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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더 과감히 더 이기적으로
[ISSUE] EU 인프라 프로젝트 ‘글로벌 게이트웨이’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크리스토프 기젠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신(新)실크로드’에 대응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추진하려 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항만, 도로, 에너지 플랜트 건설을 지원해 유럽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행도 하기 전에 자기 진영 내에서 저항에 부딪혔다.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등 <슈피겔> 기자 5명
 

   
▲ 유럽연합(EU)이 수십억유로를 들여 추진하는 ‘하이라시아 원’ 프로젝트의 하나가 카스피해에서 멀지 않은 카자흐스탄 남서부의 황량한 대초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약 40기가와트(GW)의 출력을 내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와 연간 200만t의 녹색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를 지을 계획이다. 이는 2030년 유럽연합 예상 수입 수요의 5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hyrasia.energy

카스피해에서 멀지 않은 카자흐스탄 남서부의 황량한 대초원에서 곧 유럽연합(EU)의 에너지 걱정이 해결될 것이다. 약 40기가와트(GW)의 출력을 내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와 연간 200만t의 녹색수소를 생산하는 전해조를 지을 계획이다. 이는 2030년 유럽연합(EU) 예상 수입 수요의 5분의 1을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독일 드레스덴의 한 회사도 참여하는 이 수십억유로 규모의 프로젝트 이름은 ‘하이라시아 원’(Hyrasia One)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인 경제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돼야 하고,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카자흐스탄은 점점 더 모스크바에 등을 돌리고 서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 프로젝트에 완전히 푹 빠져 있다. ‘하이라시아 원’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은 3천억유로 규모의 공세적 전략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이끄는 원동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 유럽연합이 중국의 ‘신실크로드’에 대응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추진하지만, 실행도 하기 전에 내부 저항에 부딪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023년 3월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킹스턴에 있는 캐나다군기지(CFB)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걷고 있다. REUTERS

3천억유로의 공세 전략
중국 ‘신실크로드’(일대일로, 유라시아·아프리카 교류 확대) 전략의 대응책으로 고안된 이 계획은 전세계에서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로, 항만, 송전선, 인터넷 케이블,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유럽이 새로운 지정학적 영향력을 얻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팀은 2023년부터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 70여 개를 선정해 내부용 목록을 작성했다. 조만간 유럽연합은 이 가운데 우선 추진할 프로젝트 30개를 결정할 것이다. 초점 지역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다. 제안된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그곳에 있다. 또한 중남미에 14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13개, 발칸반도와 북아프리카에 7개 프로젝트가 계획됐다.
유럽연합은 나미비아·칠레와 원자재를 거래하고, 서부 발칸반도 내부와 튀니지로 연결되는 새로운 송전선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중국과 그들의 뒷마당에서 경쟁하려 한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유럽 외교정책의 전략 변화를 의미한다. 오랫동안 유럽연합은 주로 선함, 진실함 그리고 아름다움의 대표자이자 전통적 개발원조의 창시자임을 자처했다. 적어도 수사학적으로는 피원조국의 경제사회 발전과 복지 증진이 목적이었다. (유럽의 국제 개발원조는) 항상 미화됐지만 당연히 유럽도 이득을 얻었다.
글로벌 게이트웨이로 유럽연합은 이제 이익 추구에 더 솔직해졌다.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21년 말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회의에서 인프라 투자는 “오늘날 지정학의 핵심”이라고 선언했다. 유럽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세계 공급망을 보호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정부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을 참여국에 제공한다. 중국은 신실크로드를 경제뿐만 아니라 자국의 가치와 사회·정치적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정치적 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2022년 7월31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불과 몇 년 만에 완공한 나이로비 고속도로의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 요금소 모습.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장인 베른트 랑게는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데만 “유럽에서는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REUTERS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유럽
“글로벌 게이트웨이는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고 투자자를 위한 투명성과 파트너를 위한 지속가능성, 세계인들에게는 장기적 혜택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국 정부는 동등한 파트너 대접을 받으면서 유럽연합 프로젝트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약속으로 유럽연합은 전세계 국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유럽대륙의 전략적 변화는 세계 정치 환경이 더욱 냉랭해지는 시점에 이뤄졌다.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시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기업과 국가가 글로벌 의존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여러 국가를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고 원자재에 대한 글로벌 접근성을 확보해 점점 더 많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에 많은 국가가 ‘전략적 자율성’ 주창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로 다른 국가를 자국에 연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는 ‘블루 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를 통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도장을 찍으려 하고, 중견국인 인도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글로벌 파워 게임에서 뒤처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2010년 유럽연합과 중국이 건설·인프라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0% 정도였다. 2018년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약 60%로 상승했지만 유럽연합은 근시안적인 외교정책의 결과 20%로 감소했다.
수십 년 동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주로 유럽이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티그리스강 제방 공사,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제다의 도시 고속도로, 나이지리아의 대도시 라고스의 도로 개설 공사는 이 시대의 기념비다.
유럽이 세계의 건축업자 역할을 한 데는 실용적 이유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유럽의 도시들은 1970년대 초까지 대부분 재건됐고, 동유럽 사회주의의 종말은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발포어비티(Balfour Beatty)나 호흐티프(Hochtief)와 같은 대형 건설회사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많은 제3세계 국가가 자국의 석유를 수출한 돈이나 서방 개발은행의 자금으로 기꺼이 유럽의 제품을 샀다.
곧 유럽의 ​​건설 열풍이 어두운 면을 드러냈다. 피원조국에 부패 스캔들과 ‘하얀 코끼리’, 즉 비용만 많이 들고 궁극적으로 쓸모없어 애물단지가 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쌓여갔다. 유럽연합은 개발정책을 진행하면서 원조에 점점 더 엄격한 조건을 붙였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인프라 수요도 늘고 있었던 남반구 국가들에 중국은 유럽보다 덜 비판적인 조력자였다. 대부분 국영인 중국 건설사들은 이전의 유럽 회사들과 비슷하게 새로운 시장을 찾았고, 중국 정부는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중국 지도부는 처음부터 개발정책과 지정학을 구분하지 않았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국민은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거의 관여하지 못한다. 유럽연합의 한 개발 전문가는 “중국인만이 외국 건설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는 중국어로 계획하고, 중국어로 일하고, 중국어로 말한다”고 말했다. 노동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기후보호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다. 스리랑카, 지부티, 키르기스스탄 같은 국가는 재정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한다. 게다가 중국은 독재자와 전제군주에게 감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오랫동안 이에 일치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3년 전, 오랫동안 유럽연합의 고위 관료로 있었던 토마스 비저가 이끄는 전문가 그룹이 유럽연합의 자금 지원 정책을 분석했다. 평가는 혹독했다.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 및 유럽 차원의 수많은 행위 주체”가 “중복, 빈틈 및 비효율성”이 많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형성했다고 한다. “일관성 있는 전략”이 부족하고, “유럽연합의 존재와 유럽연합 개발 우선순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지도부의 견해도 동일하다. 매번 이견을 보이던 프랑스와 독일 역시 유럽의회의 외교·개발 정책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비저의 의견을 지지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결국 뜻을 같이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021년 12월1일 3천억유로 규모의 공세적 인프라 전략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를 발표하고 있다. bruegel.org

독재국가 지원 논란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독일 연방의회 사회민주당(SPD)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는 “굴착기를 지금 당장 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녹색당 유럽의회 의원 라인하르트 뷔티코퍼는 “이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의 거센 공세 전략은 사소한 부분에서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 전략의 지역적 초점과 관련해 회원국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향한 우선 투자를 요구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라틴아메리카 우선 투자를 지지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서부 발칸 지역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를 바란다.
기후보호를 특별히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기후보호를 최소한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카메룬·르완다·콩고 같은 독재국가에서도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포함되는)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독일개발정책연구소의 마크 퍼니스는 “결론적으로 이들 프로젝트가 해당 지역에서 독재자의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자체의 기준이 아무리 높고 긍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다.
총 3천억유로 중 상당 부분을 조달해야 하는 민간부문은 충분히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지금까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에는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할 때 직접 연락할 담당자조차 없다. 독일산업연맹의 글로벌 시장부서 부국장인 파트리치아 셰텔리히는 “기업들의 관심은 비교적 높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연합 집행부 내에서도 문제가 있다. 그곳에서는 유럽의 지정학이 정말 훨씬 더 이기적으로 변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다시 불타올랐다.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거부감도 있다. 브뤼셀의 소식통에 따르면 많은 관료가 단순히 기존 프로젝트에 ‘글로벌 게이트웨이’라는 딱지만 붙이고 실제로는 이전처럼 계속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유럽이 주도하는 건설 프로젝트는 높은 노동·기후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만, 대출이 참여국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문제는 지원금 혜택을 받아야 할 국가들조차 의구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부채 및 개발에 관한 아프리카 포럼·네트워크’(AFRODAD·African Forum and Network on Debt and Development) 이사인 케냐의 경제학자 제이슨 브라간자는 “최근 유럽연합과 다른 개발 파트너 국가들이 거창한 성명을 발표했지만 실행된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계획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많은 회사, 원자재 및 전문가가 유럽연합에서 올 것이다. 과거에 그들은 종종 상당한 세금 감면이나 심지어 면세 혜택을 관철했다. 그러면 해당 국가는 세수가 부족해진다. 브라간자는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고려할 때 이것이 적절한 자금조달 모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글로벌 게이트웨이를 유럽연합이 아프리카 대륙의 자원에 접근하려는 또 하나의 시도일 뿐이라고 본다. 유럽연합이 진정으로 가치에 관심을 가졌다면 부패와 권력층이 막대한 부를 독점하는 ‘도둑정치체제’에서 사업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따라잡을 수 있을까
모순적이게도 유럽이 새롭게 각성한 전략적 야망에 자극받을 중국이 현재 공식적으로 협력을 표방하고 있다. 2021년 말 글로벌 게이트웨이가 발표됐을 때만 해도 중국 정부는 이 전략을 비방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유럽연합과 사업하면 정치적·이념적 의존성을 가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에 대해 논평했던 말을 미러링한 듯한 소리다.
2022년 8월 대만 위기 이후 중국은 유럽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에 틈새를 만들려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최근 글로벌 게이트웨이에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2022년 12월 초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의 신실크로드와 글로벌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다양한 분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결실을 얻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주도하에 이뤄지는 두 전략의 협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많은 사람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측근들은 아직 협력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어쨌든 집행위원장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친히 글로벌 게이트웨이의 감독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고, 특별대표로서 이 기관을 정상궤도에 올릴 저명한 유럽 정치인을 찾고 있다.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이자 전임 이탈리아 총리 마리오 드라기가 물망에 오른 후보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사했다. 어쨌든 폰데어라이엔의 비서실장인 비외른 자이베르트는 주요 7개국(G7) 수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조정하고 있다.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장인 독일 유럽의회 의원 베른트 랑게가 나이로비에서 겪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그곳에서 유럽연합 프로젝트를 말하고 싶었지만 케냐 정부는 중국 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완공한 수도의 새로운 고속도로 노선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데만 “유럽에서는 1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랑게는 말했다.

ⓒ Der Spiegel 2023년 제6호
Brüsseler Wumms-Versuch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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