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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높지만 수요 맞추기엔 부족
[COVER STORY] 친환경 에너지전환의 딜레마- ④ 리사이클링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옌스 글뤼징 economyinsight@hani.co.kr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지몬 하게 Simon Hage
슈테판 슐츠 Stefan Schultz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2021년 1월 인도 뉴델리 교외에 있는 리사이클링 업체에서 노동자들이 폐배터리를 해체하고 있다. REUTERS

딥그린(Deep Green)이나 ‘유케이 시베드 미네랄 리소스’(UK Seabed Mineral Resources) 등의 기업들은 심해 바닥에서 상업적 채굴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심해 채굴 기술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최대 250t 무게의 수확기로 심해에 매장된 광물자원을 채굴한 뒤 강화 호스로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강화 호스는 극단적인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고장률이 아주 낮아야 한다. 수리 목적으로 강화 호스를 지상에 자주 끌어 올려야 한다면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리사이클, 대안이 될까
미국의 대표적 조사업체 비시시리서치(BCC Research) 애널리스트들은 심해 광산업이 2029년 말까지 최대 150억달러 규모의 시장 형성을 촉진할 거라며 새로운 광물자원 붐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환경운동단체들은 거의 연구되지 않은 미지의 생태계인 심해 바닥이 광물 채굴로 파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심해가 가까운 미래에 경쟁력 있고 친환경적 광물자원 보고로 개발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폐광물의 리사이클링(재활용)이 더 많은 잠재력이 있다.
독일 함부르크 항구 포이테섬에 유럽 최대 구리 제련업체 아우루비스사의 광산이 있다. 1907년부터 아우루비스 광산에서 파이프, 금속판, 케이블 등에 들어갈 구리를 생산하는데 연간 생산량은 100만t이 넘는다. 칠레, 페루, 브라질 등지에서 수입한 광석과 더불어 리사이클링 소재 절반가량을 구리 생산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공장 부지 한쪽에 폐케이블로 만든 붉은빛이 감도는 구리 알갱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입자가 거친 알갱이도 있고 고운 알갱이도 있다. 바로 옆에는 폐컴퓨터와 폐휴대전화의 분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아우루비스 소속 금속공학자이자 화학자인 크리스티안 플리츠코가 분쇄 쓰레기를 한 움큼 쥔다. “우리가 관심 갖고 지켜보는 보물이 바로 여기에 들어 있다.”
플리츠코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은색과 녹색으로 빛나는 분쇄 쓰레기를 지긋이 바라본다. “이 쓰레기는 과거에 컴퓨터 기판 전자회로에 사용했던 것이다.” 전자회로 1㎏에는 순수 구리 250g이 들었다. 특정 금속을 걸러내 분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에 드는 수고와 비용은 아직 엄청나다. 전자회로에서 바코드와 레이저로 (희토류인) 네오디뮴만을 분리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플리츠코는 말한다.
구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아우루비스 용광로는 현재 완전가동 중이다. 친환경 기술마다 구리가 들어가는데, 리사이클링은 구리 수급난에 비교적 친환경적인 해결책이 되기 때문이다. 광산에서 구리 채굴에 드는 에너지는 구리 리사이클링의 무려 20배에 이른다.
산업계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광물자원 수요 일부를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이로써 광물자원 수출국 의존성도 줄일 수 있다. 리사이클링이 어느 때보다 광물자원 수급의 주요 수단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리사이클링의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수명이 다한 휴대전화, 텔레비전, 냉장고 등 폐전자제품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수많은 귀중한 광물자원이 재활용 분리수거함이나 매장의 반품센터가 아닌 쓰레기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독일에서 폐전자제품 수거율은 44%에 불과하다. 전세계 폐전자제품의 수거 및 재활용 비율은 그나마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풍력발전 업계가 리사이클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초기에 제작된 수많은 풍력발전기는 이제 수명이 다해 해체를 앞두고 있다. 수명을 다한 타워와 풍력발전 시스템에 들어가는 나셀(nacelle)은 보통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터블레이드(날개)의 경우 섬유유리나 탄소섬유를 겹겹이 붙여 만들어 리사이클링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풍력발전기의 리사이클링 난관을 되풀이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지금 출시하는 모델의 고급스러운 내부를 향후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콘셉트로 작업 중이다. 베엠베(BMW) 모델의 엔진이나 차체 부품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의 절반이 리사이클링 소재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코발트, 리튬의 경우 리사이클링 비율이 훨씬 낮다.
전기차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래서 아직은 폐배터리가 많지 않다. 향후 10년간 전기차 판매가 50% 이상 늘어나면 폐배터리는 대량으로 나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BMW는 원자재 수요를 지속해서 낮춰줄 순환경제를 안착시키기를 기대한다. 테슬라 등 전기차 선구자들은 광물자원 수요를 장기적으로 거의 100% 폐배터리로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테슬라를 공동창업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테슬라 기술을 지휘한 제프리 B. 스트라우벨은 2019년 회사를 그만두고 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를 창업했다. 스트라우벨은 전체 배터리의 95~98%를 재활용하면, 배터리 가격의 ‘대폭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스트라우벨의 관점에서 자동차 제조업체에 폐배터리의 대량 리사이클링은 친환경적 돌파구이자 재정적 돌파구이다. 전기차 총비용의 3분의 1은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배터리 비용의 대부분은 값비싼 소재 가격에서 발생한다.
폴크스바겐이 독일 잘츠기터 공장에서 운영하는 기가팩토리는 2024년부터 연간 전기차 최대 50만 대에 들어갈 배터리를 생산한다. 폐배터리는 분해와 분쇄를 거쳐 값비싼 소재를 분리한다. 폴크스바겐은 장기적으로 사용된 광물자원의 97%를 리사이클링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리사이클링 비율이 50% 수준이다. 신규 리사이클링 공장 덕택에 리사이클링 비율은 향후 72%까지 오를 전망이다. 폐배터리는 ‘특수 폐기물’이 아니라 ‘소중한 원자재의 보고’라는 것이 폴크스바겐의 입장이다.
하지만 리사이클링만으로 친환경산업의 광물자원 수요를 맞추기에는 아무래도 아직 역부족이다. 아우루비스의 크리스티안 플리츠코는 “지금 사회는 리사이클링 제품으로만 구리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없다. 우리가 현재와 향후 수요를 감당하려면 어쨌든 구리 원자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리사이클링에 진심이라도 환경 난개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류는 더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을 원할 것이므로, 자연에 대한 인류의 지속적인 약탈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까지의 부의 모델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인류는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자연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것보다 인류가 지속해서 더 많이 소비한다면 인류는 지구의 한계를 넘어버리게 된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마티스 바커나겔 회장은 이를 은행 계좌에 비교하면서 한동안은 마이너스통장을 쓸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광물자원 수요를 억제하려면 소비 포기가 유일한 해결책일까? 일각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안분지족의 전략을 써야 할까? 바커나겔 회장은 이 질문에 얼굴을 찌푸린다. “너무 개인의 고통과 희생만 강요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는 친환경을 고수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몸무게 75㎏인 사람이 이동하는 데 굳이 중량 2t의 전기차가 필요하지 않고 전기자전거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 독일 구리 제련업체인 아우루비스사의 야적장에 폐컴퓨터 기판 전자회로가 쌓여 있다. 전자회로 1㎏에는 순수 구리 250g이 들어 있어 재활용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아우루비스 누리집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관건
바커나겔 회장의 관점에서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사회구성원 수라는 요인에도 크게 영향받는다. 스위스 출신인 바커나겔 회장이 태어났던 1962년에 전세계 인구는 약 31억 명이었다. 지금은 78억 명에 이른다. 출생률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다음 세기말까지 전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도달할 것이다. 바커나겔 회장은 궁극에는 인구가 감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가 줄어야 자원 소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장기적으로 가장 큰 (지속가능성의) 지렛대다.”

ⓒ Der Spiegel 2021년 제44호
Raubbau im Namen der Umwel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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