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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주도 성장 버블붕괴 부메랑 되나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가계부채
[141호] 2022년 01월 01일 (토) 김용 goldheader@hanmail.net
김용 금융전문가
   
▲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2021년 10월26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도 강화된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말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으며 실물경제 대비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우리 경제를 위협할 최대 위험요인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에 보고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3.8%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계부채 규모가 GDP의 60~80% 수준을 초과할 때 성장 저하와 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한다.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 위기>의 저자인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통계로 가계신용(국내 보고용)과 개인금융부채(국외 보고용)를 집계하는데, 가계부채가 과소 계상돼 실제 위험성은 더 크다고 지적한다. 가계신용은 은행의 가계대출금과 신용판매를 합친 것으로 2020년 말 기준 1721조원에 이른다. 개인금융부채는 가계신용에 개인사업자와 비영리단체 채무를 포함한 것으로 2020년 말 2052조원에 이른다. 서영수 이사는 가계신용에 개인사업자대출, 법인 명의로 빌린 비주택담보대출, 임대보증금채무 등을 포함할 경우 가계부채는 3200조원, GDP 대비 부채비율이 16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전세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라는 점, 자영업자 비중이 특히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대보증금과 개인사업자대출 등을 포함해 가계부채를 집계해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16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BIS 등은 가계부채의 위험성 정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GDP 통계를 활용한다. 주요 선진국의 2020년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평균 84.2%로, 대다수 선진국은 80%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금융위기를 경험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2008년 9월 각각 97.8%, 94%였다. 유럽 위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피그스(PIGS·‘돼지들’이란 뜻의 국가부채 위기가 닥친 나라들) 국가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은 2010년 6월 각각 92%, 114%, 86%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가계부채는 그 수준은 물론 증가 속도도 중요하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상환 능력보다 빠를 경우 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른 금융 불균형 심화는 장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이 40%대 중반으로, 개인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집값과 대출의 높은 상관관계에 비춰볼 때 급격히 늘어난 대출금은 대부분 자산투자에 이용됐다. 신용팽창에 의해 자산가격이 급등해 버블(거품)이 생겼고, 자산가격 상승 기대감이 대출을 이용한 자산투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0월 말까지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60.7%), 경기(51.6%) 등을 중심으로 34.7% 올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의 효과’
(Wealth Effect)로 나타난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 경우 각종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며, 건설투자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창출 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다만 가계부채 주도 성장은 개인의 소비와 투자의 원천이 미래 소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감당할 범위를 넘어설 때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과도한 부채는 자칫 가계 파산, 소비 침체, 은행 부실과 이에 따른 고용 및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01~2002년 평균 1.4%에 불과하던 실질GDP 성장률이 2004~2006년 3.4%까지 상승했다.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70.6%에서 2006년 96.4%까지 상승함으로써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1985~1989년 일본·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의 금융위기, 1992~1997년 타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금융위기, 2007~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아일랜드 위기, 2012년 스페인 위기 등 대부분의 금융위기는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산 버블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정부 대책, 효과 있을까
한국은 2016~202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이 2.1%를 기록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등의 영향으로 판매직과 기능직은 물론 사무서비스, 관리 및 전문직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졌다. 또한 코로나19 충격 이후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고,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성장세는 주춤할 것이다. 취약한 노동시장 여건, 늘어난 부채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고령인구 급증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겪는다면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부채 구조조정을 미루고 부채 주도 성장 정책, 즉 버블을 버블로 막으면 머지않아 닥칠지 모르는 부채 위기는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담보가 아닌 차입자 기준으로 관리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니 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기를 기대해본다.

* 20년 가까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며 금융시장의 국내외적 변화를 직간접으로 경험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디지털화폐(CBDC)와 가상자산,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금융경제 이슈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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