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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상과 조금 다른 K콘텐츠산업 성공 이야기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58호] 2023년 06월 01일 (목) 홍민기 redmk@acrossbook.com

홍민기 어크로스 편집부 대리

   
 


<한류 외전>
김윤지 지음ㅣ어크로스 | 1만8800원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신인 아이돌 그룹 피프티피프티가 같은 차트 4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영화 <기생충〉과 배우 윤여정이 받은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오스카상이 청룡영화상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했는데, 이제는 빌보드가 멜론 차트같이 보인다는 농담이 떠돈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우리가 잘한 거야, 세계가 이상한 거야?”
<한류 외전>은 지난 30여 년 동안 케이(K)컬처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한국인의 끼와 흥, 한, 성실함 그리고 김치에 이르기까지 K콘텐츠의 성공을 설명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사의 맥락에서 한류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류를 한국이 뜻하지 않게 획득한 ‘보너스’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물론 보너스치고는 지나치게 수익이 크다). 대체로 산업 자체보다 각각의 작품이 어떤 강점을 가졌는지에 현미경을 들이대곤 했다.
문화산업 연구자 김윤지는 개별 작품의 성공 요인보다는 성공을 지속할 수 있었던 역량 축적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한류를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 힘들고, 새로운 성공 이야기를 써나가려면 지금의 K컬처산업을 만든 토양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되지 않은 성공
저자는 한류를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고 부른다. 한류를 기획한 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업, 정부, 기술 발전, 경제위기 등 여러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K컬처산업의 성공을 이끌었다. 저자는 한류가 만들어진 과정을 9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정리한다. 그 안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순간이 존재한다.
한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덮치자 동아시아 나라들은 값비싼 일본 드라마를 수입하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일본 드라마 10분의 1이지만 퀄리티는 뒤지지 않는 한국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민주화 이후 자유로운 제작 환경으로 한국 드라마는 질적 도약을 이룬 상태였다. 대체품으로 동아시아에 수출된 한국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등으로 성공 계보를 이어갔다.
한류는 또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역동성 속에서 성장했다. 1990년대 행사 수익과 10대 팬덤 위주로 개편된 가요계에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다. 호황도 잠시, 엠피스리(MP3) 확산에 따른 음반시장 축소와 과열된 경쟁 때문에 가요 기획사들은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동아시아를 타깃으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기획했고, 카라와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 북미와 유럽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주먹구구식 업계 관행을 개선한 산업화도 성공 요인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영화계에서는 자본조달이 큰 문제였다. 극장 사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진출하면서 영화 제작을 위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은 실력 있는 국내 충무로 제작자와 손잡고 뛰어난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었다. 또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면서 복마전 같았던 과거 영화계의 제작과 정산 과정을 투명하게 바꿨다.

팬덤 기관차
K컬처산업은 콘텐츠뿐 아니라 열성적 팬들의 집단인 팬덤도 세계로 수출했다. 한국의 팬덤문화가 퍼진 덕분에 미국 아미들은 BTS 노래를 틀어달라고 미국 라디오 방송사에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 있었다. 자발적으로 자막을 만드는 팬들 덕분에 북미와 유럽에서 한류 드라마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기술 발전이 팬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개방된 세계에서 팬들은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런 모든 현상을 종합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자율성, 역동성, 산업화 그리고 개방성이 문화산업 성공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설계되지 않은 성공을 ‘준비된 성공’으로 바꾸는 비밀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인사이트 책꽂이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위엔위엔 앙 지음 |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만원
흔히 부패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중국 정치 경제와 글로벌 영향력 연구 분야 권위자인 저자는 이런 일반론과 달리 중국이 광범위한 부패에도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배경을 파헤친다. 그는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보여줄 새 부패지수를 개발하고, 중국 관리 심층 분석 등을 통해 사회·경제에 독이 되는 부패와 단기적 성장 동력이 되는 부패를 구분한다.
 

   
 

불평등에 맞서는 반주류 경제학
로버트 폴린, 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 한승동 옮김
메디치미디어 | 4만원
신자유주의적 주류 경제학에 맞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경제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좌파경제학자 24명의 이야기다. 미국 애머스트대학 정치경제연구소(PERI) 경제학자, 이들과 교류해온 장하준 등 세계 진보경제학자들이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진보적 경제철학을 갖고 연구해온 이유, 개인적 체험, 다양한 논쟁과 연구 성과를 담았다.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만2천원
‘효율적 이타주의’ 운동으로 자선사업과 기부문화에 혁신을 일으킨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저자가 ‘장기주의’(Longtermism) 철학을 바탕으로 낙관적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와 당장 해야 할 일을 살펴본다. 장기주의는 미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세계의 운명이 우리가 지금 하는 선택에 달렸다는 믿음이다.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마크 레빈슨 지음 | 최준영 옮김 | 페이지2북스 | 2만원
경제학자 겸 역사가인 저자는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세계화의 이면에 집중해 지난 200년 동안 세계화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고 세계화를 바라보는 새 시각을 제공한다. 세계화는 일직선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컨테이너 상자의 흐름이 중심이던 지난 세 차례 세계화와 달리 앞으로 세계경제를 더욱 긴밀하게 결속하는 것은 아이디어와 서비스의 흐름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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