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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버핏, 소득세 한 푼 안 내
[COVER STORY] 사악한 슈퍼리치- ② 납세내역 폭로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마르크 피츠케 Marc Pitzke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립자(가운데). REUTERS

세계화의 부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기는 할까? 프랑스 이코노미스트 토마 피케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한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대안으로 제시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다. 거대한 규모의 금융시장과 글로벌 투자 기회가 있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거대한 부를 쌓은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더 큰 부를 쌓게 된다고 피케티는 그의 저서에 적었다.

팬데믹 동안 새 억만장자 573명
결국 마지막 남은 방법은 기존 체제를 바꾸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슈퍼리치들도 있다.
“국가는 부유층의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 기업인 랄프 주이카트가 지하 주차장에 자신의 테슬라를 세운 뒤, 카를스루에 시내에 있는 통창 유리의 오피스빌딩 쪽으로 향한다. 여기서 그는 인생의 절반을 변호사와 파산관리인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체를 경영했고, 5년 전 자신의 사업체를 수백만유로에 매각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자본투자에서 나온 수익만으로도 여유롭게 살고 있다. 그는 수익금에 통일연대세 포함 원천징수 26%를 납부하고 있다.
주이카트는 독일 조세체계와 현대 자본주의의 공정성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고 있다. 주이카트는 과거 회사 직원들이 기업 대표인 자신보다 소득세를 평균 30% 이상씩 더 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고민 중이다. 그리고 왜 수많은 동료 기업인들이 회사 수익을 몇 년 전부터 조세회피처에 숨겨놓고, 직원들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아마존 등의 대기업에 환호하는 이유를 되씹어보고 있다. 주이카트는 “현대 경제시스템은 기능장애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후기 산업시대의 경제체제가 더 이상 20세기 자본주의와 접점이 없다는 데 있다. 자본은 지난 세기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신속하게 이동하며 아주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 저금리는 주식, 부동산, 유가증권 등의 자산가치를 끊임없이 부풀린다. 이런 자산은 주로 부유층이 소유하고 있다.
적잖은 사람이 일자리와 생존 위험에 처했고, 많은 소규모 사업장이 국가의 지원금 없이 생존하기 힘들었던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2년 기간에만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억만장자는 573명이나 새로 탄생했다. 현재의 억만장자는 과거 슈퍼리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하다.
<포브스>가 1987년 전세계 부자 순위를 최초로 발표했을 때, 당시 세계 1위 부자는 부동산 재벌 쓰쓰미 요시아키였다. 당시 그의 자산은 그간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517억달러였다. 현재 <포브스>가 발표한 전세계 부자 1위인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2180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비교적 신생 분야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억만장자가 대거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IT 업계는 전세계의 디지털화를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높은 글로벌 기업이 대거 탄생했다. 엄청난 물량의 벤처자본이 투입된 IT 기업의 직원 수십만 명은 자사주 매입으로 대대적인 수혜를 입었다.
2019년에만 에어비앤비(Airbnb)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 6곳의 역대급 규모 기업공개(IPO)로 억만장자 6천 명이 단숨에 탄생했다. 기업 10여 곳에 배당된 금액만 2300억달러였다.
수년 전부터 미국 도심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평범한 소득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반면 IT 업계 슈퍼리치들은 블록 단위로 저택들을 사들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저택 10채를 소유하고 있다. 당연히 하와이에도 저택을 보유하고 있다.

   
 

도심에서 쫓겨나는 월급쟁이들
하와이는 IT 업계 슈퍼리치들이 경쟁적으로 별장이나 섬을 아예 통째로 사들이는 곳으로 각광받는다. 마크 저커버그와 제프 베이조스 외에 ‘컴퓨터 선구자’ 마이클 델이 2억8천억달러에 ‘포시즌스 리조트 마우이’를 사들였다. 이 고급 리조트의 180도 바다 전망 스위트룸은 1박 가격이 무려 1만215달러(약 1300만원)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설립자는 하와이 라나이섬 전체를 3억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입했다.
실리콘밸리의 슈퍼리치 가운데 엄청난 부로 사회적 사명감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슈퍼리치가 자신의 부를 아끼지 않고 쓰는 곳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다. 피터 틸 페이팔 설립자는 신비주의적인 수명 연장 프로젝트에 수백만달러를 쓰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동시에 그는 미국에서 개인의 목을 옥죄는 규제를 피해 앞으로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려고 태평양에 자신만의 섬국가를 세우는 일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거 페이스북에 280만달러를 투자했던 냅스터(Napster) 설립자 숀 파커는 큰 정부와 세금을 맹렬히 비판한다. 그는 주로 파티에 돈을 펑펑 쓰고 있다. 파커는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자연보호지역 한가운데에 수개월에 걸쳐 판타지영화 <반지의 제왕> 배경을 그대로 재연했다. 결혼식에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팅은 거의 3m 높이의 케이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파커는 결혼식에만 340만유로(약 45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식이 끝난 뒤, 자연보호단체들은 파커를 환경파괴 혐의로 고발했다.
독일의 ‘모범적인’ 슈퍼리치 랄프 주이카트는 억만장자들의 이런 일탈행위를 들을 때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는 글로벌 단체 ‘인류를 위한 백만장자들’(Millionaires for Humanity)과 협력하는 기업인 단체를 공동설립했고, 부유세 인상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부호 100명 이상이 단순히 기부나 재단 설립으로 선한 행위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재산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재산세 도입으로 “빈곤과 기후위기를 퇴치”하고 “유엔의 개발목표”를 추진하자는 것이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이들은 “우리는 세금을 신뢰한다”(In Tax We Trust)는 슬로건을 내건다. 하지만 기존 조세체제를 신뢰할 만한 요인이 거의 없어 보이는 것이 유감일 따름이다.
컴퓨터 화면에 어느 날 갑작스레 뜬 자료는 언뜻 해독되지 않는 숫자들의 나열에 불과해 보였다. 자료 내용은 이름과 연도, 달러로 표시된 금액이 전부였다. “우리도 자료를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제시 아이신저는 자신들이 받은 자료가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보물이 맞는지 거듭 확인해야 했다. 그의 컴퓨터 화면에 떴던 이름과 연도, 달러 금액은 슈퍼리치 미국인 수천 명의 개인 납세내역 유출 자료였다. 누군가 이 자료를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와 이 매체의 수석기자 아이신저에게 익명으로 보냈다.
민감한 내용이 담긴 미국 슈퍼리치들의 납세내역은 미국 국세청(IRS)의 전자정보에서 나왔다. IRS는 미국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안전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신저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슈피겔>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금맥을 캐냈다”고 말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숫자를 해독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아이신저의 전문 분야였다. 그는 2011년 월스트리트에 관한 보도로 국내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도 아이신저 팀은 15년간 축적된 미국 슈퍼리치들의 납세내역을 해독하고 확인하는 데 여러 달이 걸렸다. 그 결과는 숨이 멎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루퍼트 머독, 마이클 블룸버그 등 미국 슈퍼리치들은 연간 수십, 수백억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소득세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말이다.
IRS가 실제 수입에만 세금을 징수할 뿐, 서류상 주식이나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자산 증식에는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것을 슈퍼리치들은 적극 활용했다. 이들은 대개 주식이나 부동산 불로소득이 상당하다. 그리고 투자 손실과 이자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실제 소득보다 낮춰 신고할 수 있다. 또한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이 상징적으로 받는 ‘1달러 급여’도 슈퍼리치들의 세금 부담을 엄청나게 낮춰준다.
아이신저 탐사보도팀은 IRS의 해독 불가능한 숫자 정보를 풀어내고 ‘실제 세율’(True Tax Rate)로 환산해 비전문가들도 알기 쉽게 정리했다. 미국 평균소득자의 2021년 소득세율이 22~37%인 데 견줘, 최상위 부호 25명은 부풀려 신고한 손실액에 근거해 평균 소득세율이 3.4%에 그쳤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상위 부호 25명은 2014~2018년 무려 총 40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슈퍼리치들은 소득세를 어떻게든 절감해야 넓은 대저택, 요트, 개인 비행기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슈퍼리치가 내는 세금은 이들의 실제 경제력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프로퍼블리카>가 정리한 슈퍼리치들의 납세내역에 따르면, 머스크의 소득세율은 2014~2018년 겨우 3.3%에 불과했다. 블룸버그와 베이조스의 소득세율은 각기 1.3%, 1%였다.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 부호이면서도 자녀 수당 4천달러의 복지수당까지 꼼꼼히 챙겼다.
<프로퍼블리카>의 납세내역 폭로에 따르면, 탈세를 가장 많이 일삼은 억만장자는 자신을 “선한” 부호로 포장하기 좋아하는 워런 버핏이었다. 버핏은 2014~2018년 자산을 무려 243억달러 증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세금은 총자산의 0.1%에 불과한 2370만달러를 내는 데 그쳤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아이스크림바를 즐기고 있다. REUTERS

워런 버핏, 탈세 가장 많이 해
아이신저 탐사보도팀은 탈세에 능통한 투자자들이 중산층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연금상품을 통해 주식 수익에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과정을 재현해 보였다. 그리고 슈퍼리치가 스포츠구단을 사들이거나 부동산으로 엄청난 손실을 내는 방식으로 세금 납부액을 절감했고, 상속세를 회피해 왕국의 부를 지켜낸 추악한 과정을 낱낱이 고발했다.
<프로퍼블리카>의 폭로 기사에 여론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백악관은 2021년 가을 선임이코노미스트 대니 예이건과 그레그 라이저슨의 자체 연구보고서를 통해 <프로퍼블리카>가 내린 결론이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사실에 부합하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부호 400명은 “불완전한 소득산정법” 덕택에 2010~2018년 미국 평균소득자의 소득세율 8.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1%를 내는 데 그쳤다.

ⓒ Der Spiegel 2022년 제21호
Reich, reicher, obszön re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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