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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덤핑 땐 공멸… 국제 공조 필수
[COVER STORY] 사악한 슈퍼리치- ④ 빈부격차 확대 막으려면
[147호] 2022년 07월 01일 (금)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팀 바르츠 Tim Bartz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마르크 피츠케 Marc Pitzke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둘쨋줄 가운데)가 영국 프리미어 축구 첼시 구단주 시절 첼시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REUTERS

다른 국가들처럼 중국에서도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후룬연구소 회장인 루퍼트 후지워프는 설명한다. 중국 당국이 2020년 말 빅테크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의 핀테크기업 앤트그룹(AntGroup)은 370억달러 규모의 상장을 준비했다가 이틀 앞두고 전격 취소한 뒤 무기한 연기했다. 이후 마윈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대중 앞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다른 여러 정보기술(IT) 기업도 벌금형을 받았다.
덩샤오핑의 ‘선부론’(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지역에 먼저 투자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은 이제 부분적으로만 유효할 뿐이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공산당은 2021년 중반 빅테크와 억만장자들에 대해 강공 정책으로 선회했다. 중국 부자 엘리트들의 잠재적인 권력 핵심을 싹부터 자르기 위해서였다.
2021년 8월17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전체 회의록이 국영 텔레비전 누리집에 어느 날 저녁 올라왔다. 관료주의가 물씬 배어나는 엄청나게 긴 회의록에서 같이 잘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라는 표현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의록이 아무리 지루하게 길어도 이 표현만큼은 예사로이 지나칠 수 없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공동부유에 대해 “몇 사람이라도 먼저 부유해지도록 하고, 이들이 다른 이들을 이끌고 도와 함께 부유해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국영 언론은 시진핑 주석의 말을 해석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의 한 공무원은 기자회견에서 불평등을 타파하는 싸움은 “빈곤층을 돕기 위해 부유층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과도한 고액 연봉은 지양해야 하며, 기업들은 반드시 사회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기부를 의미하냐는 언론의 질문에 기부도 좋은 생각이라고 공무원은 답했다.

중국, 선부론에서 공동부유로
이에 수많은 기업인이 중국 정부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인터넷 대기업 알리바바는 그로부터 며칠 뒤, 연간 수익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천억위안(약 19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200억위안은 ‘공동부유’ 기금에 들어갔다.
또한 중국 억만장자들은 사치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샤넬, 루이뷔통, 보르도 와인 등의 판매량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축구클럽과 승마용 말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특히 러시아와 아랍권 억만장자들”이라고 루퍼트 후지워프는 말한다.
러시아 억만장자이자 전 영국 FC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서구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기 전까지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보유한 수많은 고급 대저택과 초호화 요트 중 무엇을 이용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프랑스 칸 인근 항구도시 앙티브에 있는 고급 빌라였다. 이 빌라는 과거 영국의 에드워드 8세와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의 소유인 적도 있었다. 아브라모비치가 1927년 완공된 전용면적 2400㎡의 빌라를 매입한 것은 2001년이었다. 침실 8개, 헬스클럽, 영화관, 15m 길이의 루프탑 풀장, 지중해 해변과 바로 연결되는 길이 있다. 빌라 가격은 약 1억유로(약 1300억원)로 추정된다.
아브라모비치는 총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상당의 요트 5척을 소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가 소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요트 ‘솔라리스’(Solaris)의 가격은 4억7400만달러다. 솔라리스에는 최대 승객 36명과 승무원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48개와 데크 8개, 헬리콥터 이착륙장 헬리패드, 비치클럽이 딸린 수영장과 자쿠지 스파 시설이 있다.
이 정도 극강의 사치는 중동 억만장자들에게나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지에서 며칠 묵는 호텔 숙박비로 90만파운드(약 14억원), 항공료 40만파운드, 개인 요트 임대료 등으로 일주일에 5만5천파운드 지출 등은 두바이 지배 가문에 아주 평범한 여름휴가에 속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총리 겸 부통령이자 두바이 군주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3)과 배우자 하야 빈트 알후세인(48)이 2021년 런던 고등법원에서 이혼과 두 자녀의 부양의무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들의 여름휴가 지출 내역이 세간에 알려졌다. 알막툼은 아내에게 위자료로 5억5400만파운드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배우자와 두 자녀의 말과 동물 관리비로 연간 27만7050파운드를 책정했다. 여기에는 새로 말 한 마리를 사는 데 필요한 2만5천파운드가 포함됐다.
부유층 과세를 강화한다? 고액 자산을 재분배한다? 서구 세계에서 점점 더 열띠게 논의되는 이 주제에 아랍의 슈퍼리치들은 기껏해야 피곤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다. 반면 일부 독일 자산가는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슈퍼 요트. REUTERS

독일 좌파 학자들, 자산세에 소극적
울리히 디츠를 분노하게 하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자산세다. 미국에는 자산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일에서 자산세는 “가족기업과 스타트업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소프트웨어그룹 GFT SE의 최고경영자(CEO) 울리히 디츠는 경고한다. 독일 정부는 일단 세금 인상을 배제했다. 하지만 디츠는 지금 당장의 평화를 믿지 않는다. “거대 양당에는 자산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디츠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슈피겔> 취재진에게 스타트업 사례를 들어 자산세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설명했다. “설립 첫 몇 년 동안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1억유로로 늘어났다고 가정해보자.” 디츠는 플립차트의 숫자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해당 스타트업이 아직은 수익을 전혀 내지 않을 확률이 높은데도, 설립자들은 이미 이 시점에 자산세로 100만유로를 내야 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당이 동시에 자산세를 요구할 수는 없다.” 그는 종이에 붉은색 연필로 굵게 밑줄을 그었다.
디츠는 설립 당시 보잘것없던 아주 작은 회사를 16개국에 직원 9천 명을 둔 히든챔피언으로 키워낸 기업인이다. GFT는 금융기관들의 온라인뱅킹이나 일반 대기업의 데이터 클라우드를 관리하는 IT 프로그램 개발회사다. 이는 최근 성장 분야다. GFT의 2021년 매출은 27% 늘었고, 수익은 심지어 3배나 늘어났다. 이는 디츠에게도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그가 보유한 지분 35%의 가치는 4억유로에 이른다.
디츠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자산세를 납부해야 한다면, 매년 국세청에 400만유로를 내야 한다. 그가 2021년에 받았던 배당금보다 더 많은 액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속적으로 회사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결국 회사는 외부인 손에 넘어갈 것이다.”
수많은 독일 가족기업에서 이익 대부분은 배당되지 않는다. 대신 세제 혜택을 받고 회사에 재투자된다. 독일 상류층은 자산을 요트에 지출하지 않고, 기계에 투자한다. 독일 쾰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독일 성인 가운데 가장 부유한 0.1%가 가진 개인 자산의 약 60%는 기업에 투자돼 있다.
국가가 이 돈에 세금을 매긴다면 부유층에 타격을 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업장과 일자리, 독일의 경제 핵심도 타격 입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잘 대비할 수 없게 된다.
디츠는 이미 이런 경험을 했다. 그는 2000년 닷컴 버블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의 회사 주가는 순식간에 80유로에서 2유로로 폭락했고, 고객사들은 프로젝트 의뢰를 취소했다. 디츠는 150여 명을 해고해야 했다. 그의 회사가 당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자기자본비율이 60%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세정의와 공정성이라는 이른바 만병통치약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유동자산에 세금을 매긴다면, 정부가 팬데믹 시대의 화두인 회복력을 경제로부터 앗아가는 꼴이 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좌파로 분류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오히려 자산세에 소극적이다.
쾰른경제연구소의 조세전문가 슈테판 바흐는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에 자문하고 있다. 바흐는 두 정당의 자산세 개혁안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자산세는 새로 산정돼야 한다. 현재 자산세는 중소기업 투자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 자산세를 굳이 도입해야 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자산에만 과세해야 한다.”
바흐가 독일의 현 조세체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는 독일에서 사회문제와 중산층의 높은 세 부담을 지적한다. 바흐는 부유층의 과세 강화를 지지하면서도 독일 좌파 정당들의 시대에 뒤처진 조세개혁 방식은 단호히 거부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의 조세회피에 대해서는 법규정 강화와 중앙식 기업등기,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등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부유층이 부동산을 소유하므로, 바흐는 부유층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 증식을 막자고 주장한다. 부동산 취득 10년이 지난 뒤부터는 매매해도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는데, 말도 안 되는 이런 특권을 철폐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업에 대한 양도세 등의 특권을 대폭 철폐하고, 상속세를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그 반대급부로 개인의 소득공제액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군주 겸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가운데 회색 옷 입은 사람)이 2022년 3월 두바이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REUTERS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도입을
자본세와 부유세 부과에 대해 국제적, 특히 유럽연합 차원의 공조를 강화한다면 최대치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바흐는 기대한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에서처럼 낮은 세율과 허점투성이의 과세 예외규정을 둘러싼 제살깎기식 경쟁은 이제 끝맺어야 한다고 바흐는 목소리를 높인다. “유럽 차원이나 주요 20개국(G20) 사이에서 조율된다면 부유세를 대폭 올릴 수 있다.” 바흐는 독일이 자신의 제안대로 한다면 연간 수백억유로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잘 다듬어진 유사한 구상이 있다. 다만 이를 실행할 세력이 정치권의 다수가 아닐 뿐이다. 팬데믹, 전쟁, 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위협 사이에서 각국 정부는 부유층을 상대로 부유세를 도입할 의지와 힘이 부족하다. 부유층은 정치권의 막강한 반대파이기도 하다. 부유층은 자본, 회사, 일자리를 이전하겠다며 언제든지 정치권을 협박할 수 있다. 부유층은 막강한 로비스트 군단을 보유하며, 정당에 기부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며 전세계 권력자들과도 연결돼 있다. 부유층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데 무기가 따로 필요 없는 글로벌 슈퍼파워다.
문제는 불균형이 어느 순간 폭발할 수밖에 없는 긴장관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극단적인 미국에서처럼 말이다. 첫 폭발은 도널드 트럼프였다. 빈부격차가 이대로 계속 가속한다면 트럼프 재선이라는 두 번째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

ⓒ Der Spiegel 2022년 제21호
Reich, reicher, obszön re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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