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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강자 ‘멀티 엔터 플랫폼’으로 진군
[CULTURE&BIZ] 넷플릭스가 게임사업에 몰두하는 이유
[154호] 2023년 02월 01일 (수)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 넷플릭스가 히트작인 SF 공포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로 만든 게임의 한글판. 넷플릭스 이용자 가운데 이 플랫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넷플릭스 누리집

신기하게도 시대의 흐름은 과거가 되어야 느끼기 마련이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소용돌이치고 있다. 단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미디어·콘텐츠 시장을 봐도 그렇다. 2020년 이후 추세만 보자면 새천년의 두 번째 10년을 지배했던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듯 보인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바꾸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쇠퇴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트위터는 끝없는 혼돈 속에 있다.
세 번째 10년의 지배자로 떠오른 것이 유튜브와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대표되는 주문형비디오(VOD) 플랫폼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의 빈 자리를 무섭게 파고들어 광고주와 고객을 빼앗는다. OTT 플랫폼은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잠식해간다. 시대의 지배자로 군림하기 위한 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말이다.

‘OTT 공룡’의 위기감
구독경제의 핵심은 당연히 구독자다. 달마다 돈을 내는 유료 구독자 수가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구독경제 대표주자이자 ‘OTT의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2022년 3분기 누적 구독자는 2억2300만 명이다. 넷플릭스는 본격 성장세를 맞이한 2015년 이후 해마다 평균 2천만 명 이상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2020년 신규 구독자 36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로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2022년 1분기에는 약 120만 명의 구독자가 줄었다. 이런 마이너스 성장은 2011년 3분기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가던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러시아의 경제 제재로 70만 명이 넘는 러시아 구독자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세계적 경제불황이 예고돼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을 단행한 넷플릭스의 ‘배짱’이 결국 역풍을 맞은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있다. 위기감에 휩싸인 듯 2022년 11월 저렴한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고 대형 블록버스터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하는 등 고객 이탈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 신규 가입자의 9%만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다. 또 경쟁 OTT 플랫폼의 잇따른 유명 프랜차이즈 IP(지식재산권) 도입으로 노력이 조금 무색해진 느낌도 든다.
여전히 세계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 강자이지만 OTT 공룡의 권세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북미 시장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1위의 자리를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 넘겨주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 결산 전이라 최종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2022년이 넷플릭스에 최악의 한 해일 것으로 전망한다.
아마존프라임의 북미 시장 1위 등극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오랫동안 견고하던 OTT 플랫폼 시장의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사건이다. 그동안이 시장의 파이를 저마다 키우며 성장하던 단계였다면,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은 서로 파이를 뺏는 이른바 ‘배틀 로얄’의 막이 열린 시기다. 넷플릭스의 구독자 감소 현상은 단적으로 말해 넷플릭스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객 대부분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들의 힘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 아마존이 2022년 내놓은 게임 <뉴 월드>. 아마존프라임은 동영상 외에 게임, 배달, 전자책 등 다양한 서비스로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다. 아마존 누리집

아마존프라임의 강점
사람들은 아마존프라임이 불황 시대에 적합한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한다. 보유한 콘텐츠만 보면 아마존프라임이 넷플릭스에 견줘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아마존프라임에선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 아마존의 무료 배송,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전자책, 무료 게임과 회원만 누릴 수 있는 프라임 게임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거기에 가족의 계정 공유도 자유롭다.
넷플릭스는 끊어도 되지만 아마존프라임을 끊으면 당장 생활이 불편하다는 현지인들의 말이 있을 정도다. 넷플릭스는 여유가 있을 때 즐기는 ‘사치품’이고, 아마존프라임은 살아가는 데 꼭 있어야 하는 ‘필수재’인 셈이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특히 경기침체가 예고된 지금 시점에 서비스 선택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는 사이 넷플릭스가 갑작스럽게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7월 게임사업 진출을 발표한 뒤 4개월 만에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얘기다.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여 년이 지난 지금 게임사업에서 나타난 넷플릭스의 모습은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보여준 적극성과는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는 미국 텍사스의 모바일 게임사인 보스파이트엔터테인먼트와 핀란드의 넥스트게임즈 등 중소형 게임 스튜디오를 잇달아 인수하며 게임 스튜디오 개발력을 확보했다. 2022년 12월 기준 48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발 빠른 행보에도 그해 말 받은 성적표는 무척 초라했다.
앱 분석회사 앱토피아(Apptopia)에 따르면 2022년 8월 넷플릭스 전체 구독자 가운데 넷플릭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고작 1%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넷플릭스 이용자 가운데 게임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게임은 내려받기가 100만 건에 이르지 못하고, 게임을 지속해서 하지 않는 이용자가 다수라고 한다. <기묘한 이야기> 같은 넷플릭스의 유명 IP로 만든 게임조차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향후 전략은 분명하다. 2022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넷플릭스는 가장 큰 경쟁자로 ‘에픽게임즈’와 ‘틱톡’을 꼽았다. 사람들이 넷플릭스 대신 게임과 짧은 동영상(숏폼)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 편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넷플릭스가 영상 콘텐츠 단일 품목으로는 이용자 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의 다양성을 추구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모바일게임 사업이다.
영화와 드라마·예능 등 티브이(TV) 프로그램 이상을 제공하겠다는 넷플릭스의 의도는 분명하다. 영상 콘텐츠의 라이브러리에 게임 라이브러리를 추가하겠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매월 내는 비용으로 더 만족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를 원한다.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사업에 접근한다. 넷플릭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게임으로 다양성 확보
오랫동안 게임사업을 해오며 스트리밍 플랫폼에 언제라도 게임을 접목시킬 수 있는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프라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 공룡’인 디즈니는 오래전부터 자사 IP를 활용한 게임 라이브러리 확충에 주력했다. 아마존도 2022년 나온 게임 <뉴 월드> 등 주목받은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게임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좀더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넷플릭스의 이런 행보는 최근 게임업계에 부는 클라우드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클라우드 게임은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임을 이용자의 하드웨어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게임을 CD 등의 매체 형태로 구매하거나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이용자의 하드웨어에 설치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영화와 동영상이 ‘주문형비디오’라는 기술과 ‘구독경제’라는 흐름을 만나 OTT 플랫폼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게임과 관련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같은 기술은 확장할 여지가 크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VR(가상현실) 등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로 적용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다. 지금부터 쌓아나가는 게임사업 노하우가 궁극적으로는 넷플릭스가 벌일 다양한 사업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 될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가장 큰 소망은 자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 ‘슈퍼 앱’이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해 모든 욕구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과거 인터넷 초기 포털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 트래픽을 독점하려 했던 IT 기업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OTT 강자들 또한 자사 플랫폼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 시작이 게임이다. 몇 년 지나면 OTT 플랫폼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멀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불릴 날이 올지 모른다.

* 문동열 칼럼니스트는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콘텐츠산업 전문가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며, 콘텐츠 제작과 금융이 전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원을 졸업하고 LG인터넷과 SBS콘텐츠허브 등에서 방송·게임·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콘텐츠 금융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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