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불화와 적자로 빛 잃은 티롤의 ‘크리스털 가문’
[BUSINESS] ‘벼랑 끝’ 스와로브스키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스와로브스키 가문은 반짝이는 액세서리로 부를 쌓았다. 그러나 지금 5대째 후계자들은 선대의 유산을 말아먹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1895년 오스트리아 티롤에서 시작해 126년(2021년 기준) 이상의 역사를 지닌 크리스털 기업, 스와로브스키가 겪는 불화와 몰락을 추적했다.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슈피겔> 기자

   
▲ 눈이 가득 내린 듯한 방 가운데 십수만 개의 크리스털로 만든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유리로 창조된 꿈의 세계 같다. ‘크리스털 왕조’의 고향, 오스트리아 바텐스에 있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박물관에 전시됐다. 스와로브스키 누리집 갈무리

이날 에른스트 다베르토(54)는 꿈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눈이 가득 내린 듯한 방 가운데 15만 개의 크리스털로 만든 반짝이는 나무가 서 있다. 마치 유리로 창조된 영원의 한 조각과도 같다. ‘크리스털 왕조’의 고향, 오스트리아 바텐스에 있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월드) 박물관 모습이다. 스와로브스키의 직장평의회 의장인 다베르토는 이곳에 자주 오지 않는다. 그는 이 아름다운 풍경이 어색해졌다. 회사 중심부에서 대각선으로 반대쪽에 있는 작업장은 평소라면 유리를 녹이고 크리스털을 깎는 사람들로 분주했겠지만, 지금은 몇 대의 기계가 멈춰 있다. 기계를 조작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을 해고한 스와로브스키는 이제 다시 유능한 사람을 찾고 있다. “우리가 경고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다베르토 의장은 말했다.

2년째 6억유로 손실
다베르토는 이 회사에서 32년간 근무했다. 그동안 회사 규모가 커질 때도, 축소될 때도 있었다. “왔다 갔다 했다”고 그는 말했다. 저렴한 제품을 생산할 때도 있었고 고급 제품을 만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크리스털 왕조는 완전히 방향성을 잃은 것 같다. 스와로브스키의 상속자들은 회사의 운영 방향을 두고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권력투쟁 와중에 집안 사람들은 서로를 법정으로 끌고 가기까지 했다. “평화는 그곳으로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다. 스와로브스키의 정신인 신뢰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베르토는 말했다.
스와로브스키 가문의 5세대는 물려받은 유산과 명성을 모두 상실하기 직전이다. 수년 동안 스와로브스키는 과거의 규모와 매출을 되찾을 만한 콘셉트를 헛되이 찾고 있다. 주주들은 이미 본사의 크리스털 생산이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경고를 받았다. 가족은 2년 동안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 126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총주식의 5분의 1을 보유한 최대주주 마르쿠스 랑게스스와로브스키는 최후의 수단으로 가문 분열의 위험을 감수했다.
원래 화합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알려졌던 47살의 창업주 증손자는 2020년 말에 서면으로 로베르트 부흐바우어(55) 최고경영자(CEO)와 마티아스 마르그라이터(49) 최고재무관리자(CFO)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서면에서 결산 내용이 걱정스럽다며 경영진의 ‘경영 오류’를 비판했다. 두 사람이 회사를 “적절하게 이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2019년과 2020년 스와로브스키의 손실이 6억유로(약 8천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랑게스스와로브스키는 회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매번 실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랑게스스와로브스키는 더는 미루고 싶지 않다. 그는 부흐바우어를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다른 결정을 관철하려는 “시도가 또다시 있을 경우 (추가) 분쟁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편지에 썼다. 실제로 부흐바우어와 마그라이터는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사회에 속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이제 헤드헌터들이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찾아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가문이 지배하는, 망해가는 회사를 되살리겠다고 나설 사람 말이다.
가문에 소속된 사람만 스와로브스키의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임원을 할 수 있다는 신성한 규칙은 회사 창립자인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세운 것이다. 하지만 한 해 매출액이 25억유로에 이르고 80여 개 자회사를 보유한 거대 기업을 더는 이런 방식으로 통제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음모와 모략이 판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이전의 CEO 부흐바우어는 얼마 전 크리스털·액세서리 사업을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으면서 다른 가족의 지분을 빼앗았다. 이에 지분 손실을 본 가문의 다른 문파가 법적으로 대응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1895년, 가문의 시조인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유리를 특히 반짝이게 하는 크리스털 가공 기계 한 대로 시작한 가업은 동화 같은 성공을 거뒀다. 스와로브스키 가문은 지금까지 다니엘의 아들들인 알프레트, 프리츠, 빌헬름 계열로 나뉜다. 1980년대는 전성기였다. 티셔츠나 청바지에 라인석을 부착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스와로브스키는 반짝이는 스톤의 대명사가 됐다. 오늘날까지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스톤 가공 기술을 영업비밀로 유지하고 있다. 오랫동안 스와로브스키는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누렸다. 스와로브스키에서 만든 크리스털 별이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디즈니의 ‘신데렐라’를 위한 유리구두도 스와로브스키에서 공급한다. 스와로브스키는 편안한 처지에서 동아시아에서 생산하는 값싼 모방 제품을 내려다봤다.

   
▲ 스와로브스키 경영진이던 나디야 스와로브스키가 2018년 11월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보그 패션 축제에 참석했다. REUTERS

“늙은 고객에 안주한 탓”
그러면서 이들은 자사가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라이벌 회사들은 빠르게 배웠다. 스와로브스키의 최고경영자조차 더는 자사 제품 중 일부 제품을 경쟁 상품과 구별할 수 없다. 지금은 아시아와 이집트의 수많은 회사가 스와로브스키와 마찬가지로 크리스털비즈를 생산한다. 패션주얼리 회사 판도라(Pandora) 같은 유럽의 경쟁자도 있다. 덴마크 회사인 판도라는 두 자릿수 이익 마진을 내면서 경쟁 상대에 바짝 다가섰다.
컨설팅회사 커니(Kearney)의 소비재 전문가인 빅터 디욘 폰 몬테톤 백작은 “스와로브스키는 너무 오랫동안 늙어가는 고객에 안주했다”면서 “새로운 고객층인 밀레니얼세대, Z세대에 다가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스와로브스키가 더는 특별하지 않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020년 10월13일 저녁, 스와로브스키 가문의 일원들은 바텐스의 마리엔키르헤 교회에 모였다. 2002년까지 30년 이상 스와로브스키그룹을 이끌던 게르노트 랑게스스와로브스키의 장례식이었다. 참석자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들 마르쿠스는 추도사에서 아버지와의 여정과, 인생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는 가르침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몇 년 전 지도부가 분열됐을 때 가문의 각 문파는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었다. 그 결과 4개의 마케팅 부서와 3개의 영업팀이 생겼는데, 관리 부서가 과도하게 커졌다. 마르쿠스 랑게스스와로브스키는 패션주얼리 브랜드 카덴차(Cadenzza)를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부흐바우어는 롤라&그레이스(Lola&Grace) 브랜드를 출시했다. 누가 더 나은지 서로 증명하려는 것 같았다. 결국 둘 다 실패했고 해당 브랜드의 생산이 중단됐다.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명확하다. 그래서 최초로 외부 전문가를 지주회사의 이사회에 영입했다. 그중에는 전 에스에이피(SAP) CEO 루이자 델가도도 있다. 스와로브스키 가문과 가까운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는 독립적인 감독을 보장할 수 없다고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전 그룹 회장 부흐바우어는 권력에 집착이 너무 강했다. 프리츠 계열인 부흐바우어는 2020년 봄에 단독 CEO로 임명됐다. 프리츠 계열보다 더 강력한 알프레트 계열의 마르쿠스 랑게스스와로브스키, 빌헬름 계열의 다니엘 코헨, 역시 프리츠 계열인 마케팅 담당자 나디야 스와로브스키는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자의로 사임했다.
2020년 여름 외부 경영전문가를 찾기 시작했지만 그해 가을에 중단됐다. 부흐바우어는 후임자를 찾을 수 없다며 계속 스와로브스키 회장으로 머물고 싶다고 설명했다.
바텐스의 본사 직원들에게 이는 마치 위협처럼 들렸다. 부흐바우어는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털 2차 가공 공정을 반년 안에 베트남으로 이전하려 했다. 그렇게 빨리 옮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계획은 취소됐다. 그 뒤 부흐바우어는 바텐스에서 1800명, 전세계에서 수천 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롤 지역에서 직원 1천 명 이상이 최고 26개월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고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너무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의 노하우가 부족해졌다.
새 직원을 모집하는 것도 예전 직원을 다시 데려오는 것도 스와로브스키는 힘겹다. 예전에는 입사지원 서류가 뭉텅이로 들어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다베르토는 말했다.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 방침에 비판적인 직원들이 쫓겨났고, 자기 생각이 있는 경영진도 떠났다고 한 이사는 한탄했다. 감원 계획과 관련해 감원 예정 부서와 사전에 대화 한 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스와로브스키는 현재 직영 매장에도 제품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흐바우어가 스트리트 스타일의 스타 디자이너 조반나 바타글리아 엥겔베르트를 스와로브스키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엥겔베르트는 섬세한 크리스털 체인과 결별하고 대신 색채가 풍부하고 화려한 주얼리를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 라인 중 하나를 “제프 쿤스(유명 아티스트)가 사탕가게에 가다”로 명명했다.
한 대형 주얼리 판매업체의 사장은 변화가 너무 크다면서 “우리 고객들은 깜짝 놀랐다”고 걱정했다. 그는 새로운 컬렉션은 부드럽게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와로브스키는 (새 시도가)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유통업자들은 오히려 엥겔베르트의 디자인이 도입된 이후 매출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불평한다. 과감한 디자인은 대도시에서는 팔리지만 클럽 갈 일이 거의 없는 소도시의 일반 시민들에게는 팔리지 않는다. 스와로브스키 가문의 일원조차 새 컬렉션이 육중하고 과장됐다고 비판한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에게 과하다는 것이다.
2020년 9월 부흐바우어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앞으로 “럭셔리 코드”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크리스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구매 가능한 고가 상표”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표현의 원더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매장이 필요하다. 새로 디자인된 원더랩(Wonderlab) 매장에는 개별 상자에 담긴 액세서리가 밝은색으로 칠해진 벽에 걸려 있다. 또한 스와로브스키는 과거 많은 수집가가 모으던 대상인 크리스털을 접착해 만든 피규어의 르네상스를 기대하고 있다. 14㎝ 높이의 크리스털 슈퍼맨 가격은 400유로, 황소는 1300유로다. 20㎝ 크기의 인어공주 아리엘은 1만3천유로다.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직장평의회 의장 다베르토는 말했다.
새로운 전략이 효과가 없으면 스와로브스키의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다. 과거의 크리스털비즈 사업은 끝났다. 2020년 말, 스와로브스키는 수천 곳의 사업 파트너와 계약을 종료했다. 앞으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최고급 패션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약 5억유로에 이르던 해당 사업부의 매출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이 적자를 주얼리 제품으로 메우려 한다.
독일 카우프보이렌의 기업인 마르쿠스 쇨러도 최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스와로브스키의 주요 리셀러(재판매상)인 그의 회사 괴를라흐(Görlach)는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쇨러의 조부는 다니엘 스와로브스키와 마찬가지로 북부 보헤미아의 크리스털 세공사였고, 집안끼리 잘 아는 사이였다. 화날 이유가 충분하지만 그는 오히려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린 그의 회사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 2018년 11월 미국 뉴욕의 패션쇼에서 2100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스와로브스키 제품 옆에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REUTERS

아시아의 대체상품 주문 폭주
매일같이 대체상품을 찾는 전 스와로브스키 거래처 10여 곳이 찾아온다고 쇨러는 말했다. 쇨러는 (그들에게 적당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그는 ‘오로라’(Aurora)라는 이름의 자체 크리스털 컬렉션을 만들었다. 선별된 아시아의 회사에서 스와로브스키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산한 크리스털이다. 주문이 “말 그대로 천장까지 쌓였다”고 쇨러는 말했다. 오로라 크리스털비즈는 이미 돌체앤드가바나의 가방과 허리띠, 명품 신발 브랜드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신발을 장식하고 있다. 프라다, 구찌, 버버리도 곧 그의 제품을 사용한 컬렉션을 출시할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더는 스와로브스키 브랜드로 자사의 제품을 장식할 필요가 없다.

ⓒ Der Spiegel 2021년 제51호
Tiroler Stammesfehden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