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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뇌관이 된 자영업 부채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위기의 자영업자
[144호] 2022년 04월 01일 (금) 김용 goldheader@hanmail.net

김용 금융전문가

   
▲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방역 조치로 매출이 부진해 고가의 임대료를 견디지 못함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상권인 서울 명동의 공실률이 50%를 넘었다. ‘임대’ 문구가 크게 나붙은 점포.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상권인 서울 명동의 공실률이 50%를 넘어섰다. 2019년에만 해도 빈 점포를 찾아볼 수 없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따른 매출 부진에 고가의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발 디딜 틈 없던 명동 거리에 ‘임대’ 표시가 즐비하게 붙은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광화문(23.0%), 남대문(14.5%), 종로(10.8%) 등 도심의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2021년 말 기준 17.5%)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잇따른 대출 연장과 상환유예
정부는 여러 차례 자영업자 대책을 마련했다.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처를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연장했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2022년 3월 이를 다시 연장했다. 2021년 말 자영업자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잔액은 130조원을 상회한다.
2021년 4분기부터는 소상공인에게 임대료와 인건비 등 부담을 완화하고 생계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1차(100만원)와 2차(300만원)에 걸쳐 320만 개 업체, 16조원가량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했고 체온측정기 등 방역물품도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2021년 4분기 중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집합 금지, 영업시간 제한, 인원 제한 조처를 이행한 소기업·소상공인 중 매출이 감소한 약 90만 개 업체에도 2조2천억원가량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은 정체됐지만,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1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9월 말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257만 명 890조원으로 자영업자 1인당 3억5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대출 증가율도 2021년 4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4.2%를 기록해 가계대출(10.0%)보다 빠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12.7%), 여가·서비스업(20.1%) 등에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자영업자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2021년 10월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말의 89.8%, 여가·서비스업은 72.8% 수준에 머물렀다.
2022년 8월 이후 기준금리가 0.5%에서 1.25%로 0.75%포인트 상승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이자도 상당폭 늘어났다. 당장은 정부의 대출금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처 등으로 위기를 견디고 있지만, 빠르게 늘어난 원금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취약·고위험 자영업자를 채무불이행으로 내몰 우려가 있다. 한편 자영업자 수는 2019년 말 668만 명(무급가족종사자 포함)에서 2022년 1월 633만 명으로 35만 명 정도 축소됐고, 특히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가 154만 명에서 135만 명으로 19만 명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1970~8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임금노동자로 살아가거나 소매판매업,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금노동자는 1983년 700만 명을 넘어서면서 2018년에는 2천만 명이 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겪은 1998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었다.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도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500만 명을 넘어섰고, 1998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난 임금노동자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2002년에는 8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2003~2004년 신용카드 사태로 인한 내수 침체, 대형 할인마트 확산과 프랜차이즈 확대, 정보기술 발달 등으로 지금까지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 속에 실시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지침에 따라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여가·서비스업 등 대면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축소됐다.
경제성장 초기부터 자영업을 영위한 세대와 IMF 경제위기 이후 자영업 시장에 뛰어든 세대는 이제 고령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9~2021년 자영업자 변화를 연령별(농림어업 제외)로 살펴보면 15~39살이 130만 명에서 96만 명, 40대는 200만 명에서 130만 명으로 줄어들었으나, 60대 이상은 70만 명에서 135만 명으로 늘어났다. 2009년 60대 이상의 비율이 12.6%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26.1%로 13.5%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40대 이하는 59.4%에서 43.6%로 15.8%포인트 줄어들었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고령층 자영업자는 서서히 노동시장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2020년 기준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4.4%로 일본(10.0%), 프랑스(12.4%), 독일(9.2%), 미국(6.3%)보다 매우 높다. 그리스(31.9%), 터키(30.2%), 멕시코(30.4%)는 우리나라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지만 주요 관광국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연착륙 대응책 마련해야
향후 자영업자 비중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매출 부진,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채무상환 능력 약화 등으로 위기에 내몰릴 수 있어 정책당국은 취약·고위험 자영업자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자영업자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안정적인 생계유지가 되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 20년 가까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며 금융시장의 국내외적 변화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금융경제 이슈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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