람들의 설 자리는 끊임없이 줄어들었다. 이윤 극대화를 꾀하는 기업은 꾸준히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겼고, 자본은 기업 인수·합병을 되풀이해 구조조정을 일상화했다. 그런데도 조직력이 떨어진 노동조합은 정부와 기업의 거침없는 노동 탄압에 무기력했고, 기술 발전은 시스템과 기계에 밀려 일터에서 퇴출당하는 노동자를 양산했다.
번듯한 정규직의 급속한 축소는 일자리 안정성은 물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게다가 ‘똑똑한 인공지능(AI)’으로 불리는 생성형 AI가 선보인 놀라운 위력은 정신노동 영역의 일자리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우려를 한층 키운다. 공장 자동화라는 혁신이 많은 제품 생산 일자리를 빼앗아간 것처럼. 노동력 외에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 먹고살기가 한층 힘들어지리라는 우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주요 선진국의 고용 상황을 보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실업률이 빠르게 개선됐다. 일본 2%대, 미국 3%대, 유로존 6%대다. 미국은 거의 60년, 유럽은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나라별 격차가 있지만 ‘이론적 완전고용’ 상태로 수렴해간다. 곳곳에서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가장 분명한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의 ‘노동 인생 졸업’이다. 은퇴할 나이가 지나고도 일터에 머물렀던 나이 든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코로나19 이후 젊은층 중심의 일과 삶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니 일자리가 남아돈다. 당연히 임금이 오르고, 나쁜 일자리는 외면당한다. 기업이 아니라 사람이 선택권을 행사하는 역학관계 전환도 일어난다.
갓 노동시장에 진입한 Z세대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상황이다. 퇴출 우려 없이 더 적은 노동시간, 더 긴 휴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요구해도 된다.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따라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자유를 누릴 환경이 조성됐다. 몇십 년 동안 자본의 공세에 맥을 추지 못한 노동의 예상치 못한 반격이다. 그 원동력은 20세기에나 보았던 노동자의 단결투쟁이 아니라 인구감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노동계에 연일 ‘쇠망치’를 내리치는 한국은 딴 세상이다. 급증하는 비정규 노동이 일하는 청년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고, 그 부모는 정년이 지나도 좀처럼 일손을 놓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구감소의 영향이 본격화하면 이들 선진국과 같은 양상이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베이비붐 1·2세대(1955~1974년생)의 나이는 서구보다 10살 정도 어리다.
이번호에선 갈수록 악화하는 미-중 대립의 중간지대에서 끈끈하게 얽혀 살아가는 두 나라 국민의 모습도 살펴봤다. 자동차의 표준을 꿰찬 전기차의 배터리 시장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일본이 벌이는 퇴로 없는 전쟁 또한 놓칠 수 없는 읽을거리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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