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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운임, 활기 찾은 조선소
[SPECIAL REPORT] 다시 찾아온 조선업 대호황- ① 배경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리룽첸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찾아온 조선업 대호황이 2022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의 두 축인 한국과 중국에선 일감이 폭주해 조선업체들의 선박 건조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폐쇄된 조선소의 재가동이 잇따른다. 운임 폭등으로 떼돈을 번 해운사들은 앞다퉈 투자에 나섰고, 인터넷 대기업과 전기자동차 업체까지 선박 발주에 뛰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자동차운반선의 수요도 늘었다. 이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는 조선업계의 현황을 살펴본다. _편집자

리룽첸 李蓉茜 <차이신주간> 기자

   
▲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황하이조선소. 조선업 대호황을 맞아 최근 폐쇄된 중국 조선소의 재가동이 잇따르고 있다 REUTERS

얼마 전 도색한 갠트리크레인(문틀 모양의 기중기)에는 ‘헝리(HENGLI)중공업’이란 글자가 선명했고 정비를 마친 작업장에는 활기가 돌았다. 거대한 선박 건조 독(Dock)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대형 유조선을 수리했다. 9년 전 문 닫은 중국 북부 최대 조선소 STX다롄 공장이 2022년 7월부터 다시 살아났다. STX다롄조선유한공사는 한국 STX그룹이 투자해 만든 외국인 독자 기업이다. 2006년 다롄시 ‘제1호 외국인투자 사업’으로 설립됐으나 2013년 빚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2022년 초 석유화학 대기업 헝리그룹(恆力集團)이 STX다롄의 파산관리인이 되어 오랫동안 닫혔던 독을 인수했다.
남쪽에서는 한때 중국 최대 민영 조선소이던 룽성중공업(熔盛)이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룽성의 전직 임원이 창업한 기업이 7년 동안 방치됐던 룽성중공업을 되살렸다. 저장성 저우산시 창훙국제선박수리조선유한공사(長宏)도 기업회생 절차를 마친 하이항그룹(海航集團) 산하 선박제조사 진하이즈자오(金海智造, Jinhai Intelligent Manufacturing)의 인수를 추진했다.
룽성과 STX다롄, 진하이는 한때 중국 최대 규모의 비국유자산 조선소였다. 이들의 기사회생은 조선업이 새로운 호황기에 진입하는 것을 보여준다. 류쉰량 상하이선박중개인협회 사무국장은 “지난번 조선업 하락기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던 업체의 생산시설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뿐 아니다. 2022년 10월28일 한국 최대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은 5년 전부터 조업을 중단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산조선소를 다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으로 한국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의 세계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소 재가동
중국선박공업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2022년 1억 중량톤(DWT)을 돌파했다. 10월 말에는 2016년 이후 최고치인 1억141만DWT에 이르렀다. 일정 규모 이상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전부 포화상태다. 저우수 상하이해운교역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도 7천만DWT 수준으로 주요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모두 동원된 상태”라며 “중국과 한국이 세계에서 새로 만드는 선박의 80%를 수주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가동할 생산능력이 별로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6~2020년 세계 평균 신규 선박 발주량이 7천만DWT이었다. 2021년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증해 1억4천만DWT으로 늘었고, 2022년 7천만DWT 수준으로 떨어지리라고 본다. 시장이 호황인 듯 보이는 건 부분적으로 가용 생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빈 독을 찾기 힘들어지자 조선소의 발언권이 커졌고 선박 가격이 올랐다. 2021년부터 신규 선박 건조 가격이 전반적으로 25% 뛰었다. 가격 상승률은 18만 톤(t)급의 전형적인 대형 건식 벌크선 약 3분의 1,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40%, 1만6천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 컨테이너선 약 50%다.
선박 가격이 뛰자 다양한 자본이 몰려들었다. 다른 업종 기업도 배를 발주했다. 알리바바는 2021년부터 컨테이너해운 사업을 시작했다. 알리바바와 밀접한 즈위안해운(致遠航運)이 2022년 선박 발주나 투자에 쓴 돈이 8억1천만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 즈위안해운의 선박 발주는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제조사 비야디(比亞迪, BYD)는 자동차 7700대를 운반할 수 있는 로로(Roll-on & Roll-off)선 8척을 발주했다. 전체 건조 비용이 약 50억위안(약 9300억원)이었다.
선박은 금융 속성이 강한 자산이다. 한 번 발주할 때마다 금액이 수십억위안에 이른다. 일부 투자자는 이런 특성을 선호한다. 심슨스펜스앤드영(Simpson Spence & Young) 상하이지사의 왕이저우 신조선박부 총경리는 “선박은 한 번에 투자하는 금액이 많고 투자자가 보유한 여유자금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쉰량 사무국장에 따르면 과거에 비전문 선주는 대부분 광산, 석유화학, 곡물, 무역 회사 등 화주였다. 인터넷기업과 자동차제조사가 선박 건조 대열에 합류한 것이 이번 주기의 특징이다. “조선소의 건조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즈위안해운이 필요한 선박을 더 일찍 발주했을 것이다.”
투자업계 인사는 “중국에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믿을 수 있는 투자사업이 많지 않아 일부 대형 자금은 선박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한다”며 “조선소의 부지 면적이 넓고 좋은 해안을 확보한 것도 자본이 눈여겨본 점”이라고 말했다. 이미 투자한 자산을 활용하고 유효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정책의 요구에 따라 지방정부도 투자자를 유치해 여러 해 동안 방치한 조선소를 다시 가동하도록 설득했다. 조선소 관리자는 “각 지역 조선소가 관련 산업과 지역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은 주기성이 강하고 리스크 변동성이 큰 업종이다. 제조와 관리 등 운영이 복잡해 안정적으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번 선박 건조 물량이 급증한 시기에 건설사 출신 장즈룽, 황산녠이 조선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곤경에 빠져 큰 손실을 입었다. 생산·관리에 익숙하지 않고 주기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한 경험이 없어서다. 탄나이펀 중국선박공업협회 부사무국장은 “헝리중공업이 조선업계 ‘신참’이라서 기반시설을 복구하고 정비하는 것과 함께 산업의 발전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리스크 방어에 주력하며 안정적인 성장 노선을 걸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증한 것은 이번 호황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2022년 10월 말 중국원양해운(中遠海運控股, COSCO)이 2만4천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선 12척을 발주했고, 전체 건조 비용이 28억7800만달러라고 밝혔다. 조선소에 독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2026~2028년 선박을 인도하는 조건이었다. 이 12척을 추가하면 중국원양해운이 발주해 건조 중인 선박이 총 46척, 88만TEU에 이른다. 만드는 선박 규모가 운송력 세계 1위의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 다음으로 많다.

   
▲ 2022년 10월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서 중국원양해운(COSCO) 컨테이너선에 화물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 해상 운임이 치솟아 최근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증했다. REUTERS

해운업 수익 급증
중국원양해운 외에 세계 선두 컨테이너 선사 MSC와 머스크, CMA CGM, 하파크로이트(Hapag-Lloyd), 창룽해운(長榮, Evergreen) 등도 2021~2022년 새 배를 대량 발주했다. 중위권 컨테이너 선사도 뒤를 따랐다.
저우수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주한 물량을 보면 앞으로 3년 안에 컨테이너선 1천 척이 인도될 예정”이라며 “이는 현재 운영하는 선대의 30%에 해당하는 규모고, 주요 조선소의 독에 빈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선박공업무역유한공사의 관리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해운업이 호황을 누린다”며 “2만4천t급 컨테이너선이 동아시아~유럽 항로를 두 번 운항하면 같은 규모의 선박 한 척을 만들 자본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부른 공급망 문제로 해운 운임이 올랐고 컨테이너선 선주는 많은 돈을 벌었다. 중국원양해운의 1~3분기 모회사 귀속 순이익이 2021년 892억9600만위안, 2022년 972억1500만위안으로 놀라운 실적을 거뒀다. 10대 컨테이너 선사가 발표한 실적을 보면 2021년 순이익이 1천억달러에 이른다. 2022년 장기계약 운임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10대 선사의 순이익이 약 800억달러였다. 시장에서는 2022년 순이익이 14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사 전략투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은 현금흐름이 넘칠 때 선박 등 자산을 매입해 운송력을 늘리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 이렇게 해야 다음 하락 주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천즈강 선박중개인은 “거액의 이익을 얻은 선사가 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일 뿐 아니라 세금과 배당금을 줄이기 위해서도 선박 발주를 늘렸다”고 말했다.

선사들 확장 경쟁
이번에 MSC가 가장 많은 선박을 발주했다. 2022년 들어 MSC는 신시대조선과 양쯔강조선, 다롄선박중공업, 톈진신항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중국과 한국 조선업체에 잇따라 주문을 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발주 규모가 총 60척, 64만TEU로 늘었다.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이 모두 125척, 174만TEU 규모다. 현재 운영하는 선대의 38%에 해당한다. MSC는 2022년 초 머스크를 추월해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가 됐다. 만드는 선박이 모두 인도되면 MSC의 운송력이 경쟁업체들을 크게 앞지를 전망이다.
세계 3위 CMA CGM도 최근 운송력을 늘리고 있다. 10월 말 후둥중화조선소(滬東中華)에 2만4천TEU급 선박 4척을 발주했다. 이로써 CMA CGM이 건조 중인 선박이 79척, 68만TEU로 늘었다. 2021년 말 직원들에게 두둑한 상여금을 안겨줬던 대만의 창룽해운도 새 선박을 발주했다. 창룽해운은 현재 51척, 49만TEU 규모의 선박을 주문한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대규모 발주가 이어져 건조 중인 컨테이너선이 1천 척, 750만TEU에 이른다. 현재 건조 능력의 29%에 해당한다. 2020년 10월 말의 8.45%보다 크게 늘었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완성될 선박이 많고 운송력 과잉의 위험이 커진다.

ⓒ 財新週刊 2022년 제46호
造船業盛景再現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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