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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주행’ 쏜살 질주 않고 주차 보조부터 차근차근
[BUSINESS] 독일 자동차업계의 자율주행 도전- ① 새 접근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운전대와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각종 센서 등의 기술로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차를 말한다. 이 분야에서는 웨이모나 테슬라와 같은 미국 기업이 앞서 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이 앞섰다는 많은 부분이 지나치게 야심적이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 기업에는 기회다. 추격에 나선 독일 기업의 무기는 좁은 보폭의 실용주의다.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눈이 쌓인 체코의 한 시골길을 자율주행차량이 미끄럼 방지용 체인을 단 채 주행하고 있다. REUTERS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이멘딩겐에 위치한 다임러의 주행 시험장에서 검은색 벤츠 리무진이 여름비를 뚫고 달팽이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 광활한 시험장 트랙의 이름은 ‘베르타 플레헤’(Bertha Fläche)다. 자동차의 선구자 베르타 벤츠를 기리기 위해서다. 1888년 그는 역사상 최초로 모터를 설치한 마차를 타고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까지 장거리 주행을 했다. 133년이 지난 지금, 벤츠는 차세대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르타의 남편 카를 벤츠가 발명한 자동차는 언젠가 운전자 없이도 자동으로 주행하게 될 것이다.

갈 길 먼 벤츠의 자율주행
그러나 지금 벤츠가 개발한 새 전기자동차(EQS)는 교통체증 시뮬레이션에서 상당히 비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흰색 표시등은 자동운전 장치 ‘드라이브 파일럿’을 사용할 준비가 됐음을 나타낸다. 운전자가 자율주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운전대에 설치된 ‘에이’(A) 버튼을 누르면 표시등이 녹색으로 바뀐다. 그러면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EQS가 고장 난 자동차를 스스로 피해 가는 동안 하이퍼스크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로봇의 운전에 익숙해질 만하니 새로운 신호음이 울리고 티브이(TV) 화면이 꺼졌다. 운전자가 다시 운전을 시작하라는 신호다.
EQS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갑자기 비가 강하게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벤츠의 엔지니어들이 차에 많은 ‘눈’을 설치했지만, 폭우에 완벽한 안전을 보장할 만큼 날카롭지 못하다. 차량에는 12개 이상의 카메라, 레이더 및 라이다(LiDAR) 센서가 배치돼 있다. 이 센서들이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그 정보를 제어소프트웨어가 처리해 운전대·구동장치·브레이크를 작동한다. 소나기 한 번이면 자율운전 장치는 쉽게 무력화된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이른바 ‘레벨5’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벤츠의 EQS 시도는 ‘로봇 자동차’라는 비전에서 점차 진지한 사업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의 고향’ 독일에서 말이다.
오랫동안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절망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여겨졌다. 미국의 라이벌 기업인 테슬라(Tesla)와 구글 계열사 웨이모(Waymo)는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수백만㎞의 시험주행 데이터를 수집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광범위한 보조금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밀어주고 있다. 또한 중국의 신도시는 처음부터 자율주행 셔틀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세계의 대도시를 완전자율로봇 택시로 채우겠다는 자율주행 개척자들의 거대한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2010년대 초만 해도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2017년이 되면 일반인도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비슷한 예상을 했다. 이들은 운전석의 사람을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동수단의 대안을 만들어 도시 혼잡과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들의 유토피아는 현실의 제약 때문에 실패했다. 완전자율주행 차량에는 수천달러짜리 ‘레이저 레이더’(Laser Radar) 센서가 필요하다. 웨이모는 최고의 기술을 가졌지만 사업모델은 없다. 수십억달러의 손실이 누적되자 기술회사 웨이모는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파트너를 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데이터 문어발’ 구글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맙지만 사양한다며 손을 내저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모드와 관련된 일련의 인명사고도 이 기술이 금방 대중적으로 사용되리라는 믿음을 흔들어놓았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이제 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완전 무인 로봇 택시라는 환상을 좇는 대신, 그들은 간단한 주차 보조 시스템부터 고속도로에서 대신 운전해주는 자동운전 장치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자동차의 보조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폴크스바겐(VW), 벤츠, 베엠베(BMW)는 그들의 차세대 전기차에 이러한 로봇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늦어도 2024년까지 큰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2021년 여름, 국제 기준으로도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자율주행 관련 법령이 독일 국회를 통과한 것도 도움이 됐다.
업계에선 기대가 상당히 크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헤르베르트 디스는 완전 네트워크화된 자동차를 “유럽 경제가 디지털경제에서 발판을 마련하는 마지막 기회”로 본다. 일반 운전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한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낸다. 차량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이 “가치 있는 시간”을 디지털 미디어 소비, 또는 사업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디스는 “자동차 안에서의 정보 처리”가 “지금까지 우리가 스마트폰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능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심지어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절약된 시간이 5천억달러(약 590조원)의 매출 잠재력을 지녔다고 본다.

   
▲ 폴크스바겐은 자율주행이 부자와 기업 경영자를 위한 값비싼 장난감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이는 기념행사 모습. REUTERS

열정과 현실 사이 오락가락
그러나 독일 자동차회사들의 의욕만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기업 내부 분위기는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멘딩겐의 시험장 트랙에서 벤츠의 엔지니어들이 자율주행차의 기술 발전을 아무리 칭찬해도 이전의 계획은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지휘하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제쳐둬야 할 것이다. 벤츠는 부품 제조업체 보슈(Bosch)와 공동으로 자율주행 로봇 택시를 개발하는 계획에서 철수했다. 미래지향적인 셔틀의 생산과 운영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칼레니우스 회장은 판단했다. 차량임대 서비스 ‘셰어나우’(Share Now)를 대도시에서 개인 소유 자동차를 대신해 자율주행차 대여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아이디어도 벤츠는 거의 포기했다.
벤츠의 최고경영자는 대신에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자사의 고급 리무진과 스포츠실용차(SUV)에 자율주행 기술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벤츠는 개인 이동성을 계속 중시할 것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우리는 자동 및 자율 주행의 개인 사용에 전적으로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의 시간표는 야심차다. 2년 안에 벤츠가 자체 개발 중인 새 운영체제(MB.OS)를 완성한다. 그다음 많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자동차가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컴퓨터 성능과 센서를 장착해야 한다.
그럼에도 벤츠 리무진은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차에서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시선을 돌릴 수 있지만, 언제라도 다시 운전대를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의 5단계 기준에서 ‘레벨3’에 해당한다. 얼마 전까지 별도의 팀이 운전자는 그저 승객일 뿐인 완전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제 많은 작은 단계를 거쳐 그 목표에 접근하려 한다.
2024년부터 벤츠는 일단 자동주차 기술을 상용화하려 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공항에선 그것이 훨씬 일찍 가능해진다. 그곳에서 벤츠 운전자는 차에서 내린 뒤, 스마트폰 명령을 사용해 주차장에 리무진을 주차할 수 있을 것이다. 보슈와 공동으로 개발한 ‘오토 발렛 파킹’을 되도록 빨리 많은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5년에는 전세계 수백만 대의 차량과 1천여 개의 주차장에서 자동주차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고객은 추가 요금을 내고 구독 모델을 통해 제한된 기간에 이러한 로봇 보조 시스템을 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과 뮌헨 사이를 주기적으로 오가는 기업 임원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주행 장치를 켜고 영상을 시청할 수 있으며, 추가 요금을 내면 전용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벤츠는 다른 독일 자동차회사 BMW, 아우디와 마찬가지로 로봇 서비스로 수십억유로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자동차회사 경영자들의 계산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객은 자동차를 사적인 공간으로서 소중히 여기게 됐다. 고객은 붐비는 버스나 기차보다 개인이동수단을 선호한다.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는 기술 개발로 늦어도 2024년까지는 고객이 해당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무선으로 예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자동차를 산 뒤에라도 추가 예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로봇 서비스에 필요한 법적 조건을 구비하기 위해 자동차업계는 정치권 로비에 성공했다. 2021년 7월 말부터 독일에서는 ‘조건부 자동화’로 운전하는 것이 허용됐다. 벤츠 신형 S클래스는 현재 이미 가능하고, BMW와 아우디의 새 모델은 2022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최대 시속 60㎞로 이동할 때만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도로에서 눈을 돌릴 수 있다. 즉, 교통체증이 발생한 상태에서만 허용된다.
대단한 진보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세계에서 유일하다. 독일은 현재까지 특정 조건으로 자율주행 레벨3와 심지어 레벨4를 일반적인 차량 운행에 허용한 유일한 국가다. 미국에서는 개별 주에 한해 더 광범위하게 자율주행이 허락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나라 전체가 아니라 해당 주에만 적용된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우리는 독일에서 실제 도로교통에 자율주행 레벨3를 처음으로 적용한 회사”라며 “달에 최초로 착륙한 것과 같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 기술로 정말 수십억달러를 벌 수 있을지 의심한다. 영국의 컨설팅회사 새첨리서치(Thatchum Research)의 보험 전문가 매슈 애버리는 “3분에 한 번씩 자동운전 장치가 화면을 끄는데 누가 넷플릭스를 자동차에서 보겠다고 돈을 내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게다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벤츠, 아우디, BMW의 차기 모델 가격은 8만유로(약 1억600만원)를 훨씬 넘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은 당분간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장난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부자와 기업 경영자를 위한 값비싼 장난감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대중을 위한 혁명’을 일으킬 생각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자율주행의 민주화’라고 칭한다. 4~5년 안에 운전 로봇이 포함된 중급 차량을 약 3만5천유로(약 4600만원)의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폴크스바겐은 아직 로보셔틀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 디스는 자율주행 셔틀을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이르면 2030년에 그룹 매출의 15%를 달성할 것으로 믿고 있다. 2020년 연간 수익으로 환산하면 330억유로 이상이 된다. 로보택시 사업은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디스는 예측한다.

폴크스바겐, 미국 스타트업과 협업
그러나 폴크스바겐 회장은 일찍부터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를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디스는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의 주요 업체를 만났다. 그중에는 웨이모도 있었다. 결국 그는 포드가 소유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타트업 ‘아르고 에이아이’(Argo AI)를 선택했다. 이 스타트업은 자신의 로봇 차량을 장애물이 별로 없는 소도시에서 시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처음부터 수많은 자동차 운전자,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가 뒤섞인 대도시와 같은 까다로운 상황에서 시험하고 싶어 했다. “수요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아르고 AI의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살레스키는 말한다.
미국 회사의 도움을 받아 폴크스바겐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영역이던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9월에 열린 국제자동차전시회(IAA)에서 폴크스바겐은 협업 결과를 발표했다. 지붕에 레이저 레이더가 장착된 폴크스바겐 전기버스는 2025년부터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 시험운행되며, 기존 버스와 도시철도(S-Bahn)를 보완하는 구실을 할 예정이다.

ⓒ Der Spiegel 2021년 제40호
Revolution in Trippelschritte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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