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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한 해 40만 명씩 받아야
[집중기획] 독일 휩쓰는 구인난 ④ 대안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플로리안 디크만 economyinsight@hani.co.kr

플로리안 디크만 Florian Diekmann
헤닝 야우어니히 Henning Jauernig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알렉산더 프레커 Alexander Preker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요하나 바그너 Johanna Wagner 프리랜서 기자

   
▲ 요양원 역시 인력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뮌헨 근처 한 요양원의 점심시간. REUTERS

노인요양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하면서 개인에게 큰 부담이 되는 업종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노인요양 부담을 가중했다. 노인요양에 종사하는 젊은 요양 인력이 점점 줄고 있다. 이민자 없이는 노인요양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노동시장 상황이 머지않아 어디에서나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2025년부터 매년 젊은층이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보다, 40만~50만 명 더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고용연구소는 추산한다. 젊은층의 노동시장 진입도 예전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는 번아웃(소진) 증상을 겪을 때까지 죽도록 일해야 하는 직장이 아니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직장을 원한다.
더 많은 실업자를 재교육하고 다시 노동시장으로 보낼 수 있다면, 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고령층이 좀더 오래 일한다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빈틈을 채울 수 있다. 혹은 학부모가 자녀 보육을 마음 놓고 사회에 맡길 수 있다면, 그리고 직장 상사들이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에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노동시장의 빈자리는 채울 수 있다. 중년여성, 고령층, 외국인의 생업종사비율이 계속 늘어난다면 2035년 기준 노동인구는 270만 명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노동인구 400만 명 이상이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국외 인력 유치에 돈 쓰는 요양원들
신규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독일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독일이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인구 부족을 상쇄하려면 연간 최소 40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까지 국외 인력의 초빙과 유지에 애먹고 있다.
유로화 위기 때, 스페인과 그리스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대거 몰려왔다. 이 가운데 독일에 장기간 체류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몇 달 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독일어 습득이 어렵고 독일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여기서 ‘차갑다’는 단순히 날씨만 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스페인과 그리스의 젊은층은 독일에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독일연방고용청의 해외전문인력중개 부서가 2021년 한 해 유치한 국외 전문인력은 3200명에 불과하다.
국외에서 유치한 대부분의 인력은 요양업에 집중됐다. 그중 한 명이 베아트리츠 크루스(26)다. 크루스는 비행기를 18시간 타고 2020년 10월 어느 저녁 베를린에 도착했다. 그와 함께 베를린에 도착한 엘살바도르 출신 젊은이들은 작센안할트주의 남동부에 있는 비텐베르크에서 요양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요양병원은 공항에서 국외 입국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순환버스를 운영했다.
크루스는 새로운 고향에 대해 “이곳과 환자들은 아주 조용하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는 전세계에서 범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그래서 ‘조용함’은 크루스가 높이 평가하는 가치다. 지자체 비텐베르크 인구의 평균연령은 49.8살로, 독일에서 평균연령이 열 번째로 높은 곳이다. 그러면 크루스가 말하는 조용함의 의미가 뚜렷해질 뿐만 아니라, 크루스가 이곳에서 필요한 인력인 이유도 설명된다.
생업 종사 연령대 인구 100명이 돌봐야 하는 67살 이상 고령층은 44명이나 된다. 2035년에는 해당 고령자 수가 70명이 넘게 된다. 작센안할트주 남부의 노동시장에서 구직자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요양업에서 구직자 수는 0에 수렴한다. 성인 자녀가 돌봄이 필요한 부모를 돌볼 인력을 찾지 못해 급기야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자녀가 그만둔 곳에 인력이 다시 필요하게 된다.
크루스의 새로운 인생은 비텐베르크에서 고독하게 시작됐다. 독일에 도착한 입국자들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일단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엘살바도르인들의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자 하필 독일은 바로 봉쇄에 들어갔다. 봉쇄는 수개월이나 지속됐다. 카페와 헬스클럽은 문을 닫았고, 축제는 취소됐다. 크루스를 비롯한 입국자들은 봉쇄 뒤 요양학교에 다녔지만, 이들의 독일 사회 통합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들은 현지인들과의 접촉이 전무한 상황이다. 독일어는 여전히 장벽으로 작동한다고 크루스는 말했다. “처음보다는 안정된 것 같다.”
그래도 크루스가 비텐베르크에 계속 머무르면서 암레르헨베르크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심지어 독일에서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은 쥘파나 슈베르트후트(40) 덕택이다. “일부 국외 입국자들에게는 내가 엄마나 자매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사회교육학자 슈베르트후트는 말했다.
슈베르트후트는 연방노동청이 과거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원이다. 국외에서 초빙한 전문인력을 방치해두면 안 된다. 그들의 독일 사회 통합까지 지원해야 한다.

   
▲ 인력난을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독일의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실습훈련을 받고 있다. REUTERS

낡아버린 독일 경제 성공모델
요양학교의 슈베르트후트 사무실은 독일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질문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방송수신료서비스’는 무슨 뜻인가? 기차표는 어디서 사는가? 건강보험에 가입됐으면 병원에서 진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국외 입국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완전히 낯선 세상”이라고 슈베르트후트는 말했다.
비텐베르크 요양병원들은 국외 인력 유치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고용주의 계산에 따르면 독일어 강좌, 독일 항공편, 비자 비용, 교육 기간 자국 항공편, 입주 비용, 자전거 및 노트북 등 국외 입국자 한 명에게 지출하는 금액은 약 9천유로에 이른다. 과거에는 요양학교 학생들이 학비를 직접 부담해야 했다. 지금 학생들은 교육 기간에도 임금을 받으며, 고용주는 국외 인력 유치를 위해 앞다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외에서 온 젊은이들이 실제로 독일에 장기적으로 머무를까? 혹시 머지않아 다른 유럽 국가들이 더 낮은 세율을 내걸며 국외 인력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는 않을까? 전문인력 유치를 둘러싸고 국가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크루스는 현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할지 고민 중이다. 그와 함께 입국한 사람 중에는 엘살바도르 귀국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고용주에게는 리스크를 무릅쓰는 방법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5년 뒤 로봇이 요양 업무를 도맡지 않는다면, 우리는 요양 인력 수요를 독일 직원들만으로는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암레르헨베르크 요양병원 원장이 말했다.
독일은 2022년 지금까지 확실하다고 믿어왔던 것과 이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독일 경제모델은 중차대한 지점에서 뒤처져버렸다. 독일 경제모델의 성공은 러시아산 저렴한 에너지와 권위주의 정권과도 거리낌 없이 무역했던 수출 모델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이 경제모델은 비용절감을 내세워 중요한 인력 투자에 소홀했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2022년 여름, 독일은 처음부터 다시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Jetzt brennt die Hütt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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