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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보다 창업·자아실현 기업은 ‘인재 찾기’ 안간힘
[ANALYSIS] 독일의 새로운 청년 '눈송이 세대'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얀네 크뇌들러 economyinsight@hani.co.kr

얀네 크뇌들러 Janne Knödler
팀 제켈 Timm Seckel
<슈피겔>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2019년 12월3일 청년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독일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 REUTERS

독일에서 장차 최고의 경영자가 되려는 이는 라인가우(독일 최고 와인 생산 지역)에 있는 도시, 외스트리히빙켈을 경유한다. (그 길에는) 반짝이는 라인강과 리슬링 포도 나무들 사이에 라이히하르츠하우젠성이 서 있다. 이 성은 수백 년 전, 어느 귀족이 자기 부인에게 선물한 것이다. 오늘날 이곳은 교육을 통해 최상위층으로 올라갈 자격을 가진 자들, 즉 유럽경영대학(EBS)에 다니는 학생들이 드나든다. 2015년 마지막 순간에 파산을 면한 이 엘리트 양성 기관은 다시 지난날의 광채를 발산한다.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 4만3085유로(약 5900만원)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졸업장을 받을 뿐 아니라, 컨설팅회사와 대기업으로 확실하게 이끌어주는 네트워크를 얻게 된다.

“무슨 일 있어도 창업”
클라스 분데러는 성벽 앞에 앉아 자신이 왜 그런 (엘리트적) 삶의 길을 가는 데 전혀 관심이 없는지 말한다. 이 19살 청년은 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완벽한 후보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부모는 텔레콤 기업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분데러는 다른 계획이 있다. 3학기에 재학 중인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창업하겠다”고 했다.
분데러만 그런 태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한 워크숍에서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앞으로 창업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금세 100여 개의 손이 청중석에서 올라갔다. 분데러가 이 워크숍을 조직했다. 창업할 경우 사업 초기에는 아마 수입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데러에게 문제가 안 된다. “자유, 그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음, 그것이 내 관심사다.”
분데러와 비슷한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독일 경영인들을 절망하게 한다. 하필이면 많은 독일인이 대거 은퇴하는 이때, 새로 직업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 젊은 세대의 직업관이 변화하고 있다. 쳇바퀴 도는 생활이 아니라 창의성, 그저 근면한 것보다는 자아실현이 그들의 꿈이다.
후속 세대가 없다. 거대 컨설팅기업인 매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을 고용하려 한다. 독일재건은행(KfW)과 경제연구소 이포(Ifo)가 2021년 11월 공동으로 발간한 전문인력 바로미터에 따르면 회계감사, 법률컨설턴트, 조세컨설턴트의 52.2%가 ‘전문인력 부족으로 일에 지장받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이와이(EY)의 인사담당자인 안드레아스 부츠는 “능력 있는 취업지망생을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취업지망생의 풀(Pool)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고 토로한다. 어떤 경우에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나와도 관심을 안 가진다는 것이다.
지몬 뮐러(31·가명)는 박사학위를 가진 정보기술(IT) 전문가다. 그를 채용하는 것은 많은 인사담당자의 꿈이다. 뮐러는 소프트웨어 보안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일종의 기초연구다. 그의 말에 따르면 디지털 관련 대기업이 “아주아주 후한 봉급”을 제시하며 자사에 오라고 했다. 하지만 갈색 머리를 질끈 동여맨 뮐러는 거대한 다국적기업을 위해 복무하고 싶지 않다. 그는 일차적으로 돈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다. “바로 지금, 기후위기에 대처해 투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뮐러는 자기 몫을 담당함으로써, 예를 들어 “디지털 소통을 조직하는 일을 돕는” 방식 등을 통해 이 투쟁에 기여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화상통화 방법이나 설명하고 있기에는 그의 능력이 너무 아깝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척 특혜를 받은 사람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뮐러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뮐러가 누리는 특혜는 다음과 같다. 그는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축한 돈으로 지금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그는 독일 바이에른주 니더바이에른의 중산층에서 성장했다. 자신이 받은 교육을 기반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생활비를 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뮐러는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노후 연금 문제는 나중에 신경 써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임금을 정의롭게 분배한다면 어차피 누구도 주 40시간 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압력받으면 녹아버리는 세대
하이너 토어보르크(77)는 뮐러가 지닌 생각, 그런 요구와 주장이 몹시 거슬린다. 현재 사회 초년생들은 예전과 달리 자아실현, 자유, 유연성을 추구한다. 이 세대는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지기는커녕 그냥 녹아버리는 ‘눈송이’ 같다. 토어보르크는 헤드헌터다. 지난 33년간 기업 임원진, 감사들을 충원할 인력을 찾아다녔다. 그는 상층부로 올라가는 적절한 인력을 찾아내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교양 있는 시민층을 형성할 후속 세대가 지나치게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성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원칙적으로 볼 때 이것이 문제는 아니다. 토어보르크에 따르면, 독일에서 지도층으로 진출할 수 있는 사람이 결코 없지는 않았다. 유학생, 이주자 출신 학생, 여성 등이 꾸준히 예비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토어보르크는 “경제계에서 이런 움직임이 자동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해 손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젠더, 출신국 등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지원하는 전략은 구체적이지 못했고, 실제로 회사 홍보지에 여성 사진을 더 인쇄하는 것에 만족했다.
다양성의 효용은 이미 오래전에 증명됐다. 지도층에 혼성팀이 더 많을 경우, 평균 이상의 높은 이윤을 달성할 확률이 커진다. 이주 역사를 지닌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계층의 직원들이 있는 기업은 동일성이 강한 기업과 비교해 3분의 1 이상 더 초과이윤을 달성한다. 따라서 토어보르크는 승진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라고 경영진에 요구하면서 이를 최고경영진의 목표에 포함하라고 권유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쓰라림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해 계층상승을 이룩한 이들과 이주민 출신 청년들에게서 그들 세대의 많은 청년과 다른 무엇을 본다. 이를 악물고 삶을 대하는 태도로 계층상승의 무조건적인 의지, 온갖 저항에 부딪혀도 버티는 능력이 이들에겐 보인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모범 사례가 있다. 온라인 의류판매 회사인 어바웃유(About You)를 키운 타레크 뮐러, 기업가적 열의로 코로나19 백신을 만든 바이오엔테크의 설립자 우르 샤힌과 외즐렘 튀레지가 대표적 사례다. 이 일화들이 증명하는 것은 적게 가지고 태어난 자는 위로 올라가려고 투쟁한다는 점이다.
이 고정관념이 정말 맞을까? 10년간 매킨지에서 인사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원 채용을 맡은 토마스 프리츠(46)는 현재 아헨전문대학의 교수로 지도층에 진입할 후속 세대를 연구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경쟁지향적으로 행동하는지 측정할 지점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얼마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가? 자신의 ‘인적 자본’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는가? 프리츠와 그의 연구팀은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시험에서 상위 15%에 속하는 학생 12만8천 명을 선별해 연구했다. 이 집단에서 남성과 여성, 이주 역사를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행동양식 차이에 관심을 집중했다.
프리츠의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여성의 경우, 이주 경험이 없는 여성들은 남성보다 덜 경쟁지향적으로 행동했다. 이들 여성은 공부도 더 일찍 끝내며, 조교로 일하고, 작은 기업에서 많은 실습을 한다. “이 과정이 모두 시간은 들지만 명성을 높이는 데 꼭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주민 출신 여성은 이와 다르다. “특히 남성 중심 환경에 처한 경우 우리 연구집단의 남성처럼 행동한다”고 프리츠는 말했다. 그들은 유명 회사에서 실습하며 박사과정에 진학하거나, 이미 학생 시절에 창업한다. 장애물을 많이 겪은 여성들이 전통적 경력 관리 방식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 이주 역사가 있거나 없거나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아마 그들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을 덜 받는 게 아닐까.
무그다 초우크세이(24)는 큰 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서 좋은 경력을 쌓고 싶다. 이 여성은 2020년 석사학위를 하고자 인도 서부의 대도시 푸네를 떠나 독일 코블렌츠 근처로 이주했다. 그는 오토바이스하임경영대학(WHU)에서 금융을 공부했다. 오토바이스하임경영대학은 내일의 지도자들을 양성한다고 자랑하는 대학이다.
그럼에도 초우크세이는 인턴을 할 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지원서를 내고 또 내고, 거절에 거절이 거듭됐다. 좌절감이 컸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돼 공부할 때는 좋았으나, 인턴 자리를 물색하자 독일어 실력 부족이 문제가 됐다. 글로벌 대기업에선 흔히 영어로 소통함에도 그랬다. 이는 외국에서 온 인재들이 겪는 일상이다.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거나 강한 인상을 주는 이력서를 내보일 수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 사실 이를 위해 인턴을 하려는 것인데도 그렇다.
초우크세이의 목표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지 자아실현이 아니다. 이는 그의 고국(인도) 출신 학생들에게 드문 일이 아니다. 수없이 거절당한 뒤 “더는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그는 인도에서 인턴 자리를 구하려던 참에 드디어 독일의 한 대기업에서 인턴 자리를 얻었다.
데니스 아기디크비(24)는 두 세계 사이의 방랑자다. 어머니는 독일인, 아버지는 나이지리아인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독특한 존재로 비칠 때의 느낌을 잘 알지만, 지금은 스니커즈 운동화에 맨투맨티셔츠 차림으로 뮌헨의 신생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에서 미니 탁구대를 둔 회의실에 앉아 있다. 그는 유리 벽의 다른 면을 가리킨다. 거긴 다른 팀원들이 엄청나게 큰 모니터에 코드를 입력하고 있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은 스페인 여성이고, 저쪽 너머에 있는 남성은 이집트에서 왔다. 여기서 독일-나이지리아인으로는 내가 유일한 것도 아니다.”
상층부로 올라가면 공기가 점점 더 희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독일 전체 창업자에서 이주민 출신 창업자의 비율은 낮다. 그들의 능력이 더 탁월하기도 하고 수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의 졸업자가 더 많은데도, 이주민 출신이 아닌 그들의 경쟁자는 거의 2.4배에 이르는 자본을 모은다. 그런데도 아기디크비는 오히려 여기 벤처기업에서 그가 더 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빨리 변화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은 이주민 출신 청년들에게서 억척스러운 삶에 대한 태도와 계층상승 의지를 본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엄청난 부를 거둔 독일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의 공동창업자 외즐렘 튀레지는 터키계 이주노동자 가정 출신 여성이다. REUTERS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
대기업 문화에서는 흔히 접근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많다. “출근에 필요한 비싼 양복을 사 입을 여력이 있는가? 고객을 만날 때 내가 어떻게 수프를 떠먹는지 주시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아기디크비에게는 이런 것들이 너무 복잡하다. 조만간 그는 자기 회사를 설립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2021년 그는 규모가 큰 컨설팅회사에서 일했다. 거기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그는 자기 부모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기디크비의 부모는 그것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아기디크비의 행복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4호
Generation Schneeflocke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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