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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비용만 98% 청구, 기후보호는 액세서리일 뿐
[ENVIRONMENT] 기후인증서 복마전- ② 탄소감축 관심 없는 인증업체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아스트리트 가이슬러 economyinsight@hani.co.kr

아스트리트 가이슬러 Astrid Geisler
한나 크루트 Hannah Knuth
<차이트> 기자

   
▲ 독일 최대 기후인증업체 클라이밋파트너는 네슬레, 도이체포스트 등 5천여 곳의 고객사를 자랑한다. 클라이밋파트너 역시 기후보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클라이밋파트너 누리집

대표적 기업들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기후인증서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음료제조업체 프리츠콜라(fritz-kola)의 지속가능성 전략총괄담당 비외른 크노프에 따르면, 프리츠콜라는 친환경 이미지를 쌓으려 하지만 음료 부문에는 기후중립인증서가 전무하다. 함부르크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크노프는 “인증서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제조업체가 탄소배출량을 중기적으로 완전히 제로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조업체는 계속 탄소를 배출할 것이다.”
탄소제로가 불가능하다면 간접적 해결책은 탄소배출 상쇄일 것이라고 크노프는 말한다. 그래서 프리츠콜라는 탄소배출 상쇄 방법을 시장에서 찾아보고 인증서 발급의 자사 경험을 <차이트> 취재진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인증서 발급업체들이 대기업 임원에게 제안한 내용을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프리츠콜라는 취재진에게 몇 주에 걸쳐 자사가 인증서 발급업체들과 주고받은 전자우편과 서류를 공개했다. 대다수 인증서 발급업체가 인증서에 대한 법적 보장, 특히 문서상으로 확언하는 것을 원치 않음을 확인했다. 크노프의 말을 들어보자. “업체들은 대체로 확정적으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프리츠콜라의 탄소발자국을 지속해서 감축하는 방법을 논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 프리츠콜라는 결국 인증서를 발급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전체 공급망에서 탄소감축에 더 많이 투자하기로 했다.

본말 전도된 인증업체들
마이클라이밋 역시 취재진의 유령회사 자매화원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단 한 번도 요청하지 않았다. 심지어 에너지 절감 램프 사용 여부를 묻지도 않았다. 기후인증 발급업체에 중요한 것은 기후가 아니라 인증서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보였다.
취재진은 인증발급 업계의 선두주자에 해당하는 클라이밋파트너(ClimatePartner)도 접촉했다. 독일 뮌헨에 있는 클라이밋파트너는 “60개국 이상에서 고객사가 5천 곳이 넘는다”고 홍보한다. 이 중에는 네슬레, 도이체포스트, 독일 드러그스토어 체인점 데엠(dm) 등이 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인증서에 대한 상쇄 프로세스는 유럽 최고 권위의 독립적 친환경 인증기관 ‘튀프 오스트리아’(TÜV Austria)의 감독을 받는다고 밝혔다.
클라이밋파트너는 마이클라이밋의 온라인 계산기와 다른 방식으로 인증서를 발급할까? 취재진은 유령회사 자매화원의 인증서 발급을 클라이밋파트너에 문의하기에 앞서, 클라이밋파트너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은 적이 있는 기업에 연락했다.
2022년 6월 초 베를린에 있는 소규모 가구제작업체 키츠베트(Kiezbett)의 한 직원이 노트북에서 전자우편과 문서를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키츠베트는 3년 전 클라이밋파트너의 기후중립인증서를 발급받기로 결정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탄소발자국 산정에 대한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직원은 기억했다. “우리 업체가 제출한 수치에 대해 클라이밋파트너 쪽은 전혀 묻지 않았다.” 직원은 출장 관련 탄소배출량도 대충 산정해 제출했다고 한다.
당시 자료를 3년 만에 꺼내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트럭’이라고 기재해야 하는 대목에 실수로 ‘대형 트럭’으로 기입한 것을 발견했다. 당시 직원뿐만 아니라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실수였다. 그럼에도 클라이밋파트너의 담당 직원은 키츠베트가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키츠베트는 2020년 ‘기후중립 제품 및 기업’ 인증서를 무난하게 발급받았다. 그리고 발급에 따른 상당한 액수의 청구서도 따라왔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인증서 발급에 총 4194.36유로(약 580만원)를 청구했다. 이 중 134.36유로만이 르완다의 상쇄 프로젝트로 들어갔고, 나머지 4060유로는 클라이밋파트너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클라이밋파트너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기후에 해악을 끼치는 탄소를 지속해서 배출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키츠베트는 현재 인증서를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 인증서를 신뢰하려면 국가 차원의 감독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키츠베트 직원은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증서는 결국 홍보를 위한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취재진은 당시 클라이밋파트너가 믿을 만한 업체라는 인상을 가졌다. 마이클라이밋과 달리 클라이밋파트너 누리집에는 온라인 탄소배출량 계산기가 없었다. 마이클라이밋의 경우 온라인 계산기를 몇 번 두드려 인증서를 돈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클라이밋파트너는 기업들과 함께 “총체적인 기후전략을 실행한다”고 홍보했다.

   
▲ <차이트> 취재진이 만든 가상의 꽃다발에 필요한 거베라, 백합, 유칼립투스, 피스타치오는 마이클라이밋의 탄소배출 측량 메뉴에 없었다. 콜롬비아의 한 화원에서 직원이 거베라를 다듬고 있다. REUTERS

비용의 2%만 탄소배출 상쇄에
취재진은 자매화원의 운영자 도로테아 바우어 이름으로 클라이밋파트너에 “자매화원에서 파는 꽃다발 상품 하나에 기후중립인증서를 발급받고 싶다”고 전자우편을 보냈다. 취재진은 가상의 꽃다발을 ‘해피먼데이’(Happy Monday)라고 불렀다. 장미 7송이, 백합 2송이, 거베라 3송이, 피스타치오와 유칼립투스 꽃대 등으로 구성된 해피먼데이 꽃다발을 1년 내내 판매한다고 클라이밋파트너에 알렸다.
취재진의 전자우편에 클라이밋파트너 직원이 답변 전자우편을 보냈다. “자매화원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기 위해 수명주기평가에 따라 제조 원자재, 포장, 직접적인 인바운드·아웃바운드 물류, 제작 및 폐기물 처리에 대한 일체의 데이터가 필요하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제법 진지해 보였다.
이후 취재진은 온라인 플랫폼 링크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자매화원을 운영하는 도로테아가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안내받은 온라인 도구의 선택 메뉴에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런데 하필 취재진이 만든 가상의 해피먼데이 꽃다발에 필요한 거베라, 백합, 유칼립투스, 피스타치오는 없었다. 취재진은 꽃다발을 구성하는 꽃 선택 메뉴마다 어쩔 수 없이 장미만 입력했다. 취재진도 모르는 자매화원의 공급망은 클라이밋파트너 직원이 추후 자체 입력했다.
그 직원은 취재진보다 자매화원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였다. 직원이 입력한 공급망에 따르면, 자매화원의 꽃은 컨테이너 선박으로 함부르크항에 들어온 뒤 트럭으로 베를린 도매시장에 운송된다. 그런데 취재진은 독일꽃도매·수입무역협회(Association of the German Flower Wholesale and Import Trade) 취재에서, 생화는 주로 항공편으로 유럽에 운송되고 컨테이너 선박을 통한 운송 비율은 아주 미미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취재진은 몇 주에 걸쳐 클라이밋파트너 직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전화 통화도 한 차례 했다. 클라이밋파트너 쪽에서 자매화원은 꽃다발을 철사로 묶는지, 꽃을 에어컨으로 저온 상태로 유지하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다만 취재진은 답변의 증빙 자료를 요구받은 적은 없었다.
처음 문의 전자우편을 받은 지 5주 뒤, 취재진은 클라이밋파트너로부터 희소식이 담긴 전자우편을 받았다. “자매화원의 기후중립성 커뮤니케이션과 탄소배출량 감축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전자우편에는 탄소배출량 감축 안내서의 페이지 링크가 있었다. 그리고 취재진의 자매화원 탄소발자국에 대한 에이포(A4) 용지 크기의 5쪽짜리 자료가 첨부됐다. 총체적 기후보호란 “탄소배출량을 지속적으로 방지하고, 기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며, 어쩔 수 없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자우편에 나와 있다.
그러나 도로테아 바우어는 자매화원에서 기후보호 노력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 클라이밋파트너의 전문가들이 자매화원에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한 적도 없었다. 해피먼데이 꽃다발을 지역에서 재배하는 꽃으로 구성해달라는 조언을 들은 적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자매화원은 ‘기후보호 파트너’ 문서와 더불어 기후중립인증서를 29개국 언어로 발급받았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자체 서비스와 인증서에 대해 892.50유로를 청구했다. 반면 자매화원이 판매하는 연간 768개의 꽃다발에 대한 탄소배출량 상쇄에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겨우 15.03유로만을 청구했다. 이는 클라이밋파트너가 기후중립 목적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2%에 불과하고, 꽃다발 한 개에 약 2센트에 해당한다. 일부 업체는 돈만 내면 누구에게나 기후중립인증서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인다. 청구액의 대부분은 자체 컨설팅 서비스 명목인 듯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취재진의 문의에 자매화원은 인증 컨설팅을 받았고, 특히 ‘탄소배출량 감축 안내서’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매화원은 추가 컨설팅을 유료로 예약할 수 있었음에도 “안내받은 뒤 고의로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클라이밋파트너 쪽은 견적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참고하라며, 거기에 ‘추가 협력’ 선택 사항으로 ‘기후보호 전략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 포함됐다고 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컨설팅 서비스와 기후보호의 두 항목 비용에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마이클라이밋과는 달리 클라이밋파트너는 스타트업의 경우 무작위 샘플 관리·감독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매화원은 “이런 샘플 관리·감독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클라이밋파트너도 인증서 발급 과정에 부족한 점이 있음을 인지했다. 클라이밋파트너는 향후 “표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이밋파트너는 의견문에서 “기업 쪽의 명확하게 정의된 기후목표와 연계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조언만 하는 게 아니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데이터 작성과 가공 과정에서 관리·감독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유럽연합만 쳐다보는 독일 정부
기후인증서 업계는 (진행 중인 수많은 법정 다툼 때문에도) 인증서의 신뢰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한 예로 베를린의 한 로펌은 인증서 컨설팅 업체 클라이밋컴퍼니(Climate Company)의 의뢰로 인증서 발급에 대한 법적 소견서를 작성했다. 취재진이 취재 과정에서 연락한 적이 없는 클라이밋컴퍼니는 인증서 발급 관련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두려 한 것 같았다. 해당 법적 소견서는 업계에 만연한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소견서는 “고객사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데이터”가 “제3자에 의해 검토되지 않고” 그대로 인용되는 관행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기후중립인증서를 획득했다고 홍보하려는 기업에는 “탄소배출량을 단순 추정으로 조사”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문의에 슈테피 렘케(녹색당) 환경부 장관의 대변인은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기후중립인증서’에 어떤 규제책도 마련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기후중립’ ‘기후긍정’ ‘탄소제로’ 등 각종 기후인증서가 “소비자를 충분히 오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2년 11월 말 환경 관련 기업들의 홍보 문구에 구속력 있는 요건 사항을 발표할 예정인데, 환경부는 현재 유럽연합의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취재진은 취재 종료 직전에 소규모 인증서 컨설팅 업체에 아주 저렴해 보이는 ‘기후중립기업’ 인증서를 마지막으로 신청해봤다. 이번에는 연간 열 소비량 항목에 무조건 ‘0’이라고 기재했다. 그러자 업체의 직원이 “귀사는 전력 및 열 소비량이 아주 적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전자우편을 보냈다. 유령회사의 마지막 시도에서 인증서 발급은 과연 실패할까?
취재진은 자매화원이 취급하는 꽃은 저온 보관해야 하므로 에너지 소비량이 극히 적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직원은 “그렇다면 이해된다. 그냥 확인차 연락했다”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취재진은 인증서 발급에 46.41유로, 기후보호를 위해서는 1센트를 냈다.

ⓒ Die Zeit 2022년 제37호
Ein Strauß leerer Versprech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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