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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중국의존도에 경각심 고조
[COVER STORY]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제학- ② 또 다른 위험지역 중국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지몬 보크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보크 Simon Book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독일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부문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에 대해 독일 내부에서 대안 찾기 등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자동차쇼에서 중국 모델이 독일산 메르세데스벤츠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REUTERS

최대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은 독일의 자동차산업이다. 독일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 부문은 중국 시장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는가? 중국 시장에서의 붐이 아니었다면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는 절대 지금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일 자동차 3사가 생산하는 차량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서 팔리며, 수익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인가다.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세계 최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기자동차와 커넥티드자동차에 그 열쇠가 있음을 이미 파악했다.

중국 원자재 의존의 대안 찾아야
이것이 독일 자동차업체에 미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중국 기업의 전기차는 이제 독일의 전기차 수준에 도달했다. 또한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생산에서 중국과 대만의 중간생산물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수많은 반도체가 대만산이고, 배터리 셀은 중국 대기업 CATL에서 주로 납품받는다.
둘째,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의존성이 심화하고 있다. 배터리에는 리튬과 코발트가, 전기엔진에는 구리, 연료전지에는 백금이 필요하다. 전세계 코발트 수요의 약 70%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에서 추출된다. 희토류와 흑연은 대부분 중국에서 채굴되고 있다.
일부 독일 기업은 이미 기존 원자재를 대체할 소재를 찾아나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자동차 부품 및 기술 업체 말레(Mahle GmbH)는 2021년 희토류와 자석 없이 뛰어난 효율성을 자랑하는 전기모터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말레는 자석력을 강화하고 전기차 모터에 (영구자석으로) 사용되는 희토류인 네오디뮴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말레의 미하엘 프리크 부회장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정학적 경쟁력’의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자동차업계는 원자재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 리사이클링에 주력한다. 원자재 생산업체와 딜러들에 따르면 재사용이 가능한 귀금속 수요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독일 하나우에 소재한 헤라우스(Heraeus)의 귀금속 총괄부문장 앙드레 크리스틀은 “자동차산업, 화학산업, 유리산업 관계자들이 재활용 소재를 선호한다”며 “재활용 소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경제는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품질이 의심스러운 원자재 공급처는 배제하는 방식으로 국외 원자재 의존성을 줄일 수도 있다. 러시아와 중국 외에, 더 비싸기는 하지만 스웨덴이나 핀란드 등 국가 리스크가 낮은 곳에서도 니켈이나 바나듐이 채굴되고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과연 충분할지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자동차업계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자동차산업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취약성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중국으로부터 배울 점”이라고 말한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칩부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배터리까지 자체적인 공급생태계를 만들어왔다.
중국 방식을 따라가는 건 유럽의 전략적 수정을 의미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임기 시작 무렵,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대중 관계에서 국제사회는 ‘지정학적 비전’을 가져야 하고 ‘권력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핵심을 꼬집어서 표현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말보다 행동이 어렵기 마련이다. 일단 가장 쉬운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하기 힘들다. 중국은 경제정책 측면에서 볼 때 우방국인가, 적국인가? 유럽연합은 중국을 ‘파트너’ ‘경쟁국’ ‘체제 경쟁국’으로 선택적으로 칭하고 있다. 중국의 수식어로 ‘전 남자친구’ 정도가 가장 적합한 것은 아닐까.
2021년 말 유럽연합은 경제정책을 정치권력 수단으로 운용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느끼게 됐다. 리투아니아는 당시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 개소를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리투아니아산 수입 중단으로 리투아니아 정부에 거칠게 항의했다. 이케아 등 다국적기업 외에, 특히 리투아니아에 공장을 두고 중국으로 수출하는 콘티넨탈(Continental)과 헬라(Hella) 등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리투아니아의 중국 수출은 전달 대비 90% 이상 급감했다.
중국이 실제 더 분노한 지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리투아니아는 2021년 5월 중국이 중동부 유럽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공들여 만든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했다. ‘17+1’ 경제협력체에서 중국은 발트해 연안 국가들, 중동부 유럽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해당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형 건설을 수주했고 유럽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불려나갔다. 독일연방경제부의 프란치스카 브란트너 의회담당 차관은 “중국이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처’ 설치를 트집 잡은 건, 실제는 앞서 리투아니아가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한 것에 복수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콘티넨탈은 그나마 체면을 깎이지 않으면서 중국의 목조르기에서 몸을 피할 수 있었고, 현재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 중국 시장을 지휘하고 있다. 문제는 체코도 이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체코에 대규모 공장을 둔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업체와 ZF나 셰플러(Schaeffler) 등 자동차부품 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브란트너 차관은 “그때까지 우리는 자체 수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한창 전략을 수립 중이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중국의 리투아니아 보복 행위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계획이다. 또한 집행위는 2021년 12월 중국 등 국가들의 ‘강제조처’에 더 높은 관세나 공공기관 수주 입찰 금지 등과 같은 제재를 내릴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통상위협 대응조처’(Anti-coercion Instrument) 법안을 발표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다른 국가들이 우리에게 결정을 지시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쉽게 말하면 통상위협 대응조처 법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겠다는 말이다. 맞대응 조처가 두려워서라도 전반적으로 상대방의 위협 행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냉전시대에 잘 알려진 억지의 균형으로서, 관련 행위자 모두 각기 좋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유럽은 자기 손에도 좋은 카드가 쥐여 있다고 여전히 믿는다. 중국 대기업들이 유럽의 전략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규 투자 검토 절차’를 도입했다. 또한 유럽연합은 유럽 칩 생산업계 지원에 4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환경 기준이 낮은 중국의 덤핑 경쟁업체들로부터 유럽 산업을 지키기 위해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 에너지집약 제품에 이른바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의 인권과 환경기준 준수 의무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공급망 개정안의 목적도 표면적으로는 유럽 표준의 글로벌 관철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유럽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여타 권위주의 국가의 업체들과 거래관계를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럽연합의 최대 딜레마는 유럽 차원의 공동 대외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체코와 아일랜드는 이미 ‘통상위협 대응조처’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스웨덴은 이를 ‘무역정책상 핵무기’를 유럽연합 집행위 손에 쥐여주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은 논란이 된다. 독일총리실 역시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통상위협 대응조처는 과연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기업들은 정부가 산업정책에 관여하는 것에 전통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산업정책 관여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까? 독일전국경제인연합회(BDI)의 볼프강 니더마르크 이사는 “기업들이 계속 원활히 사업하도록, 국가가 관여를 자제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추가 분쟁과 비용을 감내해야 할지라도, 재계는 자기 몫을 감당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 프란치스카 브란트너 독일연방경제부 차관은 “중국이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처’ 설치를 트집 잡은 건, 실제는 앞서 리투아니아가 ‘17+1’ 경제협력체에서 탈퇴한 것에 복수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위키피디아

중소 수출업체는 대안 있을까
조 케저 지멘스그룹 회장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한다.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국가주의적 경제정책으로 퇴보하면, 기업들이 유일하게 내놓을 해법은 기업활동을 지속해서 현지화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지역에 자체 공장을 지을 여력이 없는 중소 수출기업들은 대안이 과연 있을까? “중소기업은 독일을 경제적으로, 특히 사회적으로 지탱하므로 이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케저 회장은 지적한다.

ⓒ Der Spiegel 2022년 제9호
Wirtschaft als Waff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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