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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들 시골 기피, 은퇴 의사가 임시 진료
[GLOBAL ] 주치의 없는 환자들- ② 원인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바르바라 하르딩하우스 economyinsight@hani.co.kr

바르바라 하르딩하우스 Barbara Hardinghaus <슈피겔> 기자

   
▲ 2022년 3월31일 독일 전역의 지방자치단체 병원 의사와 직원들이 프랑크푸르트에 모여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REUTERS

다나 슈미트 의사의 병원에는 혈액 수치 검사, 코로나19 검사 혹은 구역질 증상 등을 진료받으려는 환자들이 온다. 슈미트는 불면증, 우울증, 두려움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러시아군 침략이나 난방비와 식비를 더는 낼 수 없을까 두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슈미트의 병원은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 10분을 배정하고 있다. 접수창구 직원인 지모네 슈텔라는 환자 한 명당 10분을 고려해 진료 예약을 받고 있다. 그렇게 슈미트는 오전에 20명, 오후에 30명을 진료했다. 그러면 어느덧 하루해가 다 간다. 슈미트의 병원은 점심시간도 정확히 지키려고 한다.
정오에 슈미트와 간호사들은 작은 주방의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인근 레스토랑 뷔르거하우스에서 양파소스를 얹은 스테이크를 배달해왔다. 간호사 야퀼리네는 도로테아 친들러에게 전화를 거는 중이라 점심 자리에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야퀼리네가 주방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든다. 슈텔라는 다시 같은 말을 되뇐다. “우리가 세상을 구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트 간호사도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없지요”라고 거든다. 둘은 마치 식전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 같다. 그러고는 모두 일제히 식사를 시작했다.

작센주 일반의 30%가 60살 이상
병원의 환자 카드에 들어 있는 환자가 어느새 1300명에 이른다. 슈미트 의사와 간호사들은 일단 수북이 쌓인 환자 신청서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슈미트는 말했다.
슈미트는 난생처음 병원을 개원했다. 우선 진료비 정산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관료주의로 점철된 과정이다. 슈미트는 밤에도 비상대기를 한다. 아침 7시까지 비상전화를 받고, 아침 8시면 외래환자가 오기 시작한다.
슈미트에게 병원에서의 삶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옛 세관 건물을 매입해 수리했다. 남자친구가 있고,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슈미트의 병원에서 멀지 않은, 역시 무스카우어 거리에 디트리히 하르트만 박사의 내과가 있다. 60대 후반인 하르트만 박사의 환자는 3500명쯤 된다. 오후에 지역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 팔코 호펜츠가 하르트만 박사를 찾아왔다. 짧은 머리의 젊은 의사는 가죽재킷 차림이다. “디트리히 하르트만 박사님은 병원 4곳이 감당해야 할 만큼 많은 환자를 받는다.” 호펜츠는 아직 수련의로 1년6개월 뒤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여기 병원을 인수할 생각이다. “그래도 나 혼자는 할 생각이 없다.” 그에게도 개인의 삶이 있다. 그는 아내와 6살의 쌍둥이 자녀가 있다.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의 ‘수요 계획’에는 어느 지역에 가정의가 부족한지 적시돼 있다. 과거보다 오히려 지금 가정의가 더 부족한 실정이다. 퇴직 의사인 폴커 회인크 박사는 젊은 의사들이 추구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그는 마치 맛없는 단어를 힘겹게 내뱉듯 워라밸을 발음한다.
자신의 집 농장에 들어서는 회인크 박사는 붉은색 아웃도어 재킷 차림이다. 그는 <슈피겔> 취재진에게 설명을 이어나간다.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수가 적거나 젊은 의사들의 ‘진료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여유 시간이 있냐’는 <슈피겔>의 질문에 회인크 박사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여기서는 퇴직해도 친절하게도 계속 일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회인크 박사는 여름에 퇴직했다. 그는 과거에 매주 80시간 일했다. 자신의 병원을 이어받을 후임 의사를 오랫동안 구하지 못했다. 현재 그의 병원에서 폴란드 출신 안과의사가 진료하고 있다.
회인크 박사는 퇴직 뒤 주 40시간을 일한다. 그는 동료 의사 8명이 해야 할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대신 하고, 니스키 경찰을 위해 의료근무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 병원에서 주말에도 자주 진료하고 있다.
회인크 박사는 자신의 농장에 들어서면서 계속 인터뷰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는 뷔르거하우스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워라밸’이라는 표현을 쓴다.
베스트팔렌 출신인 회인크 박사는 말라위와 보츠와나에서 12년간 일했다. 13년 전 사회봉사교회(Diakonie) 수간호사의 친절한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 니스키로 왔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친절과 인간미라고 한다. 성경도 그렇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의사가 부족한 병원이 있으면 임시로 진료해주고 있다. 그는 적어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인크 박사는 2021년 니스키 지역에서 문을 닫은 병원의 의사 네 명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옛 동독 시절 지역 종합병원의 대표이자 의료책임자 후르티히인데, 85살의 고령에 병원을 계속 운영하다 갑자기 별세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라프(69) 박사로 자신의 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한 명은 우스만스도르프 출신의 노아크 박사로 70살에 은퇴했다. 노아크 박사는 프랑크 마르틴에게 여름에 고혈압약을 처방해줬고, 친들러의 집을 방문해 은퇴 인사를 했다. 그는 친들러에게 요양 3등급 진단서도 발급해줬다. 요양 3등급 진단서로 친들러는 택시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작센주 가정의의 약 30%는 60살 이상이다.

   
▲ 2019년 시의회선거에서 니스키 유권자의 27%가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뽑았다. AfD 공동대표 티노 흐루팔라(왼쪽)와 알리체 바이델. REUTERS

‘워라밸’ 중시
다음날 저녁, 슈미트 의사는 전면 수리를 마친 세관 건물을 보여줬다. 세관 건물 인근의 숲으로 저녁 햇살이 잔잔하게 비쳤다. 그는 낮엔 병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면서 눈을 맞춘다. 하지만 환자 1300명은 슈미트가 자신의 삶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정도로 많은 수다.
슈미트는 총면적 190㎡인 세관 건물 두 개층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 공간은 별장 4채로 개조할 것이다. 스키 휴양지가 여기서 멀지 않다. 슈미트는 나중에 벌을 기르고 퇴근 뒤엔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그가 원한 “더 나은 삶”이다.
슈미트가 개업하기 전에 해당 병원에서는 정형외과 의사가 진료했다. 이제 그 정형외과 의사도 은퇴했다. 병원으로 정형외과 의사를 찾는 전화가 아직도 온다고 간호사 슈텔라는 말했다. 니스키에는 안과 의사도 부족하고 가정의 1명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니스키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하이코 노이만(52)에게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들은 “여기 한번 봐주시겠어요?” 하며 다친 다리를 보여준다. 노이만은 “우리는 당연히 진단을 내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우스만 거리에서 친첸도르프 아포테케(Zinzendorf Apotheke) 약국을 운영한다. 서비스 창구 네 곳 앞에 조그마한 붉은 양탄자가 깔려 있다. 마치 여기서 손님들의 잃었던 존엄을 되찾아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키가 크고 날렵한 스타일의 노이만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앉았다. 그는 고객 한 명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서랍장에는 ‘2022년 회계 결산’이라고 적힌 서류철이 있다. “지역에 의사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처방전이 덜 발급된다.” 그가 약사로 일한 지도 어언 30년이 흘렀다. 22년 전부터 이 약국을 경영했다. 과거에는 니스키에 모든 질병마다 전문의가 있었다고 한다.
노이만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크림 등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 판매로 매출 감소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노력했다. 유감스럽게도 지역주민에게 건강관리나 요양은 크게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 정도의 구매력이 없다. 니스키에서 많은 주민이 체념과 피곤에 찌들어 있다. 2019년 시의회선거에서 유권자 27%가 극우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을 뽑았다.
사람들은 약사 노이만에게 처방전 없이 약을 그냥 팔 수는 없는지 물었다. 그래서 노이만은 이들을 돕기 위해 의사들에게 팩스를 보내지만, 대부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약국도 매출 급감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은 환자 서비스 핫라인(116117)으로 전화해 의사의 가정방문을 신청한다. 혹은 병원의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 상담 시간에 방문해 필요한 약을 소량이나마 처방받으려 한다. 아니면 드레스덴 기독교 여교역자훈련원이 운영하는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응급상황도 있지만 이는 전체의 30~50%에 불과하다고 접수처 직원이 말했다. 가정의가 없는 사람들은 목 통증이나 기침 증상으로도 응급실을 찾는다.
다음날 아침 8시55분. 1939년생 노신사가 대기 끝에 병원에서 접수에 성공하고, 진료 차례가 되어 변비 통증을 호소한다. 무슨 수를 써도 변비가 낫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정의가 없는 동안 자신의 몸에 생긴 여러 문제를 하나하나 읊는다. 병원은 그를 바로 입원시켰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NOTRUF AUS NIESKY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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