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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불평등 해소 우선해야
[집중기획] 프랑스 연금개혁 ① 바람직한 방향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상드린 풀롱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가 연금개혁을 둘러싼 거대한 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현행 62살인 정년을 64살로 늦추는 내용을 뼈대로 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 헌법 조치’를 발동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면서까지 연금개혁안을 강행해 마찰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프랑스 국민은 세대와 직종을 불문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 일할 수는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연금개혁의 바람직한 방향과 연금재정 확충을 위한 정년 연장의 대안을 살펴본다. _편집자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REUTERS

연금개혁, 꼭 해야 할까? 물론이다. 현행 연금제도는 여성, 저숙련 노동자, 고위험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불리하다. 연금수령액이 줄었는데 앞으로 더 줄어들지 모른다. 연금개혁 목적은 재정안정화여야 할까? 아니다. 중기적으론 재정지출 증가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기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공공기관 허리띠를 졸라맸다. 인력은 부족하고 노동자 처우도 부실해졌다. (따라서 기금 수입도 줄었다.) 민간기업에서 연금보험료를 더 걷으려면 5060세대 고용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60~62살 구직자를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 나이대의 고용률이 유독 낮다. 기업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장년층이 여전히 능력 있고 그들 경험에서 얻을 게 많다는 사실을 기업이 알아야 한다. 연금제도를 손보기 전에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노동개혁 방안을 소개한다.

   
▲ 2023년 2월17일 프랑스 의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토론에 참석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정부 개혁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REUTERS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정년연장(현행 법정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늘리는 방안)에 반대한다.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아를레트 라기예르(트로츠키주의 정당인 노동자투쟁(LO)의 전 대표)가 아끼던 말이자 무산계급 좌파 진영에 처박혀 있어 잊힌 줄 알았던 말이 되살아난 것이다. 노동자는 사기업 노동자, 공무원, 육체노동자, 관리자와 피고용자, 일하는 청년과 노년을 모두 포괄한다. 그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전국 각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루하루 일하는지 얘기하려고 거리로 나왔다. 대다수는 처음 겪는 일이다. 좌우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자기 할 말만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지금 상황에선 아니다.
일에 열정이 있든 없든 정년이 늦춰졌을 때 육체와 정신이 느끼는 부담은 때때로 가혹하다. 정년퇴직은 이제 ‘경력 불평등’을 드러내는 확대경이 됐다. 경력의 끝에서 연금제도가 노인 빈곤과 남녀 연금소득 불평등을 줄인다고 하지만, 얼룩은 남아 있다. 낮은 소득, 짧은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남긴 얼룩이다.
연금개혁 투쟁에 나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재정건전화를 구실로 개혁 서두르기다. 노동시장 기능을 바로잡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정년을 늦춰 불평등이 심해져도 어쩔 수 없다. 62살까지 일하기가 죽기보다 힘든 노동자가 타격받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본말전도 끝내기다. 노동을 바꾸는 해법은 주어져 있다. 노동제도 개선으로 연금 재정건전화도 이뤄낼 수 있다. 그 방향을 제시한다.
 

   
▲ 2023년 3월7일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해 벌인 총파업 엿새째를 맞아 시민들이 “내 연금 또는 내 지구에 손대지 마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였다. REUTERS

진짜 위험 관리하기
“관절 다 닳고 연금 타 쓰랴” “지하철, 직장, 무덤” “일만 하다 죽지 않을 권리”. 2023년 1월 시작된 시위에서 국민적 불만이 드러났다. 이유 있는 불만이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강도는 계속 심해졌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일이 힘들어진 만큼, 아픈 몸으로 정년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2017년 기준 ‘고위험 요인’에 노출된 노동자는 약 300만 명이었다.
고위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당시 ‘위험예방개인계좌’(C3P, 직업환경에 노출된 위험을 점수로 인정받은 후 조기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권리를 부여받는 제도로 2015년 도입) 제도 덕에 노령연금 수급을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노동부는 조기 정년퇴직이 가능한 고위험 직종의 종사자 수를 고작 130만 명으로 집계했다. 사용자가 직무 위험성을 신고할 의무가 없었다. 같은 해인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통령령을 내려 C3P 제도가 인정하는 10대 고위험 요인에서 4개(불편한 작업 자세, 고중량 운반, 기계 진동, 화학물질 노출)를 뺐다. 그 과정에서 명칭도 C3P에서 직업위험예방계좌(C2P)로 바꿨다. 결국 C3P 제도는 기대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라졌다.
프랑스 감사원은 2022년 12월 보고서에서 C2P는 어떠한 예방 구실도 더는 하지 못한다”고 차갑게 비판했다. 이 제도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게다가 정년은 계속 늦춰지는 추세다.” 노령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21년 C2P에 힘입어 조기 정년퇴직한 사람은 3300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0.5%다. 장애 또는 노동부적격 판정을 받아 미래 연금을 끌어쓰는 사람은 매년 10만 명씩 나온다. 노동시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다.
상황이 이런 만큼, 노조는 C2P에 고위험 요인 네 가지를 다시 포함해달라고 요구한다. 정부는 거부한다. 그 대신 10억유로 규모의 예방기금을 신설하고 4대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험·나이·노동인구연구소(Creapt)의 책임연구원인 카트린 델굴레 교수(국립예술학교 인간공학과)는 정부 대안을 현실화하려면 “정기 건강검진을 할 노동 관련 의사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며 “노동 현실을 모르는 일반 가정의는 회사에서 노동의사로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2023년 3월8일 프랑스 정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에너지 분야 노동자들이 서북부 항구도시 르아브르 지역 토탈에너지 정유공장 부근 도로를 막은 채 시위를 벌여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REUTERS

직무별 위험평가
다른 대안은 없을까. 사회학자 도미니크 메다는 공적 논의에서 제안된 몇 가지 해법에 집중했다. 첫째, 직무 위험도는 단체 차원에서 따진다. 산별교섭으로 고위험 직종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고위험 직종에 종사한 기간을 분기 단위로 매기고 그에 해당하는 만큼 정년을 앞당겨준다. 이렇게 하면 C2P 제도가 “간소해질 것”이라고 도미니크 메다는 말했다. “사회보험료를 조정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해 발생도가 비정상으로 높은 기업은 상해보험료를 가산해 부과하고, 역으로 낮은 기업은 보험료율을 낮춰주는 방안이 형평에 맞는 것으로 보인다.”
도미니크 메다는 “일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사용자가 법규를 먼저 준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기업은 직무별 위험평가서를 작성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반하는 사용자는 과징금 7500유로(약 1050만원)를 내야 한다. 하지만 금액이 너무 적은 탓인지 고작 하나 있는 위험평가서를 작성하는 회사는 전체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보건안전근로조건위원회(CHSCT)가 사라지고 이 위원회가 맡던 임무는 사회경제위원회에 흡수됐다. 노동자와 건강 문제를 논의할 창구가 사라진 것이다. 노동자 목소리를 듣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에서도 노동자 의결권을 확대해야 한다.”
카트린 델굴레 교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건강을 잃지 않게 하려면 “기업 내부에 건강을 해칠 요인이 없는지 파악하는 체계를 갖춰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노동의사와 연구원이 모여 만든 에브레스트(Evrest) 같은 관찰도구를 쓸 수 있다. 에브레스트는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와 건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려주는 질문지다. 대표적으로 에어버스와 프랑스전기공사(EDF)가 직원과 정기면담에서 이 질문지를 활용한다.
 

   
▲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여성운동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노동자를 상징하는 복장을 하고 정부 연금개혁안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연금개혁안은 여성에게 더 불리하다. REUTERS

일하는 방식 전환
도미니크 메다는 또 “생애 전반에 걸쳐 노동자와 동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유를 가져야 한다. 급하게 해결책을 찾으면 안 된다. 노동자가 숨 쉴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북유럽이나 캐나다에서는 안식휴가를 내거나 노동자 선택에 따라 시간제로 전환하기가 훨씬 쉽다.” 노동자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주 4일 근무제가 다시 거론된다.
가브리엘 아탈 공공회계 장관도 사회보험가족급여보험료징수조합(Urssaf) 피카르디 지역부에서 주4일제 실험을 이끌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다만 공공회계 장관의 주 4일 근무제는 진짜 노동시간 감축 실험이 아니었다. 법정 노동시간인 36시간을 4일로 압축해 일하게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이 제안하는 방향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노동총연맹의 계산에 따르면, 임금 삭감 없이 주 32시간 근무제로 전환하면 일자리를 170만 개 만들고 연금기금 수입을 136억유로(약 18조9천억원) 늘릴 수 있다.
2022년 가을 연금개혁 논의의 서막으로 노동가치에 관한 논의가 열렸다. 프랑스 국민의 바람은 그때 이미 확인됐다. 프랑스 국민은 이제 다르게 일하고 싶어 한다.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일해서 번 돈으로 먹고살 수 있길 바란다. 2019년 점수식 연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에서는 42가지 연금제도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연금수령액이 줄어든 이들(특별연금 가입자, 전문직)의 분노가 뒤엉켜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이 노동조건을 이렇게 중대한 문제로 삼은 적이 없다.
 

   
▲ 2023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이 정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를 연행하고 있다. REUTERS

빈곤의 통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쓴 뒤 일과 맺는 관계가 바뀌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최전방에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일터에 나간 노동자는 자신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줄 알았다. 필수노동으로 여겨졌다. 코로나19가 일의 위험성과 열악한 처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다. 그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꺼졌다. 게다가 이 노동자의 정년퇴직은 2년 더 연장됐다.
정년퇴직 연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노동연구소(Ceet)에서 전 국민 이동제한령 기간에 일터에 나간 필수노동자가 정년 직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2023년 2월 두 연구원 토마 아모세와 크리스틴 에렐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무직이면서 노령연금을 받지 않는 50~64살 필수노동자(26%)는 다른 직종 노동자(15%)보다 많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저숙련 노동자의 48%, 청소노동자의 32%, 계산원의 28%가 고용과 정년 사이 ‘빈곤의 통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에 갇혀’ 어쩔 수 없이 혹은 기분 좋게 원격근무를 한 노동자도 일하는 방식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졌다. 팬데믹은 삶이 얼마나 허무하게 끝날 수 있는지, 그렇게 정신없이 일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알려줬다. 나이 든 노동자에게 그 깨달음은 특히 더 강했다. 노동구조를 새로 짜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기업이 외부에 맡기던 일을 다시 가져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껏 프랑스 기업은 업무 대부분을 외주에 의존하고 주업종과 직결된 일에만 집중해왔다. 그러자 노동자를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데 제약이 생겼다. 파리 팡테옹 소르본대학의 이코노미스트 코랄리 페레즈는 말했다. “농촌지역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팔꿈치와 손목에 두 차례 수술을 받은 42살 노동자가 있다. 그가 수술 이후 맡아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졌다. 예전엔 잔디를 깎거나 센터를 청소하는 등 부수적 업무가 있었다. 이제 그런 일은 다른 업체를 시킨다. 그는 노동부적격 선고를 받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했다. 대다수 노동자에게 주어진 길은 ‘롱 워크’(죽기살기식 경주)다.”

배움으로 해방
카트린 델굴레는 말했다. “기업은 두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 하나는 대체 논리다. 나이 들어 일하기 버거워 보이는 직원은 젊은 사람으로 대체한다. 젊은 사람도 버틸 때까지 일을 시킨다. 임시직이나 기간직으로 고용한다. 회사는 누구든 언제나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고 직원에게 어떤 일이든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사고는 사람과 직업의 가치를 모두 떨어뜨린다. 다른 하나는 보상 논리다. 관리자는 잘하면 상여금을 주고 못하면 조기퇴직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관리한다.”
델굴레는 세 번째 방향을 제안한다. “인력 교체의 굴레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노동의 원칙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노동에서 ‘배움으로 해방하기’의 가능성을 봤다. 누구나 생애 전반에 걸쳐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일하면서 혹은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말이다.”
코랄리 페레즈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특정 나이가 되면 배움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55살 이후 교육 기회가 유의미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에서 밝혀졌다.” 저숙련 노동자에게 그 문은 더 좁다. 프랑스 직능조사연구소(Céreq)에 따르면 50~59살 관리직의 54%가 ‘필요하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 육체노동자는 그 비중이 18%밖에 되지 않는다. “나이 든 노동자가 기술을 잃지 않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은 프랑스 경제에도 중요하다”고 페레즈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돈이 없다. 고학력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2021년 프랑스 관리직고용협회(Apec)가 장년층 관리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기업이 그들의 지식과 역량을 전달하는 일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년층 관리직의 22%만이 기업에서 그런 방향의 정책을 시행했다고 답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연금을 덜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그 격차는 평균 40%로 알려져 있다. 유족연금(사망한 가족의 연금을 받는 제도)과 출산크레디트(출산한 여성에게 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제도)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28%까지 줄어든다. 남성과 여성이 받는 연금이 애초에 이렇게 차이 나는 까닭이 있다. 임금격차와 경력단절이다.

여성 처우 개선
직업 불평등 전문가인 사회학자 라셸 실베라는 말했다. “격차를 줄이는 해법은 간단하다. 여성노동자 임금을 올리면 된다. 노령보험공단이 노동총연맹 요청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노동자 임금을 남성노동자가 받는 만큼 인상하면 연금기금 수입이 55억유로(약 7조6500억원) 늘어난다. 여성 고용률을 남성만큼 끌어올리면 액수가 더 늘어난다. 남녀 고용률 격차는 8%포인트다.
남녀평등지수는 별 의미가 없다. ‘성별 가리개’일 뿐이다. 모든 기업이 남녀평등지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다른 정책을 내놔야 한다. 1972년 제정된 법을 적용하면 된다. 여성노동자에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줘야 한다. 캐나다 퀘벡주와 영국, 포르투갈에서 여성 위주 직업군(간호사, 식당조리원)과 남성 위주 직업군(환자이송원, 정원관리사)을 비교한 결과 여성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실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셸 실베라는 “남녀 임금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년연장으로 여성이 지금보다 더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미카엘 제무르의 계산에 따르면 정년연장으로 절약되는 재정의 60%는 여성이 짊어질 몫이다. 전체 여성의 20%는 연금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한 탓에 노령연금을 받으려면 67살까지 일해야 한다. 이 나이까지 보험료를 내면 최소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도 연금수령액이 깎이지 않는다.
정부는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최대 나이를 69살로 늦추지 않겠다고 했다. 그것만으로 20%의 여성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장기가입자’의 육아휴직 기간을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도 마찬가지다. 장기가입자는 20살이 되기 전 일을 시작해 연금 가입기간이 긴 사람을 말한다. 이 혜택을 누릴 여성은 1년에 2천~3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

통계적 환상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연금수령액 하한은 2023년 기준 약 684.14유로에서 1200유로(약 167만원)로 늘어나지만 전액을 받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년이 된 여성의 대다수는 최소연금수령액으로 생활한다(노령보험기금). 1200유로를 다 받으려면 최저임금보다 많이 번 적 없이 전일제로 일하면서 연금 가입기간을 꽉 채워야 한다. 이는 통계적 환상일 뿐이다. 평생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있어도 극소수다. 정부는 연금수령액 하한을 높여 1972년생 여성 기준 연금수령액이 월평균 54유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자녀 한 명당 가입기간을 8분기 연장받는 혜택을 잃는 여성도 많다. 그 대안으로 연금수령액을 늘려주는 것도 아니어서 일을 더 오래 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매년 전체 여성의 33%인 12만 명이 최소가입기간을 채우고 정년인 62살에 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대다수는 출산크레디트가 없으면 정년이 돼도 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전체 여성의 85%는 자녀가 있다). 정년을 64살로 늦추면 이 혜택이 사라진다.
라셸 실베라는 “노동시장에 진출한 여성이 늘었다. 그래도 여성은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며 진짜 영유아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 때문에 일을 조정하는 사람은 주로 여성이다. 여성은 임금을 많이 주는 일을 포기하고 단순노무직 등 지루한 일을 하려 한다. 저임금 일자리는 항상 여성의 몫이다. 돌봄노동과 같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일이 많다.
이번 연금개혁을 지지하는 이들은 생산직 여성의 평균수명(85.7살)이 관리직 남성(84.9살)과 비슷하다고 한다. 문제는 건강 상태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대다수가 건강을 잃고 말년을 보낸다”고 윌리스 로이킨과 쥘리앵 브라스코 두 연구원은 말했다. 지금 30살인 생산직 여성은 남은 수명인 55.7년 중 21년을 아픈 몸으로 보내야 한다. 전문직 남성에 견줘 10년 더 길다.
일터에서 보내는 삶의 질과 건강, 일과 맺는 관계, 사회민주주의. 모두가 2022년 12월2일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장관이 노조의 압박 때문에 추진한 노동총회에 올라온 의제다. 안타깝게도 국회가 연금개혁안 논의에서 내릴 결론이 개혁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동 불평등은 뒷전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3월호(제432호)
Et si on commençait par changer le travail?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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