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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목표와 강력한 규정, 제재 인력·수단에 의문
[ISSUE] 유럽연합 디지털시장법 시행
[146호] 2022년 06월 01일 (수)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연합이 디지털 거인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새 규정의 원대한 목표가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é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디지털 대기업 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 부근에 새로 지은 베이뷰 캠퍼스. 친환경을 내세운이 사옥은 2022년 5월18일 문을 열었다. REUTERS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을 도입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모든 입법기관의 합의를 얻기까지 1년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법안 발의부터 승인까지 진행 속도가 빠르다. 2023년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은 날로 커지는 빅테크(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었다. 개인정보규정(회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때 지켜야 할 규칙) 시행 5년의 경험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게이트키퍼 기업 겨냥
개인정보규정은 구글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든 디지털 업체에 적용한다. 반면 디지털시장법은 ‘게이트키퍼’(Gate Keeper) 기업을 겨냥한다. 게이트키퍼는 자사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를 꾸린 대규모 플랫폼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연간 매출액이 75억유로(약 10조원) 이상이거나 역내 이용자가 4500만 명(유럽연합 전체 인구의 10%)이 넘어야 게이트키퍼로 분류된다. 규제 대상이 GAFAM(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과 틱톡(중국), 부킹닷컴(유럽)으로 좁혀진다.
디지털시장법 적용 덕에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부작용을 피하게 됐다. 빅테크 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새 규정에 맞게 서비스를 개편하려면 재정적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알고리즘으로 시청 동영상을 결정하거나(페이스북), 판매업체 간 경쟁을 부추기거나(아마존), 앱스토어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떼어가는(애플) 업체가 아니면 법의 사정권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자 현대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된 서비스가 규제 대상이다. 디지털시장법의 어조는 강하다. 법을 어긴 기업은 세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반복해 규정을 어기면 과징금이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늘어난다. 실질적 타격을 받을 만한 강도 높은 제재다.
규제 폭도 넓다. 요약하면 빅테크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2020년 2월 경제학자 프레데리크 마르티가 한 말을 인용하면 디지털시장법의 목표는 “경쟁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에 맞게 경쟁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영체제(OS)에서 특정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쓰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구글은 앞으로 자사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크롬, 유튜브, 지메일 등을 기본 앱으로 제공할 수 없다. ‘개별 업체가 플랫폼에서 마케팅이나 광고 활동으로 얻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있다.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해당 상품의 정보를 요청하면 아마존은 이를 제공해야 한다. 아마존은 여태껏 이런 정보를 독점해왔다.
메신저를 비롯한 서비스에 상호운용성 의무도 부과한다. 다른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같이 쓰는 데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대표적 예가 전자우편이다. 지메일로 보낸 전자우편을 핫메일에서 열어보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메신저에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와츠앱 사용자와 텔레그램 사용자는 서로 쪽지를 주고받지 못한다. 상호운용성 의무 조항은 한 가지 서비스에 이용자가 집중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 단순히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메신저로 편하게 소통하려고 특정 메신저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시장법은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에게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스마트폰 부가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근거리무선통신은 스마트폰과 다른 단말기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애플은 아이폰의 이 기능을 자사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에서만 독점적으로 쓸 수 있게 해 비판받는다.

담당 인력 부족
이렇게 강도 높은 규제를 모두 빠짐없이, 곧장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제학자 조엘 톨레다노는 “개인정보규정과 달리 규제 당국이 아일랜드 더블린이 아닌 벨기에 브뤼셀에 있지만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규정은 유럽 본사가 있는 나라를 규제 당국으로 지정해놨다.
문제는 절세에 유리한 아일랜드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틱톡,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본사가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규정을 어긴 사례가 수백 건 쌓여도 아일랜드 규제 당국의 제재 의지 또는 제재 수단 부족으로 유럽연합이 만든 법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디지털시장법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관할한다. 집행위는 충분한 법 집행 수단이 있을까? 현재 예정된 담당 인력은 2023년까지 40명, 2025년부터 80명이다. 집행위는 인력 확충 계획도 갖고 있다. 조엘 톨레다노는 “100명이 안 되는 인력으로 디지털 거인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규제 당국과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당국이 기업에서 받은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
‘거짓말 놀음’이 벌써 시작된 눈치다. 와츠앱 최고경영자는 다른 메신저와 상호운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방하면 사생활 보호 등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이 기술적으로 증명된 사실인지 규제를 피하기 위한 핑계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조엘 톨레다노는 “디지털시장법이 조정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산업을 조정하려 할 때는 모든 주체를 한자리에 모아 각각의 의견을 들어가며 공동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집행위가 정보 불균형 해소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 일대일로 맞서는 것이다.” 디지털시장법이 내세우는 원칙은 원대하다. 이제 이를 실현할 방식과 수단만 따라주면 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2년 5월호(제423호)
La nouvelle arme anti-Gafa de Bruxelles est-elle à la hauteur?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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