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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 도전장 낸 ‘윈도키아’
[Market]
[11호] 2011년 03월 01일 (화) 마르쿠스 로베터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디 차이트> 경제 에디터
 
극적인 연출을 위해 노키아에 이보다 더 알맞은 장소는 없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 항구 가까이에 위치한 ‘카사 요트하 데 마르’(Casa Llotja de Mar)는 여전히 과거 스페인 제국시대의 권위를 증명해주는 장소다.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토대 위에 네오클래식 양식으로 건립된 이 건물에는 지난 수백 년간 스페인 경제의 엘리트들이 드나들었다. 높은 기둥이 조각으로 장식된 목제 천장을 받치고 있는 건물 내부 모습은,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주변국 취급이나 받는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가 아니라 여전히 세계 최고의 항해 무역국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노키아의 CEO 스티븐 엘롭(왼쪽)과 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가 지난 2월11일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합의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쌍두 독수리인가, 칠면조 두 마리인가
스티븐 엘롭(Stephen Elop)은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현대적인 한 제국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러 왔다. 초강대국이었던 스페인의 쇠퇴가 수세대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것에 반해, 한때 세계시장의 지배자였던 노키아는 5년 전까지는 상대도 되지 않던, 애플과 구글이라는 단 두 명의 도전자에 의해 쓰러졌다. 애플은 노키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구글은 노키아보다 더 인기가 있다.
노키아 역사상 첫 미국인 CEO인 엘롭은, 핀란드 휴대전화 대기업을 둘러싼 드라마에서 뭔가 긍정적인 것을 발견하고 위기를 기회로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노키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며칠 전 윈도를 만드는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제휴 결정을 발표하면서 말했다. “이제 우리는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도전자가 될 것이다.” 확실히 이 제휴는 하이테크 산업의 역사에서 성립된 가장 큰 동맹 중 하나지만, 동시에 비상사태에서 이루어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동맹이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이라는 그들의 상위 클래스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엘롭이 부러움에 가득 찬 어투로 ‘생태 시스템’이라고 칭하는 기기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로 이루어진 소우주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은 기꺼이 그 세계 안에 머무르면서 수백만 번에 걸쳐 작은 프로그램들을 다운로드하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게임하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돈을 지불한다. 단독으로는 그런 생태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지 못했던 노키아와 MS가 이제 힘을 모아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노키아 CEO 엘롭은 “이제는 세 마리의 말이 달리는 경주가 되었다”고 경쟁자들에게 선포했지만, 경쟁자들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인다. 한 구글 경영자는 인터넷에 “칠면조 두 마리가 모였다고 쌍두 독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웃었다.
아직 모든 세부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엘롭은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노키아는 MS의 윈도폰을 운영체제로 하는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생산할 것이다. 유·무료 앱(App) 개발자들은 노키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운영 시스템 ‘심비안’(Symbian)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앱은 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광고를 보는 대신 휴대전화에 다운로드를 받는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말한다. 엘롭은 첫 번째 디자인 초안을 보여줬다. 화려한 원색 케이스와 윈도폰 특유의 선 굵은 타일형 화면으로 된 터치스크린 휴대전화다. 노키아 쪽에서는 지도 검색 서비스의 지도를 보여주고, MS는 서치 머신 빙(Bing)과 게임기 엑스박스(Xbox)로 접속하는 기능을 보여줬다. 고객을 위한 더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면 언젠가는 높은 광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고, 여기에는 노키아도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엘롭은 전체적으로 이 협력 관계에서 노키아가 얻는 이득은 “몇백만 단위가 아닌 몇십억 단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을 발표하면서 그의 손은 공중에서 균형 잡힌 천칭과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누구도 이 동맹이 노키아에 불평등한 동맹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어야 했다. 얼마 전부터 ‘새 직장을 찾는 노키아 직원이 유난히 많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는 전언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카사 요트하 데 마르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르셀로나 구시가 북부의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참치스테이크를 자르고 있는 아힘 베르크 앞에는 스페인산 리오하 와인 1잔과 스마트폰 3대가 놓여 있다.
베르크는 기분이 좋았다. 지난 늦여름 레드먼드에 위치한 MS 본사에서 새로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양쪽 모두에게 스마트한 거래”라고 미소를 지으며 노키아와의 제휴를 평가했다. 또한 수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드디어 누군가가 나서서 구글과 애플에 대한 균형추를 만들려는 것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베르크는 MS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 사장인 앤드루 리스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MS의 스마트폰 관련 인사다. 46살 독일인 베르크의 임무는 1년6개월에 걸친 개발 끝에 지난해 가을 드디어 발표된 MS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폰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이는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는 업계 최후의 거대한 시도였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3%라는 결과는 그다지 큰 성공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윈도폰은 생김새가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 노키아의 복잡한 심비안 시스템보다 훨씬 보기 좋고 사용이 간편하다. 두 회사 모두 이번 제휴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자사의 스마트폰에 윈도폰을 설치하려면 노키아는 MS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MS는 노키아가 가진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노키아는 다른 어떤 기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계의 가장 외진 곳까지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매 시간 약 5만7천여 대의 노키아 휴대전화가 팔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높은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실패한 미국 시장에서 승부수
노키아의 문제점은 일차적으로 그들의 주고객이 중국인과 인도인이라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은 노키아의  중요한 판매 시장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팔려나가는 제품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아닌 단순히 전화나 문자만 보내는 데 쓰이는 저렴한 모델이다. 노키아 제품의 평균 가격은 69유로 정도다. 그에 비해 애플의 아이폰 가격은 약 500유로고,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노키아 제품보다 훨씬 값이 비싸다. 점점 자라나는 인도와 중국의 중산층이 그들의 저렴한 모델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들이 계속 노키아 제품을 선택할까, 아니면 바로 경쟁사의 제품으로 갈아탈까.
엘롭은 “노키아는 앞으로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을 인터넷에 연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노키아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고 싶어하느냐가 관건이다.
노키아는 미국이 인도와 중국 시장만큼 중요한 사업장이다. 미국에서 노키아는 과거에 수많은 실수를 했다. 그 실수가 오늘날 노키아가 MS와 손잡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스마트폰 기업들의 미국 시장 장악 현황을 표시하는 원형 도표에는 3개의 큰 조각이 보인다. 구글, 애플, 그리고 블랙베리 제조기업인 림이다. MS의 미국 시장 지분은 약 10%로 중간 위치에 있다. 노키아는 ‘그 외 기타’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시장이다. 이곳에 돈이 돌고 있으니 기업은 그 돈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알아야 한다.
애플은 그 비결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애플이 그것을 안다는 사실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다. 센트럴파크와 멀지 않은 뉴욕 5번가에 애플 은 ‘소비의 신전’을 세웠다. 그곳에 세운 거대한 빈 유리상자 중심에는 한입 깨문 사과 모양의 흰색 애플 로고가 공중에 떠 있다. 이른바 ‘플래그십 스토어’다. 이곳에서 쇼핑하려면 지하 1층에 있는 판매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2006년 5월, 이 가게가 오픈하던 날 수천 명의 손님이 줄서서 기다렸다. 이 매장은 뉴욕 명소가 되었다.
애플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딱 한 블록 떨어진 곳에 노키아 역시 미국 최대 도시의 상설 지점이 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3층 건물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최선을 다해 신제품과 갖가지 색으로 변하는 발광 패널로 장식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은 드물었다. 결국 노키아는 1년 전 조용히 뉴욕 상설 매장의 문을 닫았고, 그 후 시카고 매장도 폐쇄됐다. 
노키아는 미국을 과소평가했다. 노키아는 미국 소비자와 막강한 통신 서비스 사업자들을 과소평가했다. 유럽에 비해 미국은 휴대전화 모델이 특정 통신 서비스와 더 강력하게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다. AT&T와 버라이존(Verizon) 같은 통신 서비스 회사는 그들의 많은 매장에서 고객의 휴대전화 모델 선택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노키아는 오랫동안 통신 서비스 업체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거부해왔고, 합법적인 뒷돈 요구라 할 수 있는 광고 비용 부담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것 같다. 그 결과 통신 서비스 업체는 노키아 제품을 제쳐두고 고객에게 다른 제품을 권하게 됐다. 
오랜 시간 노키아를 관찰해온, 헬싱키에 위치한 에틀라 핀란드 경제연구소의 이위르시 알리위르코는 ‘누군가 노키아의 약점을 알아채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이 사업 분야는 수익이 높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새로운 기업의 시장 참여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일찌감치 아이폰을 통신 사업자 AT&T와 결합하고 광고와 판매 분야에서 서로 도왔다.
   
 

주가 떨어지고 피합병설 흉흉
엘롭은 “노키아는 구글과 협상했었다. 만약 구글과 제휴했다면 일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화 협상을 시작한 지 8주 만에 노키아는 MS와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 제휴가 두 기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공평하게 맺어졌다고 강조했다. ‘MS에 인수·합병될지 모르는데 두렵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엘롭은 “인수·합병은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이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제휴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 동맹의 의미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MS 주가는 변함없는 반면, 노키아 주가는 약 7% 하락했다. ‘노키아 플랜 B’라는 소규모 노키아 주주 모임은 오는 5월 엘롭의 계획에 조직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MS모바일 사업부 사장 리스는 “나도 이 협상에 참여했고, 양쪽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수·합병이 안 된다면 MS는 노키아를 문화적으로 서서히 잠식할 수도 있다. MS 경영자는 MS의 신념을 핀란드로 이식할 것이다. 지난해 가을 엘롭은 핀란드인이 아닌 최초의 노키아 CEO가 되었다. 그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MS에서 바로 노키아로 이직했다. 얼마 전에는 노키아의 미국 영업 담당자가 해고되고, 그 자리에 MS 출신의 베테랑 비즈니스맨이 임명되었다.
경제연구가 위르코는 “노키아는 과거 수많은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예전에 종이와 고무장화, 텔레비전을 팔았다. 엘롭은 이제 핀란드인에게 미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가르치고, 그가 말하는 ‘미국 시장 재진입’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노키아의 지배력을 되찾으려 한다. 이를 위해 MS와 노키아는 신속하게 공동으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한 내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첫 번째 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글과 애플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 Die Zeit·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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