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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2년 지속, 미 반도체법 촉발
[FOCUS] 세계 반도체 군비경쟁- ① 신호탄
[150호] 2022년 10월 01일 (토) 두즈항 economyinsight@hani.co.kr

두즈항 杜知航 류페이린 劉沛林 <차이신주간> 기자

   
▲ 2022년 8월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정원에서 정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REUTERS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발표하자 세계가 주목했다. 2022년 8월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00억달러(약 390조원) 규모의 ‘2022년 반도체·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했다. 반도체와 과학기술 분야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도체와 장비 제조 분야의 투자에 세금 25%를 감면하는 내용이 뼈대다. 무선통신기술 연구개발 투자 등의 지원도 포함됐다.
이 법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이 527억달러다. 4개 기금으로 나눠 5년 동안 지급한다. 백악관은 이 법으로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고 △건축업 일자리 수만 개와 제조업 일자리 수천 개를 만들어내고 △무엇보다 수천억달러의 민간 분야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조준
반도체·과학법은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등 ‘국외 우려 국가’의 실질적인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에 참여하는 거래를 계획할 때는 미 상무부에 통보해야 하고,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회수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했다. 첨단기술이 아닌 28나노미터(㎚) 이상의 성숙공정은 제외했다.
이 규정은 사실상 기업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Alliance Bernstein)은 보고서에서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을 선택하고 정치적으로 중국과 대립하는 기업으로 분류될 것이다. 기업은 반도체·과학법이 가져오는 이익과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저울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법에 서명한 다음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 법이 차별적인 산업지원 정책을 종용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중국에서 정상적인 투자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중국과 미국의 정상적인 과학기술 협력을 제한하는 조항은 세계 반도체 공급망 왜곡과 국제무역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보호조치’는 지정학적 색채가 짙고 경제적 협박의 또 다른 예시다.” 이날 중국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중국국제상회(CCOIC)도 “미국이 정부의 힘을 동원해 반도체 분야의 국제분업 구도를 강제로 바꾸고 각국 기업의 이익을 저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보조금을 동원해 관련 기업의 편가르기를 시도하는 한편 수출 규제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선진공정(28나노 이하) 도입을 억제했다. 7월27일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 램리서치(Lam Research)의 티머시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기술의 범위를 10나노에서 14나노 이하로 확대한다는 미국 정부의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과거 ‘수출제한 명단’이 개별 기업을 지목한 것과 달리 이 법은 중국 전체를 겨냥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14나노 공정을 도입한 웨이퍼 제조사 SMIC(中芯國際)가 영향받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선진기술을 확보할 수 없도록 방해할 것이다.
일방적인 제한 조치 외에 미국은 한국·일본·대만과 ‘칩4 동맹’을 결성해, 중국 본토를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칩4 동맹이 결성되면 중국 반도체산업은 소재, 장비, 설계, 제조, 패키징과 테스트 등 가치사슬 전체에서 제한받는다. 자력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 관계자는 “각국의 반도체 생산 구조가 다르고 중국과의 무역 관계도 달라 미국의 ‘합종연횡’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대항할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
코로나19로 2020년 하반기부터 각국에서 시작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2년 넘도록 지속됐다. 그러자 공급망 안보와 미래 기술 경쟁을 고려한 주요 국가는 반도체 지원 계획을 잇따라 내놓았다. 유럽연합(EU)은 430억유로를 투입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발표했다. 일본은 ‘반도체 디지털 산업 전략’, 인도는 ‘100억달러 인센티브 계획’, 한국은 ‘케이(K)반도체 전략’을 추진했다. 이런 정책은 반도체 제조의 현지화, 독립적인 반도체 공급망과 생태계 구축을 독려한다.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은 국외 의존도가 높다. 특히 전자설계자동화(EDA)와 노광기 등 핵심 분야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자료를 보면 장비 제조에서 2020년 미국·유럽·일본 제조사의 시장점유율이 96%에 이르렀다. 상위 5개 장비 제조사 가운데 3개가 미국 기업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이다. 나머지는 네덜란드의 노광장비 제조사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격변에 따라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국산화를 시작하고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했다. 동시에 작은 모듈 방식의 칩렛(Chiplet) 기술을 개발해 선진공정이 제한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2년 전 시작된 반도체 공급 부족과 달리 지금은 거시경제의 영향으로 시장 수요가 부진하고 세계 반도체 업계가 하강기에 들어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제조사는 실적 하락을 예고했다. 자오하이쥔 SMIC 최고경영자는 “세계 거시경제와 반도체산업이 동시에 하강기에 진입해 시장에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일부에서 극단적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조정 주기는 적어도 2023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끝나는 시점은 거시경제 동향과 소비 수요 회복 속도, 업계의 재고 소진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지미 굿리치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부회장은 2022년 6월 인터뷰에서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각국 정부와 기업이 거액을 투자해 국제 공급망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4~5년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반도체는 계속 국제 공급망에 의존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긴밀하게 연계할 것이며, 경제적 의존관계가 너무 중요해 탈동조화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 財新週刊 2022년 제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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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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