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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로 평화 지키는 전략은 실패했다”
[INTERVIEW] 영국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145호] 2022년 05월 01일 (일)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애덤 투즈(Adam Tooze)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국의 경제사학자다. 1967년 런던에서 태어난 투즈는 케임브리지대학과 런던정경대학에서 수학한 뒤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예일대학 교수를 거쳐 지금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친다. <슈피겔>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글로벌 경제·정치의 권위자인 투즈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경제제재로 세계평화를 지키겠다는 서구 쪽 전략은 이미 실패했다”고 말했다.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슈피겔> 기자

   
▲ 애덤 투즈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영국의 경제사학자다. 위키피디아

-철의 장막이 무너진 지 30년 만에 우리는 유럽에서 잔인한 전쟁을 겪고 있다. 어떻게 세계가 그리 빨리 질서를 잃고 혼란에 빠질 수 있는가.
서구, 우리는 몇 달간이나 이 전쟁을 야기한 동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향하는 작지만 분명한 걸음을 내디뎠고, 이로써 크렘린(러시아 정부의 여러 기관이 있음)은 통제를 상실한 듯한 느낌을 줬다. 모스크바는 2014년 이래 우크라이나와 전쟁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크렘린의 시각으로 보면, 이 침략은 문명과의 절단이 아니라 (기존) 갈등이 한 단계 상승했을 뿐이다.

   
▲ 애덤 투즈의 대표작 <붕괴>(CRASHED). 유럽연구소(European Institute) 누리집

러시아, 으뜸패 쥐고 있다
-서구는 엄청난 제재로 러시아가 방향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
유감이지만 안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지만, 대신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러나 러시아 지도부는 경제적으로 으뜸패, 즉 러시아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에너지 수출을 쥐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엄청난 폭력으로 자국의 주장을 관철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분명 속전속결을 예상했던 것 같다.
미국과 동맹국들도 그러했다.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패하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해 벌하려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 전쟁과 제재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시각으로 보면, 서구는 전쟁 이후 벌을 내리는 쪽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는 당사자다. 이로써 우리는 갈등이 심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경제제재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푸틴을 중지시키고 재고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최상의 시나리오는 러시아 국민이 푸틴 체제에 반기를 들어 푸틴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가정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푸틴이 경제위기를 활용해 민족주의자들이 자신을 후원하도록 결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 경제위기는 얼마나 심각해질 것으로 보는가.
상당한 물가상승 추세와 더불어, 금융시장에 짧게나마 패닉 상태가 오리라고 예상한다. 또한 국민총생산(GNP)이 많이 감소할 것이다. 그 뒤에 어쩌면 회복할 수도 있지만, 수년간 성장세는 아주 저조할 것이다. 이란도 제재를 받았을 때 이런 일을 겪었다.
-러시아 사회에서 어떤 계층이 이 위기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까.
대기업이다. 그러나 중산층도 타격을 입을 것이다. 다른 신흥시장 국가에서 봤듯이, 그들은 상당한 결핍에 시달릴 것이다. 이는 바이마르공화국에서 경험한 것처럼 중산층의 양극화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경제위기는 대규모 국민동원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 가운데 목소리가 큰 소수는 거리로 나가 갈등을 더 고조시키라고 러시아 정권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당신은 강한 제재를 오히려 위험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우리에게 닥칠 위험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서구의 조처를 보면 1941년 초 역사가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세계대전 참가 전이었지만, 추축국(Axis Powers·베를린-로마를 축으로 하는 제2차 세계대전 군사동맹국)과 싸우는 영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 중요한 전쟁무기를 보급했다. 히틀러는 이를 묵과하지 않았고 미국에 전쟁을 선포했다.
-상당히 끔찍한 비교다.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전쟁과 평화의 경계가 위험할 정도로 희미하다.
-많은 서구 기업이 이미 가해진 제재를 초과해서 행동하고 있다. 선박회사들은 러시아 항구에 더는 정박하지 않으며, 대기업들은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이란에 제재를 가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정치적 불안이 퍼지면 투자가와 소비자가 철수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중앙은행을 겨냥해 취한 (자산동결 등) 조처는 경악과 공포를 퍼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로써 경제는 전쟁을 수행하는 도구가 되는 건가.
러시아 경제가 입은 피해는 어떤 경우든 엄청날 것이며, 이는 정당한 결과다. 러시아의 폭탄이 우크라이나의 병원에 떨어질 때, 서구인들이 러시아의 보드카를 길에 쏟아버리는 일은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 아닌가. 이런 식으로 러시아 상품을 보이콧(불매)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반응으로, 푸틴은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정반대가 될 것이다. 일단 우크라이나 지원이 정말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독일 같은 나라가 제공하는 대전차 화기 몇 개, 헬멧 몇 개가 전쟁 종식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독일 연방군이 창고에 보관한 무기를 모두 우크라이나에 넘겨준다고 해도 여단 한 개 정도 무장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기 제공은 연대의 표현이지만 러시아에 프로파간다(사상 선전) 재료를 제공할 뿐이다. 그런 상징적 행위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즉 우크라이나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우리 양심을 위한 일인지 질문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상당히 성공적인 것 같다.
우리 도움이 그들의 저항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보가 너무 없다. 어떤 탱크를 어떤 로켓으로 파괴했는가?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무기가 쓰였는가, 우리의 무기가 쓰였는가? 어디서 그렇게 놀랄 만한 투쟁의 힘이 나오는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지 않은가.
나는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하고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현실주의자의 시각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엄청나게 원조해 불패의 상태로 만들어줬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서구의 정책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어쨌든 상징적인 무기 제공을 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가. 우리의 도움은 너무 적고 또 너무 늦게 도착한다.
-그 말을 들으니 좌절감이 든다. 무기 제공과 제재가 효과 없다면 서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석유와 가스를 보이콧해야 할까.
석유와 가스를 보이콧한다고 해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다고 해서 푸틴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가을에 협상 카드를 하나 갖기 위해 지금 석유와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편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푸틴이 축출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와 합의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장 올바른 일을 하라’는 도덕적 명령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독일은 이런 비상시국에 자국의 역할을 새로 정의하고 있다.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정)은 180도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은 배울 줄 아는 국가임을 증명했다. 미국에서 보고 있자면, 신호등 연정 정치인들이 위기 상황에 부닥쳐서 서로 공을 주고받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는 큰 방향의 노선에 책임을 진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녹색당)은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한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자민당)은 혁신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날레나 베르보크 외교부 장관(녹색당)은 외교적 실패를 진정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다. 좋다. 어쩌면 사나흘 정도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정도로 잘 조정된 멋진 정치, 세 정당이 자신들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수행하는 협치, 이는 미국에서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은 군사적 억지력을 키우기보다는 무역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다. 역사적 오류인가.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개방된 러시아를 희망한, 서구지향적 러시아인 수백만 명이 있다. 이들은 자유로운 대중이 되기를 원하며, 1990년대를 끔찍함으로만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러시아 정치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러시아 내부의 권력관계를 무역으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했고, 이 정책이 러시아와 중국의 권위주의적 권력자를 강화할 위험을 소홀히 했다. 이 지점에서 국민을 위한 후생적 조처를 서구로부터 외화 수입으로 충당했던 동독과의 유사성이 있다. 사회주의통일당(SED·과거 동독의 집권당)의 경우 그 전략이 실패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잘 먹히는 것 같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한, 두 국가의 정부는 튼튼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추진하는가.
독일인이 질서 개념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 개념은 역사의 쓰레기처리장에나 존재한다.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기후재난 등을 봐라. 도대체 질서가 어디서 나온다는 건가.
-중국은 최소한 이 사태를 이용해 새로운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가 중국에 필요한 멋진 전략적 동반자인지, 아니면 핵무기만 훨씬 더 많이 보유한 제2의 북한인지에 대해 중국은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경제정책적으로 중국은 더 나은 카드를 갖고 있으나, 러시아는 자국의 군사력으로 글로벌 차원의 정치 논의를 좌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대등해지기 위해 군비를 증강해야 한다.

   
▲ 애덤 투즈는 “지금 당장은 낙관주의를 채택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지구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했다. 유럽연구소(European Institute) 누리집

서너 나라 동맹이 지배력 행사할 것
-미국의 패권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이미 현재 미국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러시아 제재는 유럽이 함께할 때만 의미 있다. 동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중국을 더는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없는 자유무역협정은 성공적일 수 없다. 그러나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너무 분열돼 있어 미국에서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으로 서너 국가가 자국을 지지하는 나라들과의 동맹관계를 교체하면서 세계 지배적인 권력을 행사할 것 같다. 말하자면 다극화된 체제다. 어쩌면 유럽이 단일 세력으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꼭 그렇게 된다고 내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두운 전망이다.
지금 당장은 낙관주의를 채택할 이유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러시아중앙은행에 제재를 선포할 때 나는 분명해졌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다음 단계는 오직 핵위협밖에 없다는 게 어렴풋이 보였고 정말 그렇게 됐다. 내 학생들, 내 친구의 자녀들에게 불안이 돌아왔다.

ⓒ Der Spiegel 2022년 제10호
Aus Putins Sicht sind wir Krieg führende Partei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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