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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이게 브렉시트야!
[집중기획 ] 브렉시트 부메랑 ① 극심한 구인난
[140호] 2021년 12월 01일 (수) 베냐민 안자리 economyinsight@hani.co.kr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이 탈퇴한 주요 배경에는 이민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영국인들이 있었다. 브렉시트가 실행된 뒤, 실제 많은 동유럽 노동자가 영국을 떠났다. 그런데 이민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끊기자 운송업, 식품업, 요식업 등 산업 전반에서 최악의 구인난이 들이닥쳤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베냐민 안자리 Benjamin Ansari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얀 풀 Jan Puhl
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외르크 쉰들러 Jörg Schindler
<슈피겔> 기자

   
▲ 동유럽 이민 노동자 출신 트럭 운전기사가 브렉시트 이후 대거 빠져나가자 운송이 마비되면서 원료 공급난이 더 가중됐다. 영국 북부 플램스테드에서 트럭 운전사가 연료를 채우기 위해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세탁물이 길거리까지 놓여 있다. 빨간색, 파란색, 녹색 자루에 담긴 세탁물이 영국 런던 북동부 벽돌 건물의 진입로 앞에 세워진 대형 세탁 카트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오른손엔 담배, 왼손엔 라이터를 든 대니얼 브라운(53)을 만났다. 그는 작업 일정이 24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다며 엉망진창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대형 세탁공장 ‘블로섬&브라운스 시카모어’(Blossom&Browne’s Sycamore)의 경영자다. 그가 세탁물 카트를 밀어내고 플라스틱 커튼을 젖히며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남녀 10여 명이 수건, 베갯잇, 침구류 등을 통로로 옮겨 세탁기와 건조기에 넣고 다림질과 바느질을 하며 땀을 흘렸다.

직원 부족에 산업 전체 휘청
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유럽 출신이다. 불가리아에서 온 사람이 많다. “이 사람들이 없었으면 나는 망했을 것”이라고 브라운은 말했다. 일할 사람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의 회사는 3대째 내려온 가족기업이다. 두 해 전에는 130명이 일했다. 지금은 70명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고객의 의뢰를 받아들이기엔 직원이 너무 적다. 지난달에는 오랫동안 거래한 고객 가운데 거의 3분의 1과 거래하지 못했다. 이날 아침에도 또 다른 고객에게 문자로 의뢰 거절을 통보해야 했다. “잔인하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고객이 돈을 더 내겠다고 해도 브라운은 일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작업비를 올려준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다. 브라운의 회사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손이 시급하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브라운은 동유럽 출신 직원의 70%가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영구적으로 영국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현실은 악몽”이라고 말하며 공장 바닥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먼지와 흙, 오물과 함께 이전 주문 내용이 적힌 빛바랜 메모지가 뒹굴고 있었다. “청소할 사람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약 2년 전,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주장처럼 “통제권 되찾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포스트 코로나 경제성장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지만 영국은 정반대로 유례없는 통제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EU 탈퇴 뒤 동유럽 노동자가 더는 영국으로 들어오지 않자 산업 전체가 마비됐다.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던 물류 상황이 코로나19로 더 악화하고 있다. 수많은 술집과 식당이 직원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축산물 작업장에는 도축사가 부족하고, 슈퍼마켓에는 (직원이 부족해) 손님이 제때 화장지와 키친타월을 사지 못한다.
주유기에 ‘사용 불가’란 문구를 붙여놓은 주유소도 많다. 기름을 운송할 트럭 운전기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화난 운전자들이 부족한 기름을 놓고 서로 싸우는 동안,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군대에 연료 수송을 하라고 지시했다.
영국은 ‘불만의 가을’을 맞았다. 유일하지는 않지만 브렉시트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영국 정부는 이 중 어느 것도 EU 탈퇴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료 문제가 정점에 이르러 보수 언론조차 정부가 혼란을 통제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묻자, ‘정치 마술사’ 존슨 총리는 또다시 ‘국면 전환 기술’을 선보였다. 그는 2022년에 콘월, 셰틀랜드제도 등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거창하게 발표했다. ‘글로벌 영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보다. 이제는 존슨 총리 본인이 주장했던 ‘은하계 영국’이 되려 한다.
EU에서 탈퇴한 뒤 존슨 총리의 행보는 늘 이런 식이었다. 북아일랜드의 슈퍼마켓에 상품이 부족하다고 하면 “초기 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하면서, 스코틀랜드와 연결하는 다리 혹은 해저터널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영국의 창고에서 생선이 톤 단위로 썩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그는 굳센 의지와 상상력이 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의 마술은 더는 효과가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영국인 5명 중 1명만이 브렉시트에 만족했다. 대다수는 브렉시트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영국해협의 어업권과 북아일랜드와의 관계 등을 놓고 계속 영국과 논쟁하는 EU의 협상 파트너도 다우닝가(총리실 등 정부 부처가 있는 영국 런던 거리)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에 대한 동정심이 거의 없다.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데이비드 매캘리스터는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EU 규칙을 끊임없이 공격했다”면서 “지금 영국에서 동유럽 출신 이주노동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것은 운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특히 보수 진영의 충성스러운 지지층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러니까 ‘루니 피시’(Rooney Fish)의 사장 앤드루 루니 같은 사람한테 그와 같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루니는 직원 부족으로 생산량을 5분의 1 정도 줄였다.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브렉시트 규정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루니의 회사는 아일랜드해의 어촌 킬킬(Kilkeel)에 있는 가족기업이다. 이 해산물 업체는 갓 잡은 양식 가리비, 새우, 게, 바닷가재, 굴 등을 중국, 일본, 유럽 대륙 등 전세계로 수출한다. 직원 58명 중 45명이 불가리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EU 소속 국가 출신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여기서 일했고, 브렉시트 뒤에도 남을 수 있었다”고 루니는 말했다. 하지만 동유럽 출신 신규 노동자를 고용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동유럽 출신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먼저 정부에 특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네 자리 단위의 수수료도 내야 한다. 그리고 아마 엄청난 양의 서류를 작성하고, 수개월간 이민국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이런 귀찮은 일을 하느니 루니는 차라리 생산량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영상 5℃를 유지하는 냉장창고에서 일하려는 내국인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헤어 캡, 파란색 장갑, 회색 고무장화를 착용한 직원이 기계 앞에 서서 게를 분류해 상자에 넣고, 완성된 제품을 냉동실로 옮긴다. 단조롭고, 힘들고, 습하고, 추운 작업이다. 이런 일을 할 직원을 고용하려면 정부가 다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루니는 생각한다. “일자리가 있고, 세금과 사회복지기금을 내는 사람은 최소 1년은 와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이에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우리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탈출이 한창 이어졌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동유럽 출신 노동자 약 30만 명이 영국을 떠났다. 영국에 거주하는 폴란드인 수가 1년 만에 16% 줄었고, 루마니아인은 19%까지 줄었다. 힘들고 더럽고 저임금인 직종은 어디나 인력이 부족해졌다. 특히 요리사, 청소부, 보안요원 고용이 시급하다. 요식업 분야는 일자리의 10%가 비었고, 운송업계는 트럭 운전기사 10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 유럽연합 탈퇴와 함께 영국의 이민 정책이 강화하면서 동유럽 노동자가 더는 들어오지 않자 영국 산업 전체가 마비됐다. 영국 이민국 소속 차량에 ‘이민(정책) 강화’란 글이 박혀 있다. REUTERS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파급
트럭 운전기사가 너무나 부족해지자 회사마다 숙련된 이들을 서로 빼가면서 공급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 영국운송협회의 로드 매켄지 정책홍보담당 이사는 “지난 몇 주 동안 많은 탱크로리 기사가 일을 그만뒀다”면서 “슈퍼마켓에서 운송 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평균 연봉은 약 4만2천파운드(약 6600만원)지만 테스코·세인즈베리 같은 대형마트 체인은 현재 5만파운드 이상을 준다. 매켄지 이사는 “7만5천파운드를 내건 기업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트럭 운전기사가 되겠다고 몰려갈 연봉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이미 진행 중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21년 8월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를 넘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 Der Spiegel 2021년 제40호
It’s the Brexit, stupid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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