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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량 내리막, 파산 우려 낮아
[SPECIAL REPORT] 다시 찾아온 조선업 대호황- ③ 전망
[153호] 2023년 01월 01일 (일) 리룽첸 economyinsight@hani.co.kr

리룽첸 李蓉茜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랴오닝성 다롄 창싱섬에 있는 헝리그룹 석유화학복합단지에 선적할 폴리에스터 원료 포대가 쌓여 있다. 헝리는 2022년 7월 중국 북부 최대 조선소 STX다롄을 인수했다. REUTERS

거대한 강판 전처리 공장에 있는 중장비에는 먼지가 가득하다. 우뚝 솟은 갠트리크레인의 붉은색 페인트칠은 빛이 바랬고, 크레인이 이동하는 트랙은 녹슬었다. 대형 독 4개는 여전히 비어 있다. 2호 독은 물이 가득 차 있고, 3호 독에는 만들던 선박이 방치돼 있다. 장쑤성 루가오시 창칭샤도에 있는 룽성중공업 조선소는 여전히 황량했다. 하지만 7년 동안 문을 닫았던 이 대형 조선소는 곧 재가동해 조선업 호황의 왕성한 수요를 붙잡을 예정이다.
여러 선박중개기관에 따르면 쓰보(思舶)공업과학기술공사가 그리스의 유명 선주 카디프마린(Cardiff Marine)과 건식 벌크선 14척의 건조 의향서를 체결했다. 초대형 건식 벌크선 6척과 중형 건식 벌크선 4척의 본계약, 중형 선박 4척의 예비계약이다. 모두 5억8천만달러(약 7519억원)어치의 배를 룽성중공업의 독에서 만들 예정이다. 룽성중공업의 전직 최고운영책임자 루안샤오밍이 쓰보공업을 창업했고 법인대표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2022년 7월 설립한 쓰보공업은 사업 분야를 기술서비스와 화물수출입, 선박판매로 등록했다. 선박건조 사업은 없었다. 루안샤오밍은 2014년 룽성중공업을 떠나 2015년 선박설비 거래를 주선하는 쓰보왕(思舶網, ShipParts.com)을 만들었다. 쓰보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룽성중공업의 독 하나를 20년 동안 임대했다”며 “여러 해 동안 방치된 설비와 시설을 다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룽성, STX다롄, 진하이즈자오
오래 방치된 시설을 다시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소 기술 담당자는 “독과 작업장, 크레인 등 대다수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다시 가동하려면 10억위안이 넘는 자금과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소는 어느 정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 대형 설비를 임대해 쓸 수 있다. 배를 건조하면서 동시에 기술 변화를 추진해도 된다. 조선소 생산관리 담당자는 “선박을 수주하고 가격만 좋으면 다른 문제는 탄력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몇 개월 동안 조금씩 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선박중개인은 “카디프마린과 쓰보공업의 건조 의향서는 요행을 바라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쓰보공업이 룽성중공업의 기업회생을 마무리하고 환급보증을 한다면 카디프마린은 싼값에 독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회생에 실패해도 양쪽은 큰 손실이 없다.
룽성중공업이 재가동에 성공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9년 동안 방치된 STX다롄은 헝리중공업에 의해 살아났다. 헝리그룹은 2022년 7월 헝리중공업을 설립했다. 이를 운영 주체로 삼아 장싱도에 있는 STX다롄의 13개 기업 자산을 17억2900만위안(약 3223억원)에 낙찰받았다. 5만㎡ 규모의 STX다롄 조선소에는 초대형 독 1개와 대형 독 4개가 있다. 애초 조선소 설립에는 약 200억위안이 들어갔다.
천젠화·판훙웨이 부부가 1994년 설립한 헝리는 방직업으로 시작해 정유, 석유화학, 폴리에스테르 신소재 개발 등 섬유산업 가치사슬 전체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7년 세계 500대 기업에 선정됐다. 2022년에는 매출액 7323억위안으로 기업 순위 75위에 올랐다. 2021년 팡훙훼이는 “대형 건설사업으로 회사의 생산능력을 고도화하고 ‘석유 한 방울’에서 ‘섬유 한 가닥’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전략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은 그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조선업은 헝리의 원유, 석탄, 제품 운송을 지원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시장 상황과 내부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식 벌크선과 유조선, 해양플랜트선박에 주력할 계획이다.” 헝리중공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현재 보유한 자산을 재가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후 토지와 해안 자원을 충분히 이용해 조선과 해양플랜트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회사에 필요한 연해 건식 벌크선 4척을 건조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이 배들은 헝리그룹의 부두에 맞춰 설계한다. 이후 헝리에서 운영하는 선대에 배를 합류시켜 친황다오~다롄 구간의 석탄 운송에 투입할 예정이다.
선박중개기관은 “헝리가 외부 주문을 수주할 준비를 한다”고 전했다. “유동성이 풍부해 선주에게 환급보증을 할 수 있다. 선박 건조 기간의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다. 일부 국제 해운사가 가격을 문의하고 협력 의향을 밝혔다.”
한때 저장성 최대 조선소이던 진하이즈자오도 장쑤성 향진집체자본에 의해 재가동할 가능성이 생겼다. 진하이즈자오 관계자는 “이미 조선소의 독을 장양시 샤강가도 창장촌 소속 저우산창훙국제(舟山長宏國際)가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하이즈자오의 옛 회사명은 진하이중공업으로 파산한 하이항그룹 자회사다. 저우산시 다이산현 본섬에 2개, 창투섬에 4개의 대형 독이 있다. 저우산창훙국제는 2009년 설립된 선박수리 업체다. 2019년 저우산 푸퉈구에 있는 어우화(歐華)조선을 9억5820만위안에 인수했다. 저우산창훙국제는 다이산 본섬의 2개 독을 인수했고 창투섬 독 2~3개를 임대해 선박수리 업무를 하고 있다. 타이저우커우안조선(泰州口岸船廠)은 타이저우창친선박(泰州長勤)과 타이저우창웨(泰州長越)에 의해 2020년 말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했다. 2022년 신규 선박 2척을 수주했다.

   
▲ 2022년 11월 칠레 발파라이소 항구에 정박한 중국원양해운(COSCO) 컨테이너선. 지난 2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린 컨테이너선 시장은 2022년 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REUTERS

줄도산의 기억
룽성과 STX다롄, 진하이즈자오가 겪은 처절한 흥망성쇠의 과정을 시장은 기억하고 있다. 방치됐던 이들 조선소를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은 업계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뒤 2003~2008년 무역과 해운, 조선업이 호황을 누렸다. 여러 분야 투자자가 조선업에 진출해 막대한 돈을 투입해 조선소를 설립하고 생산능력을 확장했다. 대표 사례로 장즈룽이 룽성을 설립했고, 하이항그룹은 황산녠에게서 진하이즈자오를 인수했다. 한국 자본의 STX다롄 설립도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형 조선소 퇴직 임원인 후퉁저우는 “21세기 들어 처음 호황을 겪은 조선업계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고 말했다. 그때는 한 해 평균 거래량이 1억5천만 중량톤(DWT)이 넘었다. 2008년에는 2021년의 두 배인 2억7천만DWT의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확장된 시설이 가동할 무렵인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해운무역이 급감하고 선박 수요가 줄고 조선소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졌다. 2008~2011년 일반 선박의 시장가격이 30~50% 하락했다. 선주가 미리 내야 하는 선수금 비율도 금융위기 이전의 60~80%에서 30~50%까지 내려갔다.
2013~2016년 조선업체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룽성과 좡지(莊吉)조선, 정허(正和)조선, 밍더(明德)중공업, 화타이(華泰)중공업, 춘허(春和)그룹 등 민영기업과 순톈(舜天)선박, 우저우(五洲)선박, 원저우(溫州)해운 등 국유기업, STX다롄 등 외자기업까지 기업회생 또는 청산 절차를 밟았다.
새 시설은 대부분 시장에서 퇴출됐고 상대적으로 나은 경쟁사의 발목을 잡았다. 중소형 컨테이너선 제조사 어우화조선은 2018년 파산했다. 40년 넘는 경력을 가진 타이저우커우안조선은 2020년 파산 신청을 했다. 2007년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던 중국선박그룹(中國船舶集團, CSSC)은 2016년과 2017년 연속 적자가 20억위안이 넘어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기업회생 전 룽성이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가 224억4400만위안이었다. 룽성은 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하는 형식으로 청산을 피했고, 은행은 어쩔 수 없이 룽성의 주주가 됐다. 진하이즈자오는 조선업계에서 특수한 사례였다. 하이항그룹이 자금을 지원해 위기를 넘기고 노르웨이 관련 기업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량 수주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하이항그룹이 곤경에 빠지는 바람에 토지와 설비의 임대인으로 전락했고, 2021년 초 하이항그룹의 합병·기업회생 자산으로 분류됐다.
침체기를 겪은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부 조선소가 부지를 수용당하고 보상금을 얻은 덕에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다리나 풍력발전기 타워 등 철구조물을 만들면서 버틴 조선사도 있다. 룽성과 진하이즈자오도 일부 부지를 다른 기업에 임대해 철구조물 공사를 하고 있다.”

   
▲ 2022년 4월 중국 상하이 양산항에서 무인운반차량(AGV)이 화물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컨테이너 운임이 떨어져 운송선박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REUTERS

설비 과잉 경계
업계 관계자들은 “방치된 시설을 되살리면 생산능력 과잉과 가격경쟁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류쉰량 사무국장은 “파산한 조선소를 살리는 것이 새로 만드는 것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들이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 선박 건조 시장의 새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설비 과잉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중국신조선박가격지수(CNPI·China Newbuilding Price Index)가 21개월 연속 상승한 뒤 최근 두 달 하락했다.”
지난 2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린 컨테이너선 시장은 2022년 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급망 위기가 완화되고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해운 수요가 급감했다. 컨테이너 운송력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궈샤오하이 전 CMA CGM 중국 부사장은 “2023년 완공되는 선박이 투입되면 수급 불균형이 악화하고 일부 컨테이너선 발주가 취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 독립선주인 시스팬(Seaspan)이 2022년 9월15일 선박 건조 계약을 취소했다.” 한국 케이조선(KShipbuilding)이 수주한 77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계약이다. 이스라엘 화물해운사 짐(ZIM)과 장기 용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배들이다. 2022년 하반기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자 짐의 태도가 신중해졌다. 컨테이너해운사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임이 떨어져 운송력이 공급과잉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건식 벌크선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1년 발주량이 5천만DWT으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해운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발주량이 줄었다. 심슨스펜스앤드영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기둔화에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겹쳐 발틱건화물운임지수(Baltic Dry Index)가 2021년 10월 이후 80% 하락했다. 그 영향으로 2022년 11월 중순까지 벌크선 발주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약 240척, 1900만DWT에 그쳤다. 후퉁저우는 “조선업에 새로 진출한 기업은 주기성이 강한 업종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 초 침체기 때 조선소 건설에 투자한 자금은 처참한 손실을 기록했고 오랫동안 조선업의 발목을 잡았다.
2023년 신규 컨테이너선 발주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해운·조선업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달러화 고금리에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가 겹쳐 컨테이너선과 건식 벌크선 해운시장의 상황이 위축됐다. 연구소는 2023년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이 2022년보다 약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테이너 해운시장이 나빠지면 많은 조선소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선박중개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이 침체되면 선주가 건조 중인 선박의 트집을 잡아 배를 기한 안에 인도할 수 없도록 해서 거액의 벌금을 받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선소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조선소 관리자는 “조선소와 선주의 갈등이 격화하면 국제중재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며 “21세기 초에도 건식 벌크선의 인도 지연으로 많은 소송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이저우 총경리는 “계약 위반 때 너무 큰 비용이 들어 선주가 선박 발주를 취소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호황기에 신규 선박 선수금 비율이 60~80%로 늘었다. 일부 중소형 선주는 선박 대금과 비슷한 환급보증을 제공했다. 선주가 직접 발주를 철회하면 손실 규모가 너무 커서 대규모 계약 철회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창장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한국, 일본 조선업계가 대규모 통합을 겪어 극심한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치된 시설을 재가동하는 것이 조선소 신설보다 돈이 적게 들어 조선업계 대규모 파산은 재현되지 않을 전망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46호
造船業盛景再現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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