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생산성 향상 효과 뚜렷, 노동공동체 관리 관건
[TREND] 프랑스 주4일노동제 확산
[157호] 2023년 05월 01일 (월) 사빈 제르맹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주4일노동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주4일제를 잘 활용하면 노동자뿐 아니라 회사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사빈 제르맹 Sabine Germa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6월 프랑스 니스의 아동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들이 어린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주4일 노동을 하면 아이들 병원 예약이나 세탁기 수리 신청 등 집안일을 처리하기 한결 쉬워진다. REUTERS

“확신한다. 주4일제는 노동의 미래다.” 첨단기술제품 유통회사 엘데엘쎄(LDLC)를 설립한 로랑 드 라 클레르즈리 회장은 지난 2년간 실험한 주4일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주4일제 도입을 처음 생각한 것은 2019년이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의 주4일제 실험에서 생산성이 40%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빠르게 계산기를 두들겨봤다. 일하는 날을 하루 줄이고 1일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일주일 노동시간을 32시간으로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전체 노동력을 9% 늘려야 했다. 유통업체의 업무 특성상 생산력 향상 효과는 크지 않을 것(5% 정도)이라고 예상했다. 사람을 더 채용해야 했다. 계산해보니 추가 인건비로 100만유로(약 14억5천만원) 정도 필요했다. 회사 연간 실적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래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계산은 완전히 어긋났다. 실제 회사 매출액은 2년 만에 36% 증가했다. 그동안 직원수(1천 명)와 임금은 변하지 않았다. 비결은? “첫째는 신뢰”라고 이 회사 회장은 말한다. “각 부서가 자율로 인력을 배치하고 필요하면 채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복지였다. “일주일에 사흘 쉴 수 있으면 삶이 완전히 바뀐다. 평소 시간이 없어 미루던 일을 주중에 모두 해치울 수 있다. 주말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된다.”

32시간 또는 39시간 근무
일하는 나흘 동안 업무량은 자연히 늘어났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제 아이들 병원 예약이나 고장 난 세탁기 따위에 신경 쏟지 않아도 된다. 오늘날 노동자가 겪는 진짜 문제는 스트레스와 초연결성에서 비롯됐다. 주4일제의 손익을 수학으로 계산할 수 없다. 직원들이 일하는 시간은 전보다 늘었다. 다만 더 편하게 일할 뿐이다.” 2년 동안 산업재해와 병가, 결근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그 증거다. 이직률도 2019년 11%(유통업체치고 낮은 편)에서 2022년 2%로 줄었다.
주4일제를 도입한 또 다른 회사로 보험회사 ‘뮈튀엘 뒤 솔레유’(Mutuelle du soleil)가 있다. 전체 직원이 250명인 이 회사에서는 2023년 1월1일부터 영업직은 재택근무 없이 주 32시간, 관리직은 50% 재택근무로 주 35시간 일한다. 사무직은 이전에 주 5일 37시간 일하고 10일의 RTT(주 35시간을 초과해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받는 유급휴가)를 받았다. 지금은 주 4일 35시간 일하고 RTT는 없다. 전체 노동시간이 2% 줄어든 셈이다. 클로드 르블루아 최고경영자는 주당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 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연구소’(ORSE)의 리디 르코르베 노동사회사업총괄은 “주4일제를 도입하면 원격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사이의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 숙박업, 요식업, 제조업은 영업 특성상 노동시간에 제약이 많다. 그래서 직업 매력도가 떨어진다. 이상하게 주4일제 실험은 보험이나 컨설팅 분야에서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로 한다”고 말했다. 실험 방식도 소극적이다. 예를 들어 회계자문업체 프랑스 KPMG에서 주4일노동(임금 100%, 노동시간 80%로 감축)은 아이가 생긴 직원에 한해 최대 6개월 신청할 수 있다.
자문업체 악상튀르(Accenture)는 ‘유연근무제 시행’의 2022년 3월 단체협약에 따라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이 39시간이고, 업무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10시간, 하루는 9시간 일해야 한다. 그런데도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과 프랑스기독노동자연맹(CFTC), 프랑스전문관리직총동맹(CFE-CGC)은 모두 이 협약을 비준했다. 다만 다음과 같이 유보조항을 달았다. “유연근무제가 노동자 권리를 약화해서는 안 된다. 일부 노동자는 ‘휴일’을 늘리려 합리적 수준을 넘어 일하려고 한다. 그러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협약 논의 자리에서 언급했듯이 하루 노동이 1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 2023년 4월12일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의 중심 도시 렌 부근에 있는 장난감 제조업체에서 2024년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의 마스코트 ‘프리주’ 인형을 만들고 있다. 프랑스에선 최근 주4일노동제가 확산하고 있다. REUTERS

기업 홍보 수단
제롬 슈맹 민주노동연맹 노조대표위원은 이 협약을 체결한 조건을 강조한다. 유지기간 3년, 감시위원회 설치가 조건이다. 그는 “이들 조건이 아니었다면 비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 발효 전 직원 351명에게 주4일제를 실험했다. 실험 참여에 자원한 사람은 전체의 절반(정확히 172명)밖에 되지 않았다. 제롬 슈맹은 “주4일 노동보다 주5일 재택근무에 직원들의 관심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공기관도 그와 비슷하게 주4일 유연노동제를 도입했다. 국가노령보험공단(CNAV)과 사회보험료징수공단(URSSAF) 피카르디지부, 에퀼리 시청이 대표적이다. 에퀼리 시청(주민 1만8천 명)에는 5일치 업무를 4일에 몰아서 하고 하루를 통째로 쉬려는 직원이 많았다. 시청은 35시간을 4.5일에 나눠 하는 방향으로 노동제를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리디 르코르베는 회의적이다. “영국이나 벨기에, 아이슬란드, 뉴질랜드는 주4일제를 도입하기 전 노동시간과 업무량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다.”
그런 고민이 없으면 주4일제는 회사의 매력을 높이려는 기업의 홍보 수단에 그치고 만다. 채용자문업체 칼몽파트너스(Calmon Partners)를 설립한 클로드 칼몽은 “일자리 지원자가 일과 삶의 균형에 점점 더 민감해한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 시행 방식도 중요해졌다. “주4일제는 재택근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경영 방식이 뒷받침돼야 한다.”(클로드 칼몽) 직원 관리가 전부가 아니다. 이제는 어떻게 노동공동체를 만들어 잘 이끌지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공동체 관리(Community Management)다.”(리디 르코르베)

효율적 사무실 활용
사무실 활용 방식 역시 새롭게 바꿔야 한다. 직업단체 이데(IDET)의 라티파 아쿠 협회장은 말했다. “재택근무 시행 이후 수요일과 금요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이 크게 줄었다. 주4일제로 출근자가 몰리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생길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사무실 이용 흐름을 계산해야 한다. 유연근무제에 쓰이는 사무실은 한 사람당 배정된 책상이 0.7~0.8개다.” 주4일제로 사무실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제약업체 입센(IPSEN)은 금요일에 관리부 사무실을 열지 않기로 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른 사례로 제조업체 이프레마(YPREMA)는 주4일제로 생산기기 사용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건축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이 회사는 벌써 25년째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계가 계속 돌아갈 수 있게 전 직원이 두 가지 직무역량을 익히도록 했다. 직원들이 짝을 이뤄 일하므로 기계는 39시간이 아니라 44시간 돌릴 수 있다. 클로드 프리장 사장은 “주4일제를 시행한 뒤 1년에 한 달치 생산량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직원은 현재 81명이다. 보나방튀르 탕귀 뤼제코 센터장은 “기계가 많이 일하고 사람은 적게 일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주4일제 이전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4월호(제433호)
La semaine de 4 jours revient en ordre dispersé
번역 최혜민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빈 제르맹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대표전화번호 : 02-710-0201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