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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고급차 전략 성공으로 이익률 상승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현대자동차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2022년 4월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국제오토쇼에 전시된 현대차의 2023 뉴팰리세이드. REUTERS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북미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일본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의 판매량을 추월했다고 한다. 일반 차량도 마찬가지다. 팰리세이드는 웃돈을 주지 않으면 못 사는 상황이다. 딜러에게 1만달러를 더 얹어줘야 차량을 내준다고 한다. 이에 더해 2021년 현대·기아차의 북미 판매량은 140만 대로 일본 혼다를 제치며 북미 4위에 등극했다.
북미 시장의 인정으로 현대차 주가에도 힘이 실릴까?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 주가는 코로나 저점 이후 2배 이상 오른 상태로 순항 중이다. 현대차의 공시 자료를 통해 현대차의 국외 경쟁력과 미래를 가늠해보려 한다.

맞춤형 고가 전략 주효
현대차의 공시에 따르면 2021년 현대차는 내수판매 72만 대, 국외판매 316만 대를 기록했다. 도합 400만 대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코로나 이전과 유사하다. 최근 몇 년간 크게 점유율을 올리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러나 매출의 질에서 계속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전 현대차의 매출이익률은 15%대였는데, 최근 2년간 매출이익률이 18%대까지 올랐다. 차 한 대를 팔아 더 많이 남긴다는 뜻이다. 이에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악의 시기는 2018년이었다. 10년 전에는 10조원까지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2018년 2조원대까지 내려갔다. 한한령(중국 내 한국 문화사업의 수익활동 제한) 등으로 중국에서의 판매가 급감했고, 위안화와 달러 환율이 하락했던 탓이다. 그러나 2022년 반기 영업이익은 4조9천억원으로 전성기에 육박한다.
이는 단순히 최근 올라간 환율의 도움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차의 국외 차량 판매의 부가가치는 점점 더 높아졌다. 2018년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총 1만313대 팔았다. 그 밖에 아제라(그랜저) 628대, 싼타페 12만 대 말고는 거의 중형 이하의 저가 차들이었다. 그러나 2022년은 사뭇 다르다. 8월까지의 수치만 봐도 제네시스 3만6천 대, 팰리세이드 5만6천 대 등 중형 이상, 고가의 자동차 판매가 대폭 늘었다. 미국 내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가격이 높은 차량을 판매해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차량별로 가장 낮은 옵션을 제공하는 이른바 ‘깡통’ 모델로 계산해도 평균 판매단가가 10% 이상 올랐다.
유럽 시장의 경우 북미 시장과 달리 중소형차 위주여서 큰 마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판매량은 계속 성장하는 추세다. 중국에서의 매출 타격을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단가 상승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 증가로 상쇄한 것이다.
현대차 주가가 계속 상승하려면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고가차의 판매량 증가가 관건이다. 속도는 더딜지라도 전기기관으로의 변화는 시대 흐름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전기차업계 1위인 테슬라가 100만 대를 겨우 판매하는데도 1천만 대를 파는 도요타보다 시가총액이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은 전기차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이오닉 전기차 성공적 진입
현대차는 자사의 전기차 아이오닉을 2022년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바로 다음으로 많이 판매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2021년 이후 현대차의 주가 상승에도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더라도 얼마든지 뒤처질 수 있다.
도요타·혼다·닛산과 현대의 공통점은 일반 자동차 모델과 고급화 모델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에서 온전히 성공한 것은 도요타의 렉서스 하나뿐이다. 렉서스는 북미 시장에서 고급화에 성공했고, 매년 30만 대 이상을 팔아치우고 있다. 혼다의 어큐라도 15만 대를 팔았으나 렉서스만큼 높은 판매가격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제네시스의 가격정책이다. 현대차에서 파생했다는 점은 일본차 업체들과 유사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렉서스·어큐라 등이 베엠베(BMW)·벤츠보다 약간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과 달리, 제네시스는 BMW·벤츠에 버금가는 가격을 책정한다. 제네시스의 대표적 스포츠실용차(SUV)인 GV70의 시작가격(차량 옵션 제외 가격)은 4만2900달러다. 이는 경쟁차인 렉서스 NX의 3만9500달러보다 오히려 높고, BMW의 SUV인 X3(4만5400달러)과 비슷한 금액이다. 중형 이상 차량의 수요가 많고 국민 평균소득이 높아 고가 모델을 잘 팔 수 있는 북미 시장에 부합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주주가 아닐지라도 국외시장에서 현대차의 선전에 박수 쳐줄 만하다. 고용 창출 등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 직원은 7만 명인데, 이는 4대 은행의 임직원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현대차 하청업체의 직원까지 따지면 수십만 명에 이른다. 매출이 높아지면 단순히 주주만 기쁜 회사가 아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은 많다. 자동차산업은 국가들의 기간산업 중 하나다. 미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을 강화하고 전기차 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인플레이션감축법)하고, 중국은 전기차 업체에 대한 국가 지원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 기존 내연기관 시대를 풍미했던 업체들도 전기차로의 전환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국가 간, 회사 간 ‘총성 없는 전쟁’에서 현대차가 굳건히 버티길 바란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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