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사하라 사막의 태양열발전소에서 유럽에 전기를 공급하는 아이디어는 더 이상 공상과학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초의 ‘녹색’ 전자들이 올해가 끝나기 전 지브롤터해협(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에 놓인 스페인 남단의 좁은 해협)을 건널 것이다. 프랑스의 GDF-수에즈사는 모로코 동부에 신축된 ‘아인베니마타르’(Ain Beni Mathar) 발전소에서 전기를 매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당분간 에너지 부족 국가인 모로코는 유럽에서 전기를 매입해야 하는 처지다. 모로코의 아인베니마타르 발전소는 내수를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발전소는 ‘100% 녹색’ 발전이 아닌 가스발전소다. 태양열 시설을 통한 발전은 총발전량의 5% 이하로 보완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GDF-수에즈사가 모로코 국영 전기공사와 계약한 전력량은 수백kW로, 50대 정도의 세탁기를 동시에 작동시킬 정도로 미미하다.
아직 현 단계에서는 전력 수출 규모보다는 그 같은 송전이 기술적·법적·조직적으로 실현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이것이 유럽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곳의 하나인 사하라 사막에서 태양열 전기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지는 전주곡이 될까? 그러다가 행여 현지인들의 전력 수요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포르투갈 남부 아마렐레자 지역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전지 발전 시스템.

사하라 사막에서 전기가 생산된다면
‘데저텍’(Desertec) 주창자들은 2050년까지 최소한 유럽 전력 수요의 15%를 충당할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의 비전을 제시했다. 태양열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튀니지를 거쳐 모리타니에 4천억유로의 투자로 건설된 전력 집중소로 보내진다.
잠재성은 엄청나다. 스위스 물리학자인 게르하르트 크니스는 12만㎢(프랑스 면적의 4분의 1)의 사막에 발전시설이 설치되면 인류 전체가 이산화탄소 방출 없이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2003년 이 프로젝트를 연구하기 위해 대체에너지에 특화된 과학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여기에 데저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저텍은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연구하기 위해 1968년 창설된 로마 클럽의 독일 지부와 연합했다.(주1) 데저텍 작업은 상당 부분 독일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독일 정부가 이 프로젝트에서 원자력 철폐 운동으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한 덕분이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데저텍 프로젝트는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사하라 사막에서 수입된 태양열 전력은 가스에서 생산된 전력의 3배 가격이지만(kW당 0.2유로 대 0.6유로) 그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술 개선으로 효율이 증진되고 발전소 수가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화석에너지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면 약 30년 뒤 가격 차이는 사라질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드릭 필리베르는 “오래지 않아 북아프리카 태양열발전소의 전력 생산 비용과 러시아워 전력의 도매가격이 같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2007년 정치계와 언론에 처음 소개된 ‘데저텍 구상’은 유럽의회에서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

에너지 신식민지가 아닌 에너지연대
2008년 사르코지의 주창으로 탄생한 ‘지중해연합’은 6대 선결사업의 하나로 ‘지중해태양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600억유로를 투자해 북아프리카에서 20G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지중해태양프로젝트는 데저텍의 구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지만 크게 다른 부분도 있다. 무엇보다 투자 목적을 신중하게 설정해 유럽연합 수출이 아닌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자체 전력 수요 충당을 우선시했다. 총괄책임자인 필리프 로레크는 “지중해태양프로젝트는 2020년 현지에서 추가적 전력 수요의 20%를 충당하게 될 것이다. 전력 수출은 생산량의 30%로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전력 생산은 고용 측면에서도 이득이 된다.
지중해태양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2009년 산업계·보험계·금융계의 컨소시엄인 ‘DII’(Desertec Industrial Initiative)이 탄생했다. 독일 기업들(지멘스, E.ON, 도이체방크, 뮌헨재보험)이 주도하는 DII의 목표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 향상과 데저텍의 ‘이념’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다. DII는 2012년까지 로드맵과 구체적인 제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중해연합 창설 초기에 독일을 소외시키려던 프랑스는 예상치 못한 DII가 탄생하자 분노했다. 이에 지난해 7월 ‘트랜스그린’(Transgreen·나중에 ‘메드그리드’(Medgrid)로 이름을 바꿈)의 발족으로 응답했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이 산업 컨소시엄(EDF·아레바·알스톰)은 북아프리카와 유럽을 고압선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지브롤터해협의 고압선과 그리스·터키를 잇는 고압선은 총 2GW를 송전할 수 있다. 2015년 이탈리아와 튀니지를 잇는 고압선이 완성되면 1.5GW가 추가될 것이다. 하지만 지중해태양프로젝트의 구상대로 20GW의 30%를 수출하려면 6GW를 전송할 고압선이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날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은 누그러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다양한 연합을 통해 DII와 메드그리드는 결합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 ‘생고뱅솔라’(Saint-Gobain Solar)는 DII에 가입했고, 독일 기업 지멘스는 DII와 메드그리드에 동시에 가입했다. 또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적 비전 사이에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한 고위층 인사는 “DII에 참여하는 기업의 관점은 산업적인 것이지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니다. 전력 수출만 바라보고 현지의 전력 공급을 도외시했다면 이 거대한 태양열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DII에 참여하는 기업인 생고뱅솔라의 전략수석인 브누아 리샤르 역시 같은 생각이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수혜자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훌륭한 제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첫 삽을 뜨기 전까지 그 누구도 여러 가지 정치적·경제적 요소를 연결해야 하는 이 4천억유로의 메가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미래상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누구나 이 프로젝트가 진보적인 방식에도 불구하고 북아프리카의 ‘태양’을 차츰 빼앗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양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신식민지가 아닌 에너지 연대다. 상호 이해관계가 충분히 감안되고 있는 것이다.

퍼즐에서 빠진 마지막 한 조각
북아프리카의 에너지 부족 국가들은 에너지 종속과 수입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양력발전과 풍력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모로코는 2009년 야심적인 태양력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0년까지 2천MW의 태양집열발전소가 건설돼 총내수의 14%를 충당하게 될 것이다. 2015년 500MW의 태양열발전소가 건설될 우아르자자트에서는 내수용인 125MW분에 대한 경쟁입찰이 진행 중이다. 알제리나 이집트 같은 산유국 역시 자국의 탄소 자원을 아끼기 위해 태양열발전에 뛰어들었다. 알제리는 얼마 전 아인베니마타르와 동일한 유형의 복합 발전소를 건설했다. 국제적으로 재원 마련도 진행 중이다. 현재 지중해 태양발전 계획은 프랑스개발협회, 독일개발협회(KFW), 아프리카개발은행, 유럽투자은행 등 공공 개발협회에서 약 50억유로를 낮은 금리로 차입했다. 또한 세계은행이 집중식 태양열발전소를 위해 배타적으로 마련한 기금인 ‘청결한 테크놀로지’로에서 7억5천만달러를 확보했다.
핵발전소나 풍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태양열발전소 역시 투자금 상환이 유지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태양열발전소는 일단 가동되면 운용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기금을 저렴한 이자로 빌리는 것은 생산전력 가격을 낮추는 데 근본적이다. 하지만 저렴한 자본이 전력 생산 비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갭을 메울 정도로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자체 소비를 위해 출자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국가라면 녹색 전력의 일부를 좋은 매수율로 유럽 국가들에 판매할 수도 있다. 유리한 가격이 확보된다면 여기서 나오는 이윤만으로 태양열 및 풍력 전력의 생산 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메울 수 있다.
이에 상응해 유럽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DII의 대변인인 알렉산더 모한티는 “유럽연합 회원국은 유럽연합의 ‘대체에너지 관련 지침서’(주1)를 지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들이 전력 수입을 관장하는 ‘에너지-기후 일괄협약’ 9조를 준수하게 해서 전력 생산자의 손해분을 커버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유럽 국가 중 북아프리카의 녹색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 규모나 가격을 협상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IEA의 세드릭 필리베르는 “재정도 준비됐고 업계도 준비됐고 국가의 정치적 지원도 준비됐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이 경제적 합의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 이것이 퍼즐에서 빠진 마지막 한 조각일 것이다.

(주1) 이 지침서는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대체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되는 것을 유럽연합 회원국의 목표로 정해놓았다.

집열식 태양열발전소

태양에너지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태양광발전과 태양열발전 두 가지가 있다. 태양광발전에는 빛을 받으면 직류전류를 발생시키는 규소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사용한다. 반면 태양열발전은 태양열로 수증기를 만들어 교류발전기에 연결된 터빈을 작동시킨다. 반사경으로 햇빛의 열을 집열기에 모아 이것으로 수증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태양탑, 실린더, 반사경 등으로 구성됐다.
개인 주택에도 설치가 가능한 태양광 모듈과 달리 태양열발전에는 대형 시설, 태양발전기, 집열기 등이 필요하다. 수익성은 태양광의 세기, 그리고 최종 소비자의 전력망에 도달할 때까지 높은 전압이 유지되도록 고압선 길이를 맞추는 것에 좌우된다. 태양열발전에 유리한 지역은 미국 동남부, 멕시코,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프리카 등이다.
태양열발전의 큰 이점은 열을 (예컨대 액화염분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전력을 송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태양열발전소에 연결된 저장 시스템은 수시간 정도만 열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러시아워나 해가 떨어진 이후에 전력을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앞으로 열을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은 며칠 혹은 몇 주로 늘어날 것이다. 집열식 태양열발전소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약 1GW의 전력을 생산한다. 태양광발전 규모는 태양열발전의 약 20배다
ⓒ Alternatives Economiques·번역 김택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