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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성 인재를 선취할 것인가
[Cover Story]여성 쿼터제 확산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권태희 economyinsight@hani.co.kr

권태희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년 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약 50% 수준에서 하향 정체돼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인력이 아직 소극적인 수준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여성의 지위도 남성보다 열악하다. 특히 고위직에 진입한 여성 수는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수는 매우 적고 역사도 짧다.
   
2004년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주)대교 직원들.
미국 뉴욕의 리서치 회사인 카탈리스트(Catalyst)는 <포천>이 선정한 10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여성 임원을 상대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를 때 직면하는 장애 요인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야망이나 리더십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관리 경험 부족, 비공식적 연결망에서의 배제, 여성의 승진에 대한 고위 관리자의 의지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늘리려면 이런 장애 요소를 제거하고, 기득권층의 성별 인식 차이를 좁히는 노력이 중요하다.
 
AA 제도 질적 성과는 매우 미흡
우리나라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Affirmative Action)는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2006년 3월부터 상시근로자 1천 명 이상의 기업 및 정부투자,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돼왔다. 2008년 3월부터 상시근로자 500∼999명 사업장으로 확대됐으나, 제도적 성과는 낮은 수준이다. AA 제도의 일반적인 기준은 적용 대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 중 여성 고용 비율과 여성 관리자 비율이 동종 업계 평균 60% 수준에 미달할 때 AA 적용 사업장이 되며, 60% 수준을 상회할 때 비적용 사업장이 된다. 2개의 고용 비율 기준 중 1개 기준이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AA 적용 사업장이 된다.
모든 대상 기업은 우선 남녀 근로자 현황 분석 결과를 특정 시점(최근 매해 3월 말)까지 제출하고, 그 결과 AA 제도 기준에 미달하면 일정 양식에 의한 시행계획서(남녀 인력 활용의 적정성 분석, 여성 근로자의 고용목표 및 최종목표 설정, 고용관리 개선 계획 등을 포함)를 수립해 특정 시점에 제출해야 한다. 또 ‘적극적고용개선위원회’의 시행계획서 심사 결과에 따라 3개 등급(적정·부분보완·재작성)을 부여받는다. 적정 등급을 부여받은 사업장은 시행계획서 제출을 생략하고, 나머지 2개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심사위원의 종합의견에 따라 보완해 재작성해야 한다. 시행계획서를 제출한 사업주는 반드시 이행실적보고서(여성고용목표 이행실적, 고용관리개선계획 추진실적)를 제출해야 한다. 심사위원회는 3개 등급(적정·보통·이행촉구)으로 구분해 실적 평가 점수를 매기는데, ‘이행촉구’ 등급을 받은 사업주에게 이행실적 기한을 명시해 통보한다. 벌칙은 남녀 근로자 현황을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 시행계획서 및 이행실적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유일하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시행계획서와 이행실적보고서 평가 점수가 높은 기업에는 우수기업을 표창하는 인센티브(남녀 고용평등 마크 부여, 조달청 물품 입찰시 우대, 언론 및 인터넷 홍보 등)가 있다.
 
   
 
<그림>에서 1천 명 이상 기업의 여성 근로자와 관리자 고용 비율의 일반적인 현황을 살펴보자. 여성 근로자 고용 비율 평균은 2006년 30.7%에서 2007년 32.3%, 2008년 35%, 2009년 35.1%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여성 관리자 비율 평균을 살펴보면, 2006년 10.2%, 2007년 11.0%, 2008년에는 13.2%로 증가했다. 2009년에는 14.8%로 여성 고용률에 비해 증가폭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러나 AA 제도 성과지표인 ‘기준 미달 사업장의 여성 고용률 및 관리자 비율 구성비’는 시행 초기보다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표1>에서 보듯 해마다 AA 기준을 충족한 사업장 비율은 40% 안팎인데, 500명 사업장이 포함된 2008년부터는 미달 비율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여성 관리자 고용률 미달 사업장 비율이 매년 절반 이상으로 많고, 특히 500명 사업장은 2008년 56.3%, 2009년 53.1%로 1천 명 이상 사업장보다 높다. AA 제도의 양적 성과에 비해 질적 성과, 즉 기업 내 여성 고용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여성 인적자원 정책의 시행과 활용도는 기대수준 이하로 추정된다.
 
공공 부문에서 여성 고용 비율 더 낮아
기업 유형별(2009년)로 보면 1천 명 이상 사업장의 여성 근로자 고용 비율 평균은 공공기관(66개소) 28.6%, 민간기업(600개소) 35.8%로 나타났다. 여성 관리자 고용 비율 평균도 공공기관 9.8%, 민간기업 15.3%로 민간기업이 더 높았다. 500명 이상의 경우, 여성 근로자 고용 비율 평균은 공공기관(180개소) 28.4%, 민간기업(761개소) 34.3%로 민간기업의 수준이 높다. 여성 관리자 고용 비율 평균도 공공기관 7.9%, 민간기업 14.9%로 민간 기업이 두 배 더 높았다. 제도 선도 주체인 공공부문이 오히려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실증 데이터로 볼 때, 한국 노동시장의 양적인 여성 및 여성 관리자 고용 비율은 제도 시행 이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 즉 여성 인적자원 개발의 투자 부족에 따라 AA 제도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이끄는 효과는 미흡하다. 이와 관련해 AA 제도의 한계점으로서 △법적 강제성 미약 △동종 업종 분류 기준의 비현실성 △시행계획서 및 이행실적보고서 평가의 공정성 △당근과 채찍의 취약성 △공공부문의 리더십 부족 등이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AA 제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현재보다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행 조항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여성 고용을 확대하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는 출산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 로차(Da Rocha)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고용률이 출산율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여성 실업은 가계소득을 낮추고, 낮아진 가계소득은 여성이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게 한다. 저출산은 한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다. 2009년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OECD 평균 1.75명). 여성 고용률이 출산율과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가 저출산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20∼44살 기혼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인으로 △교육비 부담(35%) △소득 및 고용 불안(28%) △양육비 불안(16%) 등을 지목했다. 최근 제2차 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2011)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도출됐다.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주로 경제적 요인에 있다는 것이다. 여성 고용률이 제고되면 가계소득이 늘어나 출산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 고용률이 확대되고 가계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여성이 출산 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고용환경이라면 고용률의 확대가 곧 출산율 증대로 연결될 수는 없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원치 않는 여성은 여전히 출산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기혼 여성은 경제적 문제로 출산을 기피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은 현재의 근무환경에서 일과 가정 양립을 병행하는 것이 수월치 않기 때문에 출산을 유보·기피하거나 한 자녀만을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출산·육아를 직장 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 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우수 여성 인력 확보는 기업 경쟁력의 관건
   
왼쪽부터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전 SK텔레콤 상무), 오인경 포스코 상무, 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
이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포괄적인 법제가 AA의 내용이다. 그러나 AA는 그동안 남녀 고용평등을 모토로 여성 고용의 직접적인 성차별 해결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나, 여성 인력 활용 제고 측면에서는 효과가 미약했다. 이미 여러 문헌에서 여성 인력 비중이 기업의 성과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을 뿐 아니라, 거시경제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국가 경제 발전과 직결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예컨대 갈로(Galor) 등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가계소득 증대는 가계저축 증가로 이어지며, 저축 증가는 근로자 1인당 자본량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또한 클라센(Klasen) 등은 1960∼2000년의 미국 데이터를 분석해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의 차이가 클수록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즉,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기혼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건 궁극적으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AA에 따라 가시적으로 여성 신규 채용 비중은 제도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관리직급으로의 승진 비율은 답보 상태다. 많은 연구에서 기업의 우수 여성 인력 확보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며, 경제 발전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동력임이 입증됐다. 2007년 우리나라 AA 제도의 성과 결정 요인을 실증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재무성과 지표(전년 대비 영업이익률과 전년 대비 총부채비율)를 고려했을 때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될수록 AA 제도 성과에는 음(-)의 효과가 나타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증가할수록 양(+)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높을수록 AA 여성 고용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분석 결과는 이미 카탈리스트에서 도출한 결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즉, 여성 관리직 비중이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보다 높은 기업 성과(주주 총수익률)를 나타낸다. 또 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여성 고용 성과 또는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은 기업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고성과와 미래 부가가치 창출은 누가 ‘여성 인재’를 선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tehi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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