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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시대’ 악몽은 되풀이되지 않을 듯
[FINANCE] 국제유가 전망
[142호] 2022년 02월 01일 (화)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1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에너지주간 국제포럼에 참석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모하마드 바르킨도(앞줄 왼쪽)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오펙플러스의 원유 감산 규모 등을 논의하고 있다. REUTERS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는 전망은 2021년 3분기 말부터 제기되어 4분기 들어 부쩍 늘었다. 실제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한동안 유지하며 강세를 보였다. 이때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2021년 11월 말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유가는 65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유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2년 1월 장중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 기준)가 100달러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았다. 오미크론의 확산이 유가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감산 기조 유지
공급과 수요는 가격결정의 최대 변수다. 기름값 역시 그렇다. 수요가 증가하는데 공급이 감소하거나 정체되면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다. 반대로 수요가 줄어드는데 공급이 유지되거나 늘어나면 가격은 급락한다.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기름 소비를 극적으로 줄였다. 생산량이 소비를 앞서는 상황은 대략 2020년 2분기까지 유지됐다. 2020년 3월부터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각종 활동이 늘어나며 서서히 기름 소비량은 늘었다. 3분기 무렵 드디어 소비량이 생산량을 넘었다. 이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팬데믹 초기와는 대응 방식이 다르다. 강도 높은 봉쇄와 폐쇄는 일어나지 않았다. 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가 상승의 첫 번째 원인이다.
공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공급의 가장 큰 변수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합의가 유지되고 있다. 2016년 만들어진 오펙플러스는 기존 오펙(석유수출국기구) 국가와 러시아, 옛소련 국가, 멕시코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다. 뭉치면 힘을 발휘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오펙플러스는 2020년 4월 감산에 합의했다. 5~6월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오펙플러스가 내린 감산 결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미국의 증산 요구에도 산유국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증산 신호를 보이긴 했다. 2020년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씩 더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오펙플러스는 매달 원유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지 논의한다. 2022년 2월에도 하루 40만 배럴의 증산 규모를 유지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 정도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는 오르고 있다.

미국의 생산 저조
2000년 이후 원유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셰일오일이었다. 2010년 하루 100만 배럴에도 미치지 못했던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하루에 8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8%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이었다. 원유시장에 경천동지할 변화를 가져왔다. 2015~2016년 과잉 공급을 불러와 유가를 폭락시켰다. 오펙플러스는 위기감을 느낀 전통 석유 생산국들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오펙플러스가 감산 합의를 이어가던 2018~2019년에도 셰일오일의 성장세는 계속됐다. 2018년 미국은 마침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됐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오펙플러스 안에서는 감산 무용론이 제기됐고, 2020년 3월 감산 중단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전쟁이 일어났다.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공멸의 위협을 느낀 오펙플러스는 결국 감산에 복귀했다. 셰일오일이 국제유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은 것이다.
잘나가던 셰일오일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가 폭락하자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미국 셰일오일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췄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제 셰일오일 생산의 채산성이 회복됐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셰일오일을 포함한 원유 생산량 증가는 크지 않다.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하루 1300만 배럴에 이르던 생산량이 2021년 11월 기준 1140만 배럴에 그쳤다.
미국산 원유의 공급 감소를 부른 다른 이유도 있다. 2021년 8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 석유 생산시설이 밀집한 멕시코만을 강타했다. 이에 따라 하루 약 150만 배럴 규모의 생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북미 일부 원유지대는 강추위로 원유 생산을 중단했다. 결론적으로 셰일오일을 포함한 미국의 원유 생산이 유가 상승을 막는 방패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 2020년 5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뒤 미국 마라톤오일의 텍사스주 이글포드 셰일지대 채굴 시설이 가동 중단으로 방치돼 있다. REUTERS

셰일오일 완만한 증산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하자 미국을 포함한 주요 기름 소비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략비축유까지 방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유가를 억누를 압도적 물량도 아닐뿐더러 효과도 일시적이다.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어 적어도 소비량과 같은 수준이 되어야 유가는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지속적 공급 증가는 기존 산유국의 증산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회복에 달려 있다. 산유국의 대규모 증산은 기대할 수 없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유가 폭락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고통을 잊지 않고 있다. 섣불리 생산량을 늘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공급 확대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의 증가는 유가에 달렸다. 지금처럼 배럴당 80달러를 넘보는 유가 수준이라면 셰일오일 생산이 눈에 띄게 늘어야 한다. 그런데 셰일오일 업계의 증산 움직임은 미약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셰일오일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었다는 것이다.
원유 생산은 미래 성장산업이 아니다. 성장산업만큼 투자가 활발할 수 없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와 달리 탄소중립을 강조한다. 이것이 화석연료 셰일산업 투자를 막고 있다. 2020년 유가 폭락의 악몽도 한몫했다. 유가 폭락은 원유 생산기업의 수익 악화로 연결됐고 투자자 이탈을 불렀다. 투자가 정체를 보이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산이 대폭 늘어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미국 원유 생산의 상승세는 분명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하루 1천만 배럴 이하였던 최저점에서 2021년 1월 초 1170만 배럴 이상으로 늘었다. 셰일오일 생산의 증가 때문이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동에 들어간 미국 셰일오일 채굴 장비 수도 확실히 늘었다. 2021년 12월 기준 약 480개다. 가장 많을 때가 900개에 가까웠으니 현재 수준을 알 수 있다.

60달러 안팎 전망 우세
배럴당 80달러 선에 근접한 유가는 셰일오일 생산에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가동을 일시 중단했을 뿐이다. 손익분기점이 넘으면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화석연료 탈피 일변도에서 조금 벗어나 셰일오일 업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정치적 타격에서 벗어날 목적이다. 이런 이유로 2022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연평균)이 배럴당 6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기관이 많다. 미 에너지정보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모두 그렇다.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가격도 마찬가지이다.
유가는 수요와 공급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 악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원유 수요가 급감할 확률 역시 낮다. 각국에서 영업 제한이나 봉쇄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도 작다. 이미 선진국 경제는 회복의 정점에 있다. 2023년 성장률은 2022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오미크론 확산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수요의 오름세가 크지 않다면 공급이 관건이다. 지금처럼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이상에서 유지된다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다. 오펙플러스의 감산으로 인한 전통적 원유의 부족분을 어느 정도 채우리라고 봐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없다. 최근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국가 비상사태 같은 지정학적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는 적어도 2023년까지 현재 수준이나 그 이하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적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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