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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낙후와 인구유출, 정치권 방치에 악순환
[GLOBAL] 주치의 없는 환자들- ③ 책임
[149호] 2022년 09월 01일 (목) 바르바라 하르딩하우스 economyinsight@hani.co.kr

바르바라 하르딩하우스 Barbara Hardinghaus <슈피겔> 기자

   
▲ 2021년 12월7일 독일 바이에른주 카우프보이렌의 한 병원에 긴급도움요청(SOS) 신호가 떴다. REUTERS

독일 작센주 도시 괴를리츠의 65살 이상 주민 비율은 30% 수준이다. 65살 이상 고령층은 가정의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는 연령층이라고 다나 슈미트 병원의 접수창구 직원인 지모네 슈텔라는 설명했다. “고령층의 진단 서류는 특히 분량이 많고 가정의의 가정방문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환자 가정방문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2번 진찰실에서 그리트 간호사가 서류를 훑어보고 있다. 슈미트 의사는 1번 진찰실에서 환자들을 진료 중이다. 슈미트는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환자들의 가정방문 요청 편지에도 가정방문을 원칙적으로 거절한다고 적어놓았다. 슈미트는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직전 접수창구에서 가정방문을 거절하는 이유를 들려줬다. “동네에서 번지수를 찾는 동안, 병원에서 환자 10명을 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가정의들에게 가정방문은 테이블보다 훨씬 작은 테이블보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도로테아 친들러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친들러를 환자로 받지 못해 마음은 아프지만, 그와 유사한 이야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듣는다고 슈미트는 말했다.
정오에 슈미트 병원의 의료진은 모두 점심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인근 레스토랑 뷔르거하우스에서 돈가스를 배달해줬다.

시간 걸리는 가정방문 거절
전날 밤 폴커 회인크 박사는 환자 진료를 위해 가정방문을 했다. 그는 간략한 보고서를 포함한 전자우편을 작성 중이다. “한 환자가 몇 주 전부터 심각한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에게는 배정된 가정의가 없다. 이 여성 환자는 직접 병원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환자는 너무 긁어 상처까지 생겼다. 가려움증의 원인은 금방 밝혀냈다. 환자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의약품을 복용했다.”
슈텔라는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오전은 특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60살 전후의 여성 암환자가 약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자신을 환자로 받아달라고 호소했다. 슈텔라가 안 된다고 거절하자, 그 환자는 울었다. 그리고 자신도 따라 울었다고, 자칭타칭 뻔뻔하다는 슈텔라가 말했다. 점심 테이블에 앉은 누구도 말이 없다. 회인크 박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을 구할 수 없는 것처럼, 이들 역시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슈미트 의사와 간호사들은 사회적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만들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문제인가? 드레스덴 쉬첸회에12가에 있는 작센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 1층 접수창구에서 한 여성이 가정의를 구하는 환자와 통화 중이다. 3층에는 이비인후과 의사 출신의 쥘비아 크루크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 부대표가 <슈피겔>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루크와 더불어 인력담당 부서의 남자 직원이 가정의를 필요로하는 환자들의 문의를 처리하고 있다. 남자 직원은 드레스덴 가정의 자리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문의도 맡고 있다.
크루크 부대표와 남자 직원은 니스키의 도로테아 친들러의 상황을 들었다. <슈피겔> 취재진은 친들러가 가정의를 여전히 구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크루크는 “가정의를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의들에게 호소하는 동시에 가정의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정을 예약해주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친들러가 주치의를 찾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크루크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남자 직원은 의자에 앉은 채 안절부절못했다. 직원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료서비스 낙후는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했다. 시골 지역의 낙후된 의료 인프라로 사람들이 니스키 전입을 꺼리고, 이는 정치권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 오랫동안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시골 지역은 인구가 계속 유출되고,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사회기반시설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교, 유치원, 요양시설 등의 인프라와 의사도 부족하다.
친들러 집의 화분에는 형형색색의 튤립이 자라고 있다. 창문에는 우아한 커튼이 드리워 있다. 친들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서 “집에 사람이 오면 너무 좋다”고 말했다.

   
▲ 안드레아스 가센 독일 법정건강보험의사협회(KBV) 이사회 의장. REUTERS

고통은 오롯이 아픈 주민들이
친들러는 취재진에게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거실 벽에 지팡이를 세우고 자리에 앉는다. 집 안은 어둡고 춥다. 친들러는 니트 스웨터 두 벌을 껴입었다. 그는 평평한 테이블에 팔꿈치를 댔다. 이 테이블에서 자신을 환자로 받아달라고 병원에 보내는 편지를 썼다. 이제 손에 관절염도 앓고 있다. 젊은 여의사 슈미트는 적어도 거절이나마 답신해줬다고 친들러는 말했다. 슈미트를 제외하고는 어떤 의사로부터도 답신을 받지 못했다.
선반 위쪽에는 아들들과 남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친들러는 가족과 이 집에서 한평생을 살았다. 아이들 생일파티도 했다. 친들러는 37년간 학교에서 일했다.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만 빼면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테이블 위에 해바라기 모양의 스카프와 진통제 펜타닐 패치 팩이 놓여 있다. 친들러는 1999년 추간판탈출증을 앓고 수술한 뒤 펜타닐 패치를 달고 산다. 남편이 항상 자신의 등에 펜타닐 패치를 붙여줬다. 남편이 2021년 사망한 뒤, 친들러는 등에 패치를 붙이기 힘들어 대신 허벅지에 붙이고 있다.
노아크 박사는 2021년 7월에 마지막으로 친들러의 집을 방문했다. 펜타닐 패치는 같은 해 12월에 모두 떨어졌다. 친들러는 116117로 긴급전화를 했고 한 의사가 가정방문했다. 의사는 친들러의 혈압을 재고 간(肝) 약을 처방하고 택시 바우처를 발급해줬다. 친들러가 택시 바우처로 택시를 타고 니스키로 와서 펜타닐 패치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친들러가 응급병원에 갔지만, 응급병원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회인크 박사가 이날 우연히 진료하고 있었다. 회인크 박사는 펜타닐 패치 처방전 발급을 요청하는 편지를 친들러를 위해 써줬다. “한 의사가 펜타닐 패치 처방전을 발급해주기는 했지만, 자신이 압박받는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냈다”고 친들러는 떠올렸다. 그래서 친들러는 더 이상 그 병원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친들러는 펜타닐 패치 팩을 흔들더니 “아직 4개가 남았다”고 말했다. 매일 패치 하나가 필요하다. 얼마 전부터 패치 하나를 가위로 여러 조각으로 오려서 쓰고 있다. 통증이 있는 친들러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소파에 꽉 쥔 주먹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몸을 떨면서 간신히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그는 서 있는 것을 무척 힘겨워했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친들러는 휴지를 더 꽉 쥔다. 펜타닐 패치가 다 떨어지면 다시 116117로 전화해서 택시 바우처를 발급받은 뒤 택시를 타고 어느 병원이든 가서 접수창구에서 누구든 설득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친들러는 말했다.

취재 뒷이야기
우연히 독일 작센주 니스키에서 긴 줄을 선 사람들 사진을 보면서 이 기사를 쓰게 됐다. 한 가정의가 니스키에 개업했는데, 여기에 환자로 등록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바르바라 하르딩하우스 <슈피겔> 기자는 ‘구조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는 니스키에 가서 환자들과 의료진을 취재했다. 의사 다나 슈미트는 <슈피겔>의 취재를 위해 며칠 병원을 개방했다.

ⓒ Der Spiegel 2022년 제29호
NOTRUF AUS NIESKY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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