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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물가, 더딘 임금인상… 정부 긴축 맞서 장기 파업
[ISSUE] 영국인들은 왜 분노하는가
[157호] 2023년 05월 01일 (월) 카트린 마티외 economyinsight@hani.co.kr

 
카트린 마티외 Cathrine Mathieu
프랑스경제전망연구소(OFCE) 분석예측부 경제학자
 

   
▲ 2023년 2월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칼리지병원 앞에서 국민건강서비스(NHS) 간호사들이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영국에서 파업이 1년 넘게 식을 줄 모른다. 철도운송 노조에서 시작한 파업이 우체국, 교육, 보건의료 등 공공부문 전반으로 번졌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다. 영국에선 물가상승률이 10%대로 치솟아 노동자 구매력이 떨어졌다. 일부는 2010년부터 이어지는 보수정부의 긴축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파업에 참여한 산업 부문 대부분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초부터 노사협상을 계속했다. 협상을 시작했을 때 연간 물가상승률이 5% 수준이었다. 임금협상은 이를 토대로 명목임금을 최소 5% 올려 구매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진행했다. 노동자들의 다른 요구는 근로조건 개선과 일자리 보장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영업활동을 중단한 철도업계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매표창구를 줄이고 자동발매기를 놓는 등 중기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재정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국민건강서비스(NHS) 노동자들이 감염병 대응 최전방에서 2년 넘게 이어지던 복무를 마치면서 임금 정상화를 요구했다. 국민건강서비스 부문은 코로나19 위기가 터지기 전에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국 공공부문 임금은 만성적 예산 부족으로 벌써 몇 년째 인상 속도가 민간부문에 뒤처졌다.
보리스 존슨 정부는 2019년 총선에서 국민건강서비스 수준 정상화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공공의료기관을 새로 짓고 간호사를 5만 명 채용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초 기준 영국 간호 인력은 2019년 말 대비 3만3천 명 늘었다. 국민건강서비스 부문 인력부족률은 1년 만에 1%포인트 늘어 12%에 육박한다. 국민건강서비스는 채용을 늘리지도 서비스 제공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 충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연이어 오르면서 영국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다. 2022년 7월에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0.1%로 치솟았다. 영국 정부는 ‘요금 방패’(프랑스가 시행한 요금 인상률 제한) 같은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 결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스와 원유 가격이 그대로 가계 청구서에 반영됐다. 게다가 2022년 4월에는 가스와 전기 공급업체가 가격을 54% 올렸다. 같은 해 10월 다시 80% 인상을 예고했지만 올리지는 않았다. 영국 가계의 연평균 에너지 부담은 1277파운드에서 3549파운드(약 580만원)로 껑충 뛰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계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영국 정부는 1년간 240억파운드(약 39조4천억원) 규모의 긴급 대응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5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조치로 영국 국민이 모두 400파운드씩 지원받았다. 정부생활지원금 수혜 대상인 800만 저소득 가구는 650파운드를 받고 지방세 150파운드를 감면받았다.
이 정책은 생활이 어려운 가계를 집중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요금 방패와 달리 물가상승을 막지 못한다. 2022년 8월 초 영국중앙은행은 10월 물가상승률이 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고, 최대 20%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런 전망이 실제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물가 상승세는 예상대로 가팔라졌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자 노사협상에 긴장이 더해졌다. 국민건강서비스 간호사들은 임금인상률 20%를 요구했다. 물가상승률과 임금 정상화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 제시한 조건이었다. 국민건강서비스 부문 임금은 몇 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아 민간부문에 견줘 훨씬 낮다.
 

   
▲ 2023년 3월 영국 런던 4대 시장의 하나인 포트벨로 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를 고르고 있다. 최근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유로존 나라들보다 높은 10%대다. REUTERS

파업의 첫 결실
간호사, 응급차 운전노동자 등 국민건강서비스 노동자들과 정부의 협상은 몇 달간 진척되지 못했다. 2022년 10월 총리가 된 리시 수낵이 밝힌 정책 방향을 보면 그가 정통 보수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낵 정부는 공공재정 지출을 제한하고 소득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GDP 대비 공공부채율을 2022~2023년 6.1%, 2025~2026년 3%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정부는 국민건강서비스 노동자에게 (2023년 초 확정한 4% 인상에 더해) 2023~2024년 5% 임금을 인상하고 상여금 1250파운드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제안을 예산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일부는 정부 제안이 받아들일 만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사안과 관련된 노조 모두가 정부 제안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철도운송업 노조는 막 파업의 첫 결실을 보았다. 2023년 3월20일 철도해운(RMT) 노조원의 76%가 철도관리업체 네트워크레일(Network Rail)이 내놓은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년 동안 임금 9% 인상이 뼈대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은 더 높다. 다른 철도업체가 협상을 향한 첫걸음을 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2022년 여름부터 예상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짧게 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사임 전 도입한 에너지 가격 상한제가 10월1일부터 시행된 게 첫 번째 배경이다.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그의 총선 공약이었다. 사회 불만이 커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광범위한 불만은 ‘Don’t pay UK’(요금 내지 말자) 운동에서 잘 드러났다. 영국 국민은 가스와 전기 요금 인상이 멈추지 않으면 단체로 요금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운동을 벌였다. 2022년 8월 말부터 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주춤했다. 가스와 전기 공급계약에서 정하는 기준 가격이 2023년 1월 초부터 2022년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영국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을 2%로 제한하기 위해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0%에서 4%로 올렸다. 현재 물가상승률 전망은 2024년 1월 3%, 2025년 초 1%다.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엄격한 통화정책에는 경제성장 둔화라는 대가가 따른다. 영국 경제는 지금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
현재 영국 경제가 겪는 상황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브렉시트 영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영국 경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두 차례의 큰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했다. 영국 물가상승률은 10.1%로 유로존 평균(8.5%)보다 높다. 하지만 독일(9.3%)에 견줘 큰 차이가 없다. 기업 투자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업체 등이 유로존으로 영업활동을 옮기거나 일자리를 빼내가는 현상도 아직은 제한적이다.
반면 상품 수출은 여전히 둔화세를 보인다. 유럽연합(EU)뿐 아니라 다른 곳으로 하는 수출 모두 줄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인력난도 심각하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 위기 이후 채용 미달 사례가 늘어 2022년 2분기 130만 건을 기록했다. 같은 해 말 113만 건으로 조금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81만 건 수준이었다.
2022년 말 실업률은 3.7%로 코로나19 이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국제노동사무소 기준에 따라 측정한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실제 실업률보다 낮다. 고용률도 코로나19 이전보다 거의 1%포인트 낮았다. 종합하면 여러 분야에서 기업이 채용난을 겪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후 영국에서 유럽연합 출신 노동자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영국을 떠난 유럽연합 노동자를 다른 나라 노동자로 대체했다고 해도 여전히 빈자리가 많다.
2021년 점수제를 시행한 뒤 고급 전문인력의 영국 체류가 쉬워졌다. 임금이 2만5600파운드(약 4200만원)를 넘으면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다. ‘위기 직군’(노동력 부족 직군)은 그 기준이 2만600파운드로 줄었다. 유럽연합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쓰던 분야(건축, 호텔, 식당)는 위기 직군 목록 확대를 요구한다. 이민관측소는 얼마 전 건축업을 위기 직군에 넣었다. 이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존슨 전 총리가 구상한 전략이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두 전 총리는 이민자를 영국 국민으로 대체할 계획이었다.
유럽연합 관계에서 2023년 2월 말 발의된 ‘윈저 프레임워크’가 북아일랜드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아일랜드 갈등’은 브렉시트 후 몇 년째 식지 않았다. 2023년 3월10일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영국 정상회담이 파리에서 열렸다. 이는 두 나라 관계가 누그러지는 계기가 됐다. 새 협력의 시작을 기대할 만할까? 어떤 협력이 될지 두고 봐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4월호(제433호)
Royaume-Uni: les raisons de la colèr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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