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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돌멩이’와 자동차 브레이크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43호] 2022년 03월 01일 (화) 조계완 kyewan@hani.co.kr

<한겨레> 기자 

   
▲ 2021년 3월16일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규제혁신추진단 현장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치권은 시장참가자의 후생 증가를 위한 ‘좋은 규제정책’ 을 공세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공동취재사진단

시장은 하나의 제도로서 근본적으로 ‘불평등’의 영역이다. 지구상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권력·위계·정보의 비대칭과 불평등한 분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이런 불평등 체계를 “생산·창출된 가치를 이전하고 또 착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막강한 세습자본이나 원·하청 위계질서상의 거대 독점 조직체 같은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가입하는 각종 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는 정교하고 복잡한 금융투자공학이라기보다는, 시장에 흩어진 개별 투자자를 한데 모아 집중시킨 뒤 집합적인 거대 자본력으로 주식·채권 등 투자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내리는 단순한 금융상품이다.
학술 집단은 불평등한 시장에 도전하고 시장을 제어·규제할 수 있는 평등의 영역이 ‘정치’라고 대체로 정의해왔다. 좀더 수사학적으로는, 시장 불평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갈등이 거리에서 ‘돌멩이’ 소요로 분출하기 이전에 1인 1표라는 평등하고 평화적인 ‘표’로 표출하게 한 것이 주기적인 선거 과정이다. 투표는 그런 의미에서 ‘종이 돌멩이’다.
시장은 불평등한 장소지만, 흥미롭게도 정치와 시장은 세습신분제도와 달리 자유로운 선택·행동의 결과가 사전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미결정의 영역’이라는 점이 공통 매력이다. 둘 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생물이다. 평등한 정치제도를 활용해 불평등한 시장을 각자 자신의 이해에 따라 변경 혹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대항하는 정치, 시장과 양립하거나 보완하는 정치, 시장을 위한 정치가 있을 수 있다.
시장과 기업·산업에 대한 정치사회적 규제를 우리가 흔히 ‘반시장 정책’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양립·보완하는 성격도 함께 갖는다. 놀랍게도 ‘혁신적·파괴적 경쟁’을 상징하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시장 질서를 규율하는 적절한 거래 제한과 규제가 (전혀 통제받지 않아 결국 파국으로 향하게 될) ‘완전경쟁 질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고 견실한 총생산 확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빨리 달린다. 슘페터는 말한다. “소매업에서 동일한 규모의 점포가 계속 늘어나 단순히 경쟁이 격화한다고 해서 시장경쟁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소규모 점포들을 조만간 파괴하는 경향을 갖는 피라미드 구조의 백화점과 대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오히려 문제가 일어난다. 이것이 자본주의적 경쟁의 전형적인 본질이며, 이런 측면을 빠뜨린다면 완전경쟁에 대한 찬사는 마치 주인공인 덴마크 왕자가 없는 연극 ‘햄릿’이 되고 만다.”
21세기 초 정치는 기후변화 위기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플랫폼) 독과점 산업에 각각 대응하는 사회경제적 규제를 어떻게 실행할지를 두고 시험대에 올라 있다. 물론 여러 불필요한 ‘과잉규제’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규제는 환경, 사회경제적 안정, 지역 균형발전 등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다. 요컨대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사회를 위한 ‘성장 정책’ 역할도 한다. ‘돌로 빵을 만드는 기적’ 같은 허황한 말이 결코 아니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마치 “거위의 깃털을 몰래 뽑아내는” 과세 기술처럼 규제에서도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장참가자의 후생 증가를 위한 ‘좋은 규제정책’을 공세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독과점 기업일수록 오히려 국가의 제도적 규제를 즐기기도 한다. 규제가 그들을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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