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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다양성, 민가와 거리… 풍력터빈 세울 곳이 없다
[GREEN] 녹색철강 앞장선 제철소 GMH의 딜레마
[148호] 2022년 08월 01일 (월)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2세 기업인 안네마리 그로스만은 게오르크스마리엔휴테에 있는 제철소를 기후중립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바꾸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60대의 대형 풍력터빈이 공급하는 규모의 엄청난 친환경 전기가 필요하다. 물론 종 보호 규정이 허용할 경우의 이야기다.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독일 최대 철강기업 티센크루프의 노동자가 용광로에서 일하고 있다. 녹색철강 생산은 모든 제철소의 과제다. REUTERS

한 시간에 한 번 괴물이 깨어난다. 먹이를 줄 시간이다. 용광로 뚜껑이 천천히 열리고 100t이 넘는 고철이 몬스터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그러면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옥 같은 소음이 게오르크스마리엔휴테(GMH) 제철소 작업장을 채운다. ‘쿵쿵’,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불꽃이 날아오르고 섬광이 번쩍인다. 백색 아크(Arc·전광)가 타올라 약 1600℃의 온도로 고철을 녹인다.
이 광경은 몇 분만 지속된다. 이후에는 벌겋게 빛나는 강철이 용암처럼 끈적하게 흘러나온다. 이런 과정이 매일 24시간 내내 계속된다. 공장이 매일 소비하는 전기의 양은 인구 16만8천 명인 이웃 도시 오스나브뤼크의 하루 전기 소비량과 맞먹는다. 안네마리 그로스만은 “이 앞에 서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용광로를 달아오르게 하는 전력은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로스만의 의지로 바뀔 것이다. 미래에는 오직 재생가능 에너지원에서 만들어지는 전력만 사용할 것이다. 그로스만은 GMH 제철소를 기후중립의 선도기업으로 변신시키고,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회색철강이 아닌 (친환경) 녹색철강만 생산하려 한다. “지속가능성은 우리 세대의 주제”라고 그녀는 말했다.

강철 1t에 이산화탄소 1.8t 발생
1988년에 태어난 그로스만은 베를린, 베이징, 런던에서 공부한 경제학 박사다. 그을음과 먼지 냄새와 함께 성장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토이토부르크 숲 가장자리에 있는 이 공장을 잘 안다. 때때로 주말에 그녀는 회사 구내를 돌아다니는 소방차에 타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녀의 아버지 위르겐 그로스만은 1993년에 이사로 근무하던 철강기업 클뢰크너(Klöckner)로부터 2마르크에 이 제철소를 인수했다. 1마르크는 땅값, 1마르크는 설비값이었다. 전문경영인이었던 그는 고액 연봉의 자리를 그만뒀다. 그는 몰락한 기업을 재건하고 기업 오너가 되는 것을 선호했다.
오늘날 GMH그룹은 연간 매출액이 약 20억유로고, 6천여 명의 직원이 있다. 공장에서는 철과 강철로 만드는 모든 것을 단조, 압연, 주조한다. 벤츠, 폴크스바겐, 도이체반(독일철도) 등의 고객사를 위한 크랭크샤프트, 실린더헤드, 휠 브레이크 디스크 같은 제품이다.
회사의 역사는 다사다난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코로나 위기로 회사는 여전히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70살인 위르겐 그로스만은 2006년 경영권을 포기했다. 티센크루프그룹의 임원이었던 알렉산더 베커(45)가 현재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약 1년 전부터는 안네마리 그로스만도 경영진에 합류했다. 그녀는 관리동 3층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그녀의 아버지도 이전에 이곳에서 살았다.
그로스만과 베커는 회의실에 앉아 있다. 벽에는 제철소의 미래 모습을 낭만적으로 그린 거대한 유화가 걸려 있다. 그들은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GMH 제철소의 생산공정을 경쟁기업인 티센크루프나 잘츠기터보다 더 빠르게 2039년까지 기후중립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우리는 곳곳에 촉수를 뻗고 있다”고 베커가 말했다. 그는 아직 최종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에너지 공급 문제는 독일 산업계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특히 철강산업계는 더욱 그렇다. 독일 철강산업은 전체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30%를 차지한다. 기후보호법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2019년에서 2030년 사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37%까지 줄여야 하며, 2045년까지 공장의 온실가스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독일산업연맹(BDI)은 철강산업이 “대규모 전환”에 직면했다며 “2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기존 생산 역량을 거의 완전하게 해체하고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산업구조가 화석연료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시급한지 순식간에 깨닫게 했다. 철강 생산은 부정한 일이다. 철광석을 확보하기 위해 광산업계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러시아의 비옥한 땅을 수탈한다. 그리고 기후를 파괴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철강을 생산한다. 강철 1t을 생산할 때 약 1.8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 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풍력발전소의 풍차 터빈. 풍력발전은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후 보호의 갈등을 유발한다. REUTERS

풍력터빈 60대 필요
GMH에서는 환경에 덜 해로운 공정을 사용한다. 이 회사는 녹색철강 생산의 선도기업이지만 사실 우연의 일치로 달성했을 뿐이다. 위르겐 그로스만은 1995년 기존 고로를 철거하고, 당시 8500만마르크를 들여 현대적인 전기고로를 설치했다. 생태학적 이유가 아니라 전기고로가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개장식에는 당시 니더작센주 주지사이던 게르하르트 슈뢰더도 참석했다.
이후 전기고로는 오스나브뤼크와 도르트문트에 있는 GMH 자체 재활용 센터의 고철을 처리했다. 이 또한 친환경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게오르크스마리엔휴테가 이른바 ‘마른 땅’이었기 때문이다. 철광석을 저렴하게 운송할 수로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전기고로와 고철을 사용하기로 한 위르겐 그로스만의 결정은 부득이한 것이었지만, 지금 결실을 보고 있다. GMH에서 강철을 1t 생산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0.4t에 불과하다. 일반 고로 공정보다 5배가량 적다. 최고경영자(CEO) 베커는 “감사하게도 우리는 이미 전환의 큰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 단계는 기후중립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훨씬 어렵다.
풍력이나 태양광 전기는 희소한 상품이다. 철강, 화학, 배터리 생산 등 중공업 분야의 모든 기업이 이를 놓고 경쟁한다. 누구나 녹색 기가와트시(GWh)를 갈망한다. 이 분배 투쟁에서 기업 규모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바스프(BASF) 같은 거대 화학기업은 공급자에게 전기 할당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억유로를 투입한다. 심지어 북해 연안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GMH그룹 같은 중간 규모의 회사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니더작센의 이 회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로스만과 베커는 몇 달 전부터 제철소 근처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에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사람은 태양광 집열판, 무엇보다 풍력발전기 설치 공간을 찾고 있다. 베커는 제철소를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하려면 대략 60대의 대형 풍력터빈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지역 정치권과의 회의에서 그는 이 숫자를 언급했다. “대표단 전체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풍력발전기가 3대밖에 없다.
두 경영인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계속 장애물에 부딪혔다. 때로는 주거용 건물까지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다. 때로는 당국이 자연보호 문제를 우선시했다. 농업이나 임업의 이익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었다. 이 지역 토양은 생산량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을 부족하게 하고 가격을 상승시켰다. 그에 따라 농지는 과거보다 더 귀중해졌다. “접근금지 구역을 모두 제외하면, 공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고 그로스만은 냉철하게 말했다.

녹색당 각료, 생물다양성 양보 주장
그러나 이들에게 더 큰 문제는 오스나브뤼크 일대에 적용되는 ‘종 보호 특별규정’이다. 그로스만은 이 규정을 준수하면 전기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 풍력발전소를 수익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이 지역의 풍력터빈 운영자는 반경 안에 충돌 위험이 있는 조류가 서식할 경우 풍력발전소 작동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설이 승인된다. 이 방식은 ‘자연의 변호사’로 알려진, (오스나브뤼크 인근 마을인) 브람셰 출신의 생물학 박사이자 환경 전문가 마티아스 슈라이버가 개발했다.
슈라이버는 붉은솔개, 말똥가리, 유럽개구리매 등의 맹금류가 둥지와의 거리, 계절, 온도, 시간 또는 날씨에 따라 회전날개에 충돌해 죽을 위험을 계산했다. 예를 들어 자주 희생되는 말똥가리의 경우 위험한 시기가 3월에서 8월까지다. 이 기간에 말똥가리는 정오에 하늘을 선회하는데, 불행히도 딱 회전체 중심 높이에서 나는 경우가 있다. 슈라이버의 계산에 따르면 풍력발전 장치가 위험성이 제일 높은 400시간 동안 작동을 중단하면 충돌 위험이 3분의 1가량 감소한다.
생물다양성보호 활동가들은 오스나브뤼크의 방식을 칭찬한다. 그런데 최근 독일 연방정부의 녹색당 지도부 두 명이 이에 의문을 제기했다. 4월 초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부 장관과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은 ‘자연에 부담되지 않는 풍력에너지 확대’에 관한 주요 문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이 문서에서 재생에너지 생산이 “최우선적인 공공의 이익”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생물다양성 보호는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서는 풍력발전소 건설이 금지되는 번식지 주변 반경을 상대적으로 좁게 그렸다. 대부분 500m다. 그리고 독일 전역에서 오직 16종의 조류만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정의한다. 말똥가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류학자 슈라이버는 이 보고서를 “오직 경제적인 논리로 작성한 보고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생태학적 문제가 극히 아마추어적인 방식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환경부 장관은 아마도 수행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그는 불평했다.
풍력인가? 생물다양성 보존인가? 오스나브뤼크 지역만큼 두 녹색 목표의 충돌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곳은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그 여부가 GMH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오스나브뤼크의 군수 안나 켑슐(48)은 독일에서 유일하게 녹색당 당원 수첩이 있는 군수다. 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 유럽의 솔개. 풍력발전 때 회전날개와 충돌해 죽을 위험이 있다. REUTERS

“녹색전력이 산업의 미래 결정”
생명공학을 전공한 공학석사 켑슐은 그로스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MH 제철소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산업체다. 녹색당 여성 정치인 켑슐은 여성 기업인 그로스만이 (풍력발전소를 짓는 데) 적당한 부지를 찾는 일에 지원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시에 켑슐은 생물다양성 보호도 필수라고 생각한다.
선의를 지닌 켑슐의 제안은 이렇다. 국가는 풍력발전을 금지했던 삼림 지역을 재평가해야 하며, 곧 있을 토지이용계획의 개정이 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다음 입법부는 딱정벌레의 침입이나 폭풍 피해로 나무가 줄어든 지역에 일정 시간 풍력발전을 허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부지를 검토 대상으로 열어놓고 싶다. 부지는 미래의 자원이다.”
중앙정부의 동료 당원이 발표한 주요 문제 보고서를 켑슐은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가 생물다양성 보호와 기후 보호와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 초안은 논박의 여지가 많다.
GMH는 더 이상 (풍력발전 용지 물색이) 지연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베커 CEO는 녹색강철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면서, GMH의 ‘녹색전력’ 이용 가능성이 많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실패한다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베커는 수년간 중국과 브라질에서 기업 경영자로 일했다. 그는 몇 분, 몇 시간, 며칠 동안 에너지 공급이 어떻게 붕괴하는지 반복해 경험했다. 불안정한 전력망은 막대한 경쟁력 손실을 뜻했다. “다행히 독일에서 아직 그런 상황은 겪은 적이 없다.”

ⓒ Der Spiegel 2022년 제21호
Die grüne Stahlbaroni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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