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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친환경 에너지원의 ‘천국’
[세계는 지금] 뉴질랜드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박성진 sjpark@kotra.or.kr

박성진 KOTRA 오클랜드무역관 과장

   
▲ 뉴질랜드는 지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과 운영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지열에 의한 발전량은 연간 전력 공급의 20%를 차지한다. 뉴질랜드지열협회 누리집

뉴질랜드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다. 양과 소의 나라, 그리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가진 청정국가로도 알려졌다. 최근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공공부문 탄소배출 중립화 추진을 목표로 공공기관 석탄 보일러 교체와 전기자동차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온난화 등 기후위기를 인류가 직면한 중차대한 도전과제라고 밝히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선언했다. 향후 세계적으로 저탄소·친환경 국가로의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뉴질랜드의 친환경에너지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바람, 지열 등 재생에너지원 풍부
뉴질랜드는 크게 남섬과 북섬으로 나뉘어 있다. 수도인 웰링턴은 북섬 남단에 자리잡은 항구도시로 바닷바람이 워낙 세서 ‘바람의 도시’라고 불린다. 경제의 중심지이자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도 강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유명한데, 도심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하버브리지는 강풍으로 인해 다리를 건너는 차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할 정도다. 이렇듯 바다에 둘러싸인 섬나라 뉴질랜드는 사계절 바람이 많아 풍력발전에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뉴질랜드 풍력발전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7개 풍력발전소가 있는데 총 490개의 터빈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전기는 뉴질랜드 연간 생산 전력의 6%에 이른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다보면 땅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쉽사리 목격할 수 있는데, 얼핏 보면 무언가를 태우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사실 이 연기는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로 데워진 수증기다. 뉴질랜드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하는데 2019년에는 화이트아일랜드 화산이 폭발하는 등 뜨거운 지하 암석층의 영향으로 간헐천과 온천지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1958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업용 지열발전소를 건설했을 만큼 지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과 운영에도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지열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발전량은 연간 전력 공급의 20%를 차지하는데, 지열발전소는 대부분 화산지대인 타우포 인근에 있다.
수력발전은 뉴질랜드 발전전력의 57%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원이다. 풍력과 지열 발전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호수 둘레 길이가 193㎞에 이르는 타우포 분화 호수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담수호가 많이 있다. 이들 강과 호수는 유명한 관광지로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일 뿐만 아니라 전기 생산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수력발전소는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이 있을 정도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재생에너지원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로 사용되며, 환경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 전기차 등의 청정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수소라고 해서 모두 친환경으로 보기는 어렵다. 수소를 만드는 원료와 생산방식에 따라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 생산에 많이 적용되는 ‘회색수소’ 생산 방식은 메탄을 주원료로 고온의 수증기와 화학반응을 거친다. 이런 방식으로 수소 1㎏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10㎏을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친환경 수소로 평가받는 녹색수소는 수력, 풍력, 지열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든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전체 전기 생산의 80% 이상에서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뉴질랜드는 녹색수소 생산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의 에너지회사는 수소사업 관련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녹색수소 발전소 개발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녹색수소를 현재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운송업과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산업시설의 탈탄소화를 돕는 가장 유망한 에너지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력발전량이 풍부한 뉴질랜드 남섬은 녹색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에 유리한 인프라를 갖춰 미래 뉴질랜드 수소 생산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수소사업 프로젝트팀은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세계 수소시장의 성장과 뉴질랜드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미래 세계 수소 생산과 수요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2020년 240메가와트(MW) 규모의 전세계 수소 프로젝트 규모가 2030년에는 50기가와트(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생산과 공급망 운영에서 뉴질랜드는 다른 나라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 녹색수소 생산에 필요한 잉여 재생에너지원의 활용성을 든다.
재생에너지원의 활용성만을 놓고 보면 중동 지역이나 오스트레일리아도 풍부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전력공급량 외에 녹색수소 생산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잉여 재생에너지원 측면에선 뉴질랜드가 유리한 입지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남섬에는 뉴질랜드 최대의 수력발전소 마나포우리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마나포우리발전소는 7개의 발전기(발전기당 122MW)가 있고 800MW의 최대출력으로 매년 62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여기에 남섬에 있는 대형 알루미늄 제련소가 2024년 말 폐쇄될 것으로 예상돼, 이 공장에 공급하는 전기를 녹색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녹색수소 사업은 뉴질랜드 지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녹색수소는 뉴질랜드의 운송, 항공, 해운, 농업을 포함한 탄소집약적 분야를 탈탄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섬은 녹색수소 생산을 기반으로 한 수소산업의 전초기지로서 수소 생산과 관련한 투자와 더불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수소 사업 추진에는 뉴질랜드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기업도 투자와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 상호보완적 교역대상국이다. 제조업과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총생산 중 제조업 분야가 11%에 불과해 수입의존도가 높다. 반면 뉴질랜드는 농업·임업·수산업 등 1차 산업이 발달했다. 특히 낙농업 선진국으로 유럽과 더불어 세계 유제품의 주요 공급처이기도 하다.
사실 뉴질랜드는 인구 500만 명의 작은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어 제조업이 성장할 만큼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어렵다. 또한 높은 물류비와 인건비도 제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배경 탓에 뉴질랜드는 소비재, 중간재 등 많은 제품을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자연이 제공하는 풍력·수력·지열 등의 에너지원은 풍부하지만, 발전설비나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향후 녹색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하거나 수요처로 이송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관련 기술과 부품 등 많은 부분을 해외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지에서 추진되는 수소사업의 경우도 잠재적인 녹색수소 관련 기업과 기관 등의 사업 참여를 기대하는데, 그 이유 역시 향후 사업 착수를 위해 외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알파인에너지(Alpine Energy·남섬에 있는 전기 송배전 회사) 관계자는 뉴질랜드가 전기의 생산, 송배전 등 사업 운영과 관련한 노하우는 많지만 신사업 추진과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개발과 관련 부품 수급에선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풍력발전과 관련된 사업 검토 때 한국 중소기업의 시제품을 활용한 시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 뉴질랜드에는 ‘에너지’란 이름을 붙인 전기 송배전 기업들이 있는데, 전력 생산과 송배전 등 사업 운영 관련 노하우가 많다. 하지만 신사업 추진과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개발과 관련 부품 수급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메르디앙에너지 누리집

뉴질랜드, 녹색수소 핵심 거점
한국도 ‘그린뉴딜’ 정책 추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 친환경에너지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에 필수 요소로 부각되면서 우리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최근 저탄소·친환경 분야 경제 활성화의 핵심 기술로 수소가 주목받으면서 정부의 관련 정책과 더불어 기업들도 수소경제 구축을 위한 추진 전략과 이행안을 수립하는 등 수소산업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기업들이 수소의 생산·운송·저장과 전기에너지로의 활용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에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뉴질랜드 녹색수소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의 기술과 제품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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