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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보유국들 찬반 ‘핵분열’
[Cover StoryⅠ] 원전 재앙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앙겔라 쾨크리츠 외 economyinsight@hani.co.kr


앙겔라 쾨크리츠 Angela Köckritz <디 차이트> 아시아 담당 편집인

   
 
중국인들은 요즘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해안 지역에 사는 임신부들은 내륙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중국 정부는 일본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고 있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원자력발전 계획을 재고한다는 의미일까?
현재 중국은 원자로를 13기 보유하고 있는데 2015년까지 40기로 증설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50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리쥔 환경보호부 부부장은 최근 “일본 사태에서 교훈을 얻고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일지언정 중국의 원자력 계획에는 변동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속히 원자력 확장을 바라는 옹호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의 마찰로 인해 몇 달 전부터 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중국이 그렇게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전문인력이 확보돼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중국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최대 에너지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다. 여전히 에너지 공급의 70%를 석탄이 차지한다. 베이징은 이 비율을 반드시 낮추려고 한다. 2020년까지 에너지 공급의 15%를 비화석 연료에서 생산한 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어떻게’가 문제이다. 중국 그린피스 활동가 리얀은  “어떤 형태의 에너지로 에너지 공급의 어떤 부분을 충당할 것인지에 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신재생 자원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대규모 수력발전 프로젝트와 원자력에 주력한다. 그리피스 같은 환경운동단체들은 에너지 절약 및 풍력이나 태양 에너지 등 진정으로 깨끗한 에너지 자원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되는 양은 9%가 좀 넘지만,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안 된다고 리는 전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도 고차원적 주제에 머물러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물, 공기, 토양 등의 오염을 염려한다.”
하지만 곧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의 원자력발전소는 모두 해안에 있어 태풍이나 쓰나미에 취약하다. 중국 <인민일보> 자회사인 <인민 네트워크>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견을 제시한 사람 가운데 255명이 원자력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에 지지 의사를 밝인 이들은 불과 23명에 그쳤다.

마르틴 클링스트 Martin Klingst <디 차이트> 워싱턴 특파원  

쓰나미가 일본에 원자력 재앙을 일으키기 하루 전, 미국에서는 프레드 업턴 공화당 의원이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프랑스나 일본은 4~5년밖에 안 걸리는데 왜 미국은 10~12년씩 걸리는가”라며 미국 원자력발전소의 오랜 건설 기간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자력발전소 허가 절차와 건설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다.
   
 

일본에서 발생한 원자력 재앙은 ‘경종’인 셈이었다고 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에 우호적인 코네티컷 출신 상원의원 조 리버먼은 말한다. “이번 사태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일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잠시 휴지기를 기질 수도 있다.”
일본에서 날아온 소식은 미국인들의 쓰라린 기억을 일깨웠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79년 3월28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헤리스부르크 인근 스리마일섬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자들이 닷새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가까스로 대재앙은 피할 수 있었다. 이곳의 원자로를 해체하고 오염물질을 해독하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피해 복구에만 약 10억달러가 들었다.
스리마일섬 사고와 체르노빌 폭발, 그리고 2001년 9·11 테러로 인해 원전 관련 안전규정은 점점 강화됐다. 은행과 투자자의 눈에는 이로 인한 비용이 너무 비싸고 위험해 보였고, 결국 원전 건설을 외면했다.
하지만 부족한 원유 및 천연가스를 둘러싼 경쟁과 중동 지역의 정치 불안, 지구온난화 등의 이유로 지난 5년간 원자력은 르네상스를 맞게 됐다. 공화당 의원뿐 아니라 많은 민주당 의원들도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은 현재 42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적어도 10여 개 노후된 원자로의 가동 기간이 연장될 것이다. 또 5곳의 원자력발전소가 이미 건설 중이고,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1곳은 내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약 360억달러를 원자력을 위한 예산으로 책정했다. 대부분 대출로 마련한 재원인데 2020년까지 최소 20개의 새로운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쓸 것이다.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은 3월 중순께 의회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원대한 비전을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일본 쓰나미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었고, 일부 의원들은 벌써 새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을 요구한다. 미국 원자력발전소 31곳이 일본형 원자력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지진 위험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의 디아블로캐니언과 샌오노프레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요하네스 포스핀켈 Johannes Voswinkel <디 차이트> 모스크바 특파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한발 앞서 세계 정상들 가운데 가장 먼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지진 희생자에 대한 위로를 표명하고 일본 피해 지역의 전기 공급 안정화를 위해 액체가스와 석탄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가장 심각한 원자력 사고를 경험한 국가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당시 소련의 넓은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런 경험을 살려 일본에 신속한 원조를 제안함으로써 재빠르게 지정학적 현안에 접근했다. 현재 두 나라는 쿠릴열도를 둘러싸고 심각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투자자이자 첨단기술 이전국으로서, 지역 내 중국 패권에 대항할 동맹국으로서 일본이 필요한 입장이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유럽 지역에 사는 많은 러시아인에게 일본은 그들 삶의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 언론의 외국 소식 보도도 전통적으로 충분하지 않고, 지진이 발생한 날에도 텔레비전은 속보나 특별방송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한 공개토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이 활발한 것도 아니고 체르노빌은 억압되고 잊혀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시절 이미 원자력 에너지의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게다가 정치인들에게 원자력산업을 비판하는 것은 성역을 건드리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옛 소련 시절 인류의 진보로 받아들이던 핵분열은 러시아에 패권적 지위에 대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핵의 민간 사용과 군사적 사용은 오늘날까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러시아는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핵무기만이 자국의 안보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러시아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몇 안 되는 산업 분야에 속한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원자로 40개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은 인도, 시리아, 터키, 벨라루스 등에서 30건의 수주를 받았다. 

게로 폰 란도우 Gero Von Randow <디 차이트> 편집자·출판인·언론인

   
 
앙리 귀에노 사르코지 대통령 보좌관은 일요일 저녁 텔레비전 방송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원자력 재앙이 프랑스의 원자력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반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만큼 안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시간 약 400명의 사람들이 원자력 전기로 조명을 밝히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원자력 프로그램의 중단을 요구했다. TV 방송에서 이를 잠깐 보도했으나 대중적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위대의 적은 수는 전력 생산의 80%를 원자력으로 충당하는 프랑스에서 전 국영기업의 입지가 에너지 정책 때문에 흔들린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아무튼 이것은 정부와 국민 간이 아니라 정부 내 우파와 좌파의 두 큰 집단 사이에서 적용된다. 가장 최근의 2007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원자력은 효과보다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아직 카페에서 논쟁 대상이거나 선거 주제가 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앞으로 사회당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지금까지 원자력 부문 종사자 편에 섰던 사회당은 2012년 대선에서는 난관 극복을 위해 녹색당과의 연합이 필요하다.
녹색당은 논쟁에 몰두할 수 있는 주제를 갖게 됐다. 능숙하게 이 주제에 착수했다. 즉, 공화제의 첨병을 이용하는 것이다. 원자력 포기가 아니라 국민투표 요구가 그들의 구호이다. 이런 요구는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프랑스 국민의 압도적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다.
원자력 반대론자들은 프랑스인에게 특징적인 심리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프랑스의 원자력산업은 철저히 정치적이다. 원자력은 핵무기의 근본인 동시에 수출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큰 희망이다. 다만, 원자력이 여전히 성장하는 시장인지 아닌지가 불확실해졌을 뿐이다.  

라이너 루이켄 Reiner Luyken <디 차이트> 영국 특파원

1957년 영국 북서 해안에 위치한 윈스케일 원자로 1호기에서 발생한 화재는 원자력을 통한 전력 생산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잘못 설계되고, 정비가 부실한 인근 셀라필드의 핵 재처리시설은 1980년대 유럽 지역 전역에 걸쳐 일어난 초기 환경운동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이곳에서는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일본 원전 사태에 대한 이곳 반응은 더욱 놀랍다. 체르노빌 사고 때 느낄 수 있었던 걱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독일과는 달리 원자력의 종말을 언급하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다. 언론에서 원자로 사고의 심각한 결과에 대해 별로 보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종전에 원자력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일간지 <가디언>은 사설에서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미래 에너지 정책 결정의 토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썼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지금보다 더 합리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한다.
오랫동안 원자력에 적대적 입장을 보여온 자유당도 태도를 바꿨다. 과거 원자력 반대론자였던 이들의 상당수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투쟁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가망이 없다고 확신한다.
올해 92살의 환경운동가인 제임스 러브록이 그 동기를 제공했다. 영국 환경운동의 대부인 그가 2004년 친원자력 단체인 원자력을 위한 환경운동가 그룹에 가입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옹고집 환경운동가던 그가 원자력 전기에 투항하면서 다른 환경운동가들은 곤경에 처했다.
이듬해 영국 정부는 환경운동 전반에 퍼져 있는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가능성을 엿봤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없이는 장기적 에너지 공급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다. 토니 블레어는 원자력 전기에 대한 명예회복 캠페인을 추진했고, 후계자인 고든 브라운과 데이비드 캐머런도 신중하고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펼쳐나갔다.
ⓒ DIE ZEIT·번역 김지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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