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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재정 건전화 일부 효과, 취업난 가중 경제침체 우려
[FOCUS] 프랑스 정년 연장 논란- ① 득실
[152호] 2022년 12월 01일 (목) 로랑 자노 economyinsight@hani.co.kr

로랑 자노 Laurent Jeanneau
장크리스토프 카탈롱 Jean-Christophe Cata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9월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부 브르타뉴주 생나제르에 있는 프랑스 최초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부를 늘리기 위해 “더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UTERS

“더 일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말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함이 아니다. “생산량을 늘려” 국내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함이다. 더 일하고, 돈은 덜 받을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이뤄진 연금개혁으로 연금수령액의 비교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니 프랑스 국민이 현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배경이 이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을 밀어붙일 것이다. 2022년 9월22일 뉴스 전문 방송 <베에프엠 테베>(BFM TV)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그랬다. “진실을 말하겠다. 더 일해야 한다. 더 일해 국내의 부를 늘려야 한다. 사회정의 정책을 보호·유지하고 프랑스 사회모델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금제를 손보려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법적 정년이 2031년부터 62살에서 65살로 늦춰지는 것만 거의 확실해 보인다. 문제는 갈등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바로 퇴직 나이에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명령’과 반대로, 정년이 가까워지는 프랑스 국민의 대다수는 되도록 빨리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
2021년 조사에서 프랑스 노동자 10명 중 6명이 60살 또는 그전에 퇴직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프랑스 국민이 꼽은 이상적인 퇴직 나이는 평균 60.6살이다. 2010년 법적 정년이 60살에서 62살로 늘어났다. 프랑스 국민이 생각하기에 일을 시키기 부적절한 나이는 평균 63.4살로 조사됐다. 정부의 개혁안 카드가 국민 의견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다.

쫓겨나는 노동자
주변 나라보다 프랑스에서 ‘일터에서 뼈를 삭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두드러진다. 2020년 노화·건강·은퇴 설문조사(SHARE)에서 50~64살 프랑스 국민의 63%가 정년이 이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유럽연합 평균보다 6%포인트나 높다.
프랑스 국민이 구제 불능 게으름뱅이라서 그런 걸까? 그렇지 않다. 사실 프랑스 국민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임금노동자의 극히 일부에게 정년 연장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노동이 곧 자아실현이자 성숙이고, 가치 실현이자 자아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일터에서 자신이 유용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퇴직이야말로 노화의 증거다. 그리고 늙는 것이 두렵다. 그런 일중독자는 관리직이나 고학력 전문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대다수 노동자는 정년을 기다리는 사치를 부릴 수 없다. 일을 더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더 할 수 없어서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정년이 되기 전 노동시장에서 쫓겨난다.
“더 일할 수 있으려면 일단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프랑스 국립기술직업원(CNAM)의 일자리노동연구소(CEET) 소속 통계학·인간공학연구원 세르주 볼코프는 말했다. 그는 “프랑스 노동자의 평균 퇴직 나이가 연금 수령 개시 나이보다 훨씬 적다”고 했다.
노동에서 퇴직으로 가는 여정이 항상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많은 프랑스 국민은 길든 짧든 회색지대에 머물러야 한다. 회색지대는 임금도 연금도 받지 못하는 ‘불편한 대기실’이다. 2021년 조사에서 62살 프랑스 국민 중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은 16.7%로 집계됐다. 그 가운데 3%는 실업자, 13.7%는 비노동활동인구다. 능동적연대수당(RSA·실업수당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재취업할 때 부족분만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이나 장애수당, 배우자 소득에 기대어 생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순간에 찍힌 사진만 보고 보편적 정책을 세울 수 없다. 각 개인의 여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서다. 50~67살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1950년생 가운데 원래 일하던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한 사람은 60%에 불과하다. 나머지 40%는 임금도 연금도 못 받는 회색지대에 머물러야 했다. 그중 7%는 연금이 나오기 전까지 실업급여로, 3%는 질병 또는 장애로 일을 그만두고 수당으로 생활했다. 나머지 30%의 여정은 그보다 복잡했다. 재취업, 실업, 공백기를 이리저리 거치다가 정년을 맞이했다.

   
 

빈곤의 통로
회색지대에 있는 프랑스 국민에게 정년 연장은 좋은 소식일 수 없다. 경제학자 미카엘 제무르는 2010년 연금개혁으로 법적 정년이 62살로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60~61살 고용률이 20%포인트 늘어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제무르는 말한다. “고용과 정년퇴직을 연결하는 ‘빈곤의 통로’가 길어졌다.”
경력 연장을 위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60~61살 육체노동자 가운데 정년까지 일하지 못한 사람이 16%포인트 늘었다. 결과적으로 2019년 61살 육체노동자의 고용률이 28%에 그치고, 정년 이전 퇴직률은 35%에 이르렀다. 2010년 연금개혁은 빈곤 통로에 진입하는 나이를 늦췄을 뿐 아니라 거기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건강 전문 잡지 <상테&트라바이> (Santé & travail)의 프랑수아 데스리오 편집장은 “정년까지 일하지 못한 사람을 보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건강 문제로 해고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장애수당이나 능동적연대수당으로 생활하는 등 사회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정년 연장은 더 극심한 빈곤화로 가는 길이다. 연금보험료 납입 기간이 감소해 받을 연금이 줄어든다.” 프랑스 정부 통계연구소(DREES)에 따르면 조기퇴직한 노인의 빈곤율이 32%에 이른다. 일하거나 연금을 받는 노인의 빈곤율은 7%다.
프랑스 고용국(POLE EMPLOI)에 가입한 조기퇴직자는 실업보험과 연금개혁 사이에 끼인다. 2002년 실업보험 개혁으로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최대 60개월에서 36개월로 이미 대폭 줄었다. 아니 졸리베 일자리연구소 연구원은 말했다. “55살 이후 실직하면 정년이 될 때까지 실업수당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빈곤의 주머니’가 생겼다. 정부는 실업보험을 재취업 유도 수단으로 쓰려고 한다. 일자리가 없으면 실업수당을 줄이는 것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노인에게 일자리는 희귀품이나 다름없다.

   
▲ 2021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한 실업자가 “희생된 세대, 능동적연대수당이 필요하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정년을 늦추면 실업수당과 능동적연대수당 지급액이 늘어난다. REUTERS

의미 잃은 노동
육체노동자만 일터에서 고통스러운 건 아니다. 관리직도 힘들다. 특히 사회심리적 위험도가 크다. 프랑수아 데스리오 편집장은 “육체노동을 하는 것과 달리 관리직은 심리적 피로도가 높다. 관리직 노동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의미가 없다거나 평소 자신의 가치와 충돌한다고 느낀다. 아니면 노동의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나 상사에게 보고하고 결재받는 데 시간을 많이 허비한다고 생각한다.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번아웃(탈진)으로 55살에 일을 그만두고 1년 반의 공백기를 보낸 사람이 재취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만은 주로 ‘업무 부담’에서 비롯한다. 회사는 업무 속도를 높이라고 직원을 보챈다. 관리자는 비생산적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줄여야 한다. 업무는 획일화하고 노동은 더 통제받는다. 지난 30년간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국은 보편적으로 이런 변화를 겪었다. 그 피해는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이 든 노동자에게 직장생활이 특히 더 어려워진다.
세르주 볼코프는 “시간에 쫓겨 일한다고 말한 50대 노동자 가운데 80%가 수면장애, 피로감, 관절통증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인간공학자 카트린 델굴레도 “나이 들수록 업무를 계획하거나 수행할 때 자율성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시간에만 쫓겨 일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보통 일을 계획하고 확인하는 데 능해진다. 고령 노동자는 시간에 쫓겨 일할 때 외려 더 혼란스러워한다. 노동이 의미를 잃는다.”
경제학자 코랄리 페레즈는 최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의 퇴직률이 높았다. 그는 “하는 일이 의미를 잃으면서 건강도 잃는다”며 “노동의 의미를 잃은 노동자가 병가를 내거나 병가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2022년 9월29일 프랑스 니스에서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책과 노동시장·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정년은 60살”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REUTERS

일에 대한 권태
그만두지 않고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흥미를 잃고 일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긴다. 세르주 볼코프는 “업무 기한에 여러 압박이 심해질 때 나이 들수록 강력한 시간 제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노동자는 그런 시간 제한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안다. 그래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하면서 직장생활에 권태를 느끼기도 한다.” 실제 퇴직자들은 퇴직을 결심한 가장 큰 동기로 권태감을 꼽았다. 볼코프는 “밋밋하고 발전이 없는 노동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며 “그럴 때 정년까지 일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정년이 되기 전 퇴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바꿔 일하는 노동자가 극히 적다. 사용자가 여러 수단으로 시간제 전환을 막는데다, 이를 도입할 준비가 안 된 직장이 많아서다. 예전에는 55살 이상 노동자에게 휴식 시간을 주는 ‘점진적 퇴직제’가 있었다. 이 제도는 2003년 연금개혁으로 사라졌다. “꽤 좋은 제도”(세르주 볼코프)라고 평가받는 점진적 퇴직제는 현재 60살 이상만 쓸 수 있다.
이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20년 기준으로 2만4천 명이 점진적 퇴직제를 이용했다. 카트린 델굴레는 말했다.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연령대보다 고령 노동자에게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이래저래 점진적 퇴직제를 신청한 노동자는 직장에서 푸대접받기 십상이다.”
은퇴생활은 갈수록 줄어든다. 프랑스 국민은 부모 세대보다 오랜 은퇴생활을 기대할 수 있었다. 1926~1950년 태어난 사람들은 정년이 단축되고 수명이 늘어나 퇴직 뒤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흐름은 2010년 연금개혁과 기대수명 감소로 갑자기 바뀌었다. 1951년생부터 이전 세대보다 기대 은퇴생활 기간이 평균 4개월 짧아졌다.

   
▲ 2022년 10월 중년의 운전사가 파리 근처 주유소에서 트럭에 기름을 넣고 있다. 프랑스 국민의 다수는 정년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REUTERS

연금 절감 효과
법적 정년을 연장하면 연금기금의 재정 절감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서 나가는 비용을 따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퇴직연금 기금만 보면 정년 연장으로 재정을 아낄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론 연금을 줘야 할 사람이 줄어 지출이 줄어든다. 다른 한편으론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연금보험료를 받아 수입을 늘린다. 2022년 1월 프랑스 재정부는 법적 정년을 매년 3개월씩 62살에서 64살로 연장해 얻는 효과를 추산했다. 그 결과를 보면, (연금기금 수입에서 지출을 뺀) 연금재정 상황이 2027년까지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0.3%(현재 GDP 기준 75억유로) 정도 나아진다. 2032년에는 그 수치가 0.5%로 늘어난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법적 정년을 2023년부터 매년 4개월씩 늦춰, 2031년에는 65살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약대로라면 기금 절약 효과가 재정부 발표보다 훨씬 클 것이다.
다만 문제는 정년 연장이 더 큰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년을 늦추면 누군가에게는 실업기간, 능동적연대수당 수급기간, 병가기간이 늘어난다. 아낀 연금재정이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지출로 나가기 때문에 결국 개혁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조사통계지원국(DARES)은 정년이 64살로 연장되면 실업급여 지출이 13억유로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통계연구소(DREES)는 다른 사회보장 지출이 36억유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모두 합쳐 프랑스 GDP의 0.2%에 이른다.
정년 연장으로 다른 공공재정의 수입 역시 늘 수 있다. 퇴직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내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등이 있다. 재정부는 연금보험료 이외의 정부 수입이 GDP의 0.6%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종합하면 연금재정 개선(+0.5%), 다른 사회보장 지출 확대(-0.2%), 다른 공공수입 증대(+0.6%)로 정년 연장이 10년 안에 공공부채를 0.9%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재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거시경제 효과
재정부가 목록에서 빠뜨린 것이 있다. 회계 측면만 고려하고 거시경제 효과는 평가에서 배제했다. 노인을 일터에 오래 붙잡아두거나 실업 상태로 오래 둔다는 것은, 노동시장의 노인인구를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이는 (중단기로나마) 취업자 간 경쟁을 심화할 수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경제 효과가 나타나고 늘어난 경제인구가 모두 흡수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결국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노동자의 임금협상 능력이 축소될 것이다. 또한 다른 제도 개혁 없이는 임금이 더디게 늘어나고, 사회보장세와 소득세에서 얻는 정부 수입과 개인 소비도 모두 쪼그라들 것이다. 경제 전반이 연쇄적으로 침체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따지면, 한 세대당 1분기씩 법적 정년을 62살에서 64살로 늦추는 것으로 공공재정이 얻는 추가 수입은 GDP의 0.1%에 불과하다고 프랑스 경기연구소(OFCE)는 추산한다. 재정부도 이와 비슷한 종합평가를 했다. 하지만 평가 모델이 연금 정책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노인이 계속 일해도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방해받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1월호(제428호)
Retraites: Pourquoi il est absurde de reporter l’âge de dépar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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