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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경쟁 본격화…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경제의 속살] 전기차 경쟁 2라운드
[156호] 2023년 04월 01일 (토)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세계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의 CATL(寧德時代)은 최근 배터리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해 치킨게임의 개막을 알렸다. REUTERS


전세계 자동차산업이 주목했던 중국 배터리업체 CATL(寧德時代)의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은 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하는 것으로, 핵심은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이었다. 테슬라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공장 생산 면적을 40%, 생산 비용을 50%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 계획은 차량용 반도체 직접 생산부터 배터리·파워트레인 제조 혁신, 새로운 차량 조립 방식 도입 등 생산체계 전반을 다룬다. 매번 파격적인 기술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테슬라의 발표치고는 다소 밋밋했다. 발표 이후 테슬라 주가는 5% 하락했다. 테슬라의 발표는 화려하지 않지만 세계 자동차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치열한 가격경쟁의 서막이 열렸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비용 절감 계획은 2030년까지 연간 2천만 대 생산체계를 갖추겠다는 테슬라의 비전을 뒷받침한다. 연간 2천만 대 생산은 엄청난 규모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도요타의 연간 판매량이 1천만 대 정도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시장에서도 판매되는 도요타보다 2배 더 많이 만들어 팔겠다는 의미다. 차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는 부자든 서민이든 필요한 상품이다. 다양한 국가별, 소비자별 상황에 맞는 제품을 팔아야 2천만 대를 달성할 수 있다. 즉, 싼 차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원가 절반인 차량을 만들겠다는 것은 2천만 대 로드맵을 향한 퍼즐을 맞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역시 “수요는 가격만 낮으면 창출된다”고 강조한다.

테슬라 비용 50% 절감 계획
지금까지 전기차는 가격보다 기술에 초점을 맞춰 시장을 확대해왔다.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동차가 사람들이 타고 다닐 만한 자동차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97년 미국 제네럴모터스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EV1을 출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리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 EV1을 모두 회수해 폐기했다. 문제는 배터리(납축전지)였다. 당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최초의 전기차 양산 실험이 실패한 뒤 10여 년간 배터리 전기차는 골프장 카트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활용됐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안전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여전히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이 문제였다. 배터리를 많이 실으면 주행거리는 늘어나지만 한정된 공간에 배터리를 무작정 많이 실을 수 없다. 한 번 충전으로 안 된다면 여러 번 충전하면 될 테지만, 충전시간이 문제다. 연료탱크에 물리적으로 휘발유를 보관하는 ‘주유’와 달리 ‘충전’은 전기화학 작용으로 에너지를 저장한다. 밥을 빨리 먹을 수는 있지만 소화를 빨리 시킬 수는 없다. 완속 충전하면 10시간 이상, 급속으로도 1시간 이상 충전해야 했다. 심지어 전기차 충전소도 별로 없었기에 전기차 운전자는 뚝뚝 떨어지는 배터리 잔량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최근 전기차 기술은 소비자가 불안해하지 않고 선택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테슬라 모델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28㎞(롱레인지 기준), 현대차 아이오닉6은 524㎞다. 내연기관에 비해 짧지만 그렇다고 웬만한 거리를 이동할 때 충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충전 속도도 빨라졌다. 아이오닉5의 경우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정 급하면 5분만 충전해도 약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도 꽤 많이 보급돼 도로에서 자동차가 멈춰 설 공포에 떨지 않게 됐다.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긴 한데, 자동차회사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대부분 자동차회사는 전기차 판매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 소비자는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원하는데 생산원가를 낮추기 쉽지 않다. 배터리 가격은 2013년 킬로와트시(kWh)당 약 730달러에서 2021년 141달러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이 추세로 80달러 선까지 내려가면 내연기관차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불안, 그리고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배터리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2022년 배터리 가격은 151달러로 오히려 올랐다.
이 와중에 전기차 2라운드, 가격경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 내연기관차와도 가격경쟁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날이 올 줄은 몰랐다.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시장은 전체 자동차 판매 중 27%가 전기차일 정도로 대중화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형, 대형 전기차’ 시장의 확대다. 대형 시장은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고 가격 민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아 고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 용이하다. 소형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차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차량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테슬라의 사이버트럭(Cybertruck). tesla.com

CATL, 배터리 가격 절반 인하
중국 경차 시장은 이미 전기차의 독무대다. 경차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이 90%가 훌쩍 넘고 소형차 역시 40%가 넘는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56만 대가 팔린 상하이GM의 훙광미니다. 훙광미니의 최저 가격은 600만원에 불과하다. 20만 대 넘게 팔린 BYD 돌핀은 최저 가격이 1100만원이고, 장안기차의 베니스E-스타는 1300만원 내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형 전기차에서 시작된 가격경쟁은 점차 중형 이상으로 확대되고, 중국에서 나타난 양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붐을 주도하는 것도 저렴한 소형차다. 일본은 중국, 미국에 이어 전세계 3위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전기차에서는 후발주자다.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킨 전기차는 닛산 경형 전기차 사쿠라다. 사쿠라는 1%대에 불과하던 일본 전기차 판매 비중을 3.5%까지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쿠라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에 불과해 기술 매력도가 높진 않다. 하지만 약 1800만원(보조금 적용하면 160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일본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배터리산업에서도 가격경쟁의 조짐이 보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광란의 확장 끝에 중국의 배터리 시장 재고가 폭증해 가격 인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관 배터리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중국 내 동력 배터리 재고 누적량은 2018년 13.6기가와트시(GWh)에서 2022년 251GWh로 대폭 늘었다. 최근 세계 1위 배터리 회사인 중국의 CATL은 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하는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배터리용 탄산리튬은 톤(t)당 44만위안(약 8천만원)인데, 이를 20만위안 수준으로 책정해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1위 배터리 회사가 가격을 낮추면 나머지 회사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 중국 전기차 가격은 좀더 내려갈 수 있다. 중국발 배터리 가격 인하 효과가 한국 전기차에는 가격경쟁력을 높여주지 않는다. 중국 배터리 회사들은 대부분 저렴한 인산철 배터리를 만들고, 한국 전기차는 대부분 성능이 좋은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기술경쟁을 넘어 가격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또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다양한 차종을 준비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은 기술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저가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차종은 아니다. 또 중국은 300여 개의 전기차 회사가 저가부터 초고가까지 전기차를 만들지만, 한국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회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가격이 낮아질수록 시장은 확대된다. 다만 그 시장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춘 자의 몫일 뿐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4월호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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