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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사회적 책임 강조, 환경 중시로 ‘탈선’
[ISSUE] 프랑스 아그로파리테크 졸업연설 파장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쥐스틴 카논 economyinsight@hani.co.kr

이윤만 추구하는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공과대학 학생과 젊은 엔지니어가 프랑스에서 늘고 있다.

쥐스틴 카논 Justine Canon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5월10일 열린 프랑스 농공학계 명문대학 아그로파리테크 졸업식에서 ‘탈선하는 농공학자’라고 이름 붙인 졸업생 대표 8명이 생명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농·산업의 일자리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졸업연설을 하고 있다. ‘방향전환’(Des agros qui bifurquent) 유튜버 계정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프랑스 농공학계 명문대학인 아그로파리테크(AgroParisTech)의 졸업식이 열린 2022년 5월10일, 학교의 축제 분위기는 졸업생 대표 8명의 연설로 차갑게 식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야만 행위는 엔지니어가 ‘해법’을 찾아야 할 ‘주요 의제’나 ‘도전 과제’가 아니”라고 연설자들은 외쳤다. 이들은 자신들을 ‘탈선하는 농공학자’라고 부른다.
“모든 방식의 농업이 필요한 건 아니다. 농·산업은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전쟁을 일으킨다. 기술혁신과 스타트업이 살릴 수 있는 건 자본주의뿐이다. 우리는 ‘친환경 전환’을 믿지 않는다. 친환경 전환이란 말은 현재의 지배적인 사회질서를 바로잡지 않은 채 우리 사회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자리 시장에서 “도망가라”고 ‘탈선자’들은 동기들을 향해 말했다. 졸업생들을 기다리는 산업은 “해법보다 문제의 원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졸업연설의 파급력
이 학생들의 졸업연설은 파급력이 컸다. 연설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 지 불과 24시간 만에 조회수가 10만 회를 넘고 한 달 반이 지나서는 90만 회를 기록했다. 공학 전공 학생들이 환경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30만 명이 넘는 프랑스 최고 교육기관 그랑제콜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환경의식 함양을 위한 성명’을 내어 환경오염 주범을 피해 지금의 환경 의제에 부합하는 직업을 찾아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외쳤다.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는 젊은 항공엔지니어들이 ‘쉬파에로-데카르보’(우주항공학 그랑제콜 ‘쉬파에로’ 졸업생 단체)를 통해 항공산업의 탈탄소화에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엔 아그로파리테크 졸업생들이 불을 댕겼다. 곧이어 이공계 명문대 폴리테크니크(Polytechnique) 학생들이 6월 말 졸업식에서 “녹색 고속성장 지지자들”을 비판하며 “기술이 환경위기에서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마법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면 “탈선자들 모임의 연설이 그리 놀랍지 않다”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직업 전문가 앙투안 부쟁이 말했다. “어감 때문에 그 연설이 화제가 된 측면이 크다. 학생들은 연설에서 직설적으로 ‘이탈하라’고 호소하고 졸업 뒤 유기농 채소 재배를 시작한 학생 등 본보기가 되는 구체적인 행동을 제시했다.”
탈선자, 이탈자, 참여자, 시프터(경제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프랑스 비영리 자원봉사 네트워크 ‘시프트 프로젝트’(The Shift Project)에서 나온 말 -편집자) 등 환경위기에 맞서 자기 능력을 평소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에 쓰겠다는 젊은 엔지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의미 탐구이자 검소함, 생명 보호, 기후 균형과 화합하는 다른 사회모델을 향한 열망이다. 이런 까닭에 어떤 이들에게 타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엔지니어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는 모임 ‘엔지니어 앙가제’를 통해 낭트시 소재 공과대학 졸업생 코랑탱의 생각을 들었다. “기존 시스템에 순순히 편입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사회모델의 진정한 변화를 이끄는 데 제도적·구조적 장애물이 있다.”
탈선하는 농공학자 쥘리아는 2022년 5월 아그로파리테크의 연설에서 “외부에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류 시스템이 우리를 바꾸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쥘리아의 연설이 화제가 됐지만 그의 관점이 주류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앙투안 부쟁은 “다른 젊은 엔지니어들도 ‘녹색성장’이 속임수라는 비판이나 현재의 정치·경제 시스템과 결별해야 한다는 호소의 말을 듣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들은 환경문제 앞에서 똑같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취업의 길을 택한다. 기후변화의 명백한 부작용을 줄일 기술적 해법을 기업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녹색의 50가지 그림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젊은 엔지니어들의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환경의식 함양을 위하여’라는 단체는 학교와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고 국회에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문제를 고민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을 벌인다. 어떤 청년들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용자와 일하는 대신 환경·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데제르퇴뢰즈’(행복한 이탈자들)가 되도록 이끄는 성명 운동을 벌인다. ‘여러분의 직장에서 친환경 공격에 참여하세요’라는 구호를 내걸고 활동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단체도 있다.
‘50가지(나 되는) 녹색 그림자’가 젊은 엔지니어들 사이에 존재한다. 폴리테크니크와 국립 교량도로공학대학 ‘에콜데퐁’(École des Ponts)을 나온 루는 “모든 가능성을 응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의식 함양을 위하여’에서 활동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면 여러 단계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어떤 노력이든 하면 좋은 것이다. 물론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환경은 뒷전이고 그린워싱(가짜 친환경)에 치중한 기업에 ‘회유’되지 말아야 한다.”

   
▲ 2022년 6월 다국적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의 프랑스 트레메리 공장에서 기술자가 전기자동차 전용 E-GMP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자동차와 항공 등 공학을 전공하는 명문대생들의 ‘탈탄소화 다짐’이 잇따랐다. REUTERS

뒤떨어진 교과과정
공학대학의 교과과정이 오늘날 의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아그로파리테크 출신 엔지니어 엘로디는 “우리 학교 교과과정에 친환경농업을 비롯한 환경 의제를 다루는 전공과목이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시민단체 ‘국경없는 엔지니어의 농업·식량주권 그룹’(ISF-AgriSTA)에서 활동했다.
몇몇 젊은 엔지니어는 “그런 과목이 선택이 아니라 기본 교과과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목 대부분은 ‘기술 만능주의’에 물들어 공학기술에 꿰맞춘 문화를 유지하려 한다. 어떤 문제든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런 태도로는 어떤 문제의 복잡한 단면을 빠짐없이 들여다볼 수 없다. 경제, 사회 혹은 정치 측면을 놓칠 수 있다.
쥘리아는 “그랑제콜 학생 대다수가 입시준비 학교에서 몇 년간 힘든 수험 공부를 거쳐 대학에 들어갔다. 수험 생활에서 공부 외에 다른 건 생각할 여유가 없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일 수 있다. 기술만능주의적 견해가 공학계에서 주를 이루는 것은 그런 견해가 정치적 무관심에서 비롯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랑탱은 기술만능주의적 교과과정이 “학교가 대기업의 현재 수요에 맞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기 때문”이라며 “그런 학교가 스스로 변하길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그로파리테크대학 당국은 타협은 없다는 자세를 보인다. 이 학교는 문제의 졸업연설 이후 성명을 내어 “아그로파리테크는 수많은 관점과 더불어 학생들이 찾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농업·식량·산림·지역·환경 분야에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졸업식에서 보인 관점의 다양성은 “환경 의제를 둘러싼 논쟁이 그만큼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가벼운 떨림
업계에서도 이미 ‘탈선자’가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학계열 직업연맹 ‘생테크-앵제니리’(Syntec-Ingénierie)의 피에르 베르자 사무총장은 프랑스 경제일간 <레제코>의 논단에서 “동력이 생기고 관성이 깨졌다. 그런 변화가 여러 분야에서 일고 있다. 오늘날 기반시설 사업 비용의 20~30%가 환경과 환경보호에 쓰인다”고 썼다. 마찬가지로 공학계열 그랑제콜 ‘민파리테크’(Mines ParisTech)의 프랑크 아그제리 교수(경영학)도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칼럼에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기업” 두 곳을 소개했다. 이들 기업은 “청년들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의미 있게 해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도 기술만능주의와 녹색성장의 앞날은 아직 밝을 것으로 보인다. 코랑탱은 “내 주변 사람들은 환경의식이 높다. 하지만 그걸 보고 젊은 엔지니어 전체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이 분야는 생각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이를테면 낮은 수준의 기술인 로테크(Low-tech) 지지자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팬이 한 명씩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젊은 엔지니어들의 탈선 운동은 한철 유행일까, 아니면 시대의 격랑일까. 앙투안 부쟁은 대답하기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운동의 규모를 보면 시대의 격랑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환경 투쟁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가벼운 떨림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볍지만, 따르고 싶은 매력적인 떨림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10월호(제427호)
Pourquoi les ingénieurs veulent «déserter»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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