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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무료 공공 놀이방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신소영 soyoung.fin@gmail.com

신소영 자유기고가

   
▲ 핀란드의 무료 공공 놀이방 모습.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다. 신소영

핀란드에서 첫째 아이를 낳고 6개월쯤 됐을 때다. 아기가 6개월을 큰 탈 없이 넘겼으니 이제 사회성도 기르고 새로운 놀이도 할 겸 바깥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점점 놀고 싶어 하는 에너지가 상승하는 아이와 온종일 집에 있는 건 엄마도 못 견딜 일이다. 다양한 장난감과 교구에 신난 아이는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놀이방에 잘 적응했다.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10개월이 되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 그전까지는 부모 중 한 사람이 부모수당을 받으며 휴가를 쓸 수 있다. 그 뒤에는 육아휴가로 전환되는데, 육아휴가를 쓰지 않고 직장으로 복귀하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된다. 부모가 아이를 집에서 돌보면 만 3살까지 육아수당을 받으며 키울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만 3살이 지난 뒤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 흔하다. 아이가 말을 못해서 적응을 못할까, 선생님이 함부로 대할까 등 여러 걱정스러운 이유에서라기보다는, 그저 집에서 돌볼 여건이 되니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핀란드에도 한국처럼 문화센터가 있을까?
핀란드에도 한국처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사설 프로그램이 많다. 엄마와 함께하는 요가 수업, 수영 강습 같은 것은 아주 흔하다. 지역 엄마들끼리의 모임이나 외국인 엄마들의 모임에도 나갈 수 있다. 물론 필자처럼 현지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모임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걱정 없다. 동네마다 아이와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공공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았던 반타시에는 직역하면 ‘열린 어린이집’(Open Daycare Center)이라는 뜻의 ‘아보인파이바코티’라고 부르는 놀이방이 동네마다 있었다. 인근 도시인 에스포시에서도 운영했고, 수도 헬싱키에는 ‘레이키푸이스토’라고 부르는 시설이 있었다. 모두 해당 시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직원도 시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지역에도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시설이 있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운영 시간에 아무 때나 가서 놀다 오면 그만이다. 필자가 아이를 맡겼던 놀이방에는 다음주 프로그램 스케줄을 미리 페이스북에 공지해, 내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래 시간에는 30분 동안 동요 부르기와 율동을, 공작 시간에는 시즌에 맞는 만들기를 주로 했다. 엄마의 날, 아빠의 날에는 간단한 카드 만들기를 했고 잎이 떨어지는 가을에는 자연에서 얻는 재료로 만들기를 했다. 계절마다 한 번씩은 근처로 소풍을 갔고, 크리스마스 때는 생강쿠키를 만들어 나눠 먹기 등 소소한 이벤트도 함께 했다. 놀이공간에는 장난감이 가득하고 엄마와 아이가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식탁, 아기의자, 싱크대,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다.
더불어 좋았던 점은 꾸준히 부모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시에서 직원이 나와 아이를 키우는 데 힘든 점, 이와 관련해 가정에 생기는 문제를 상담해줄 수 있으니 힘들면 관련 부서로 연락하라는 안내 교육을 했다. 치위생사가 방문해 아이들을 검진하고 구강 건강에 대한 강의도 했다. 이외에 분기마다 부모들의 모임을 주최해 육아 정보를 공유하거나 고민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나와 같이 핀란드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위한 핀란드어 수업도 있었다. 간단한 회화 수업인데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놀면서 배우는 것이기에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핀란드의 공공 놀이방이 아이들 놀이공간이라곤 하지만 꼭 이와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정보 전달,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한국에서 이런 일은 문화센터나 키즈카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핀란드에서는 아보인파이바코티와 레이키푸이스토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핀란드 놀이방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에서 시설 관리를 하고 사전 등록이나 비용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언제나 문이 열려 있고 상주하는 직원이 스케줄을 관리하는데다 놀이의 기본 형식도 실제 어린이집과 비슷하다. 아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 클리닉인 네우볼라(Neuvola)에서도 아이가 6개월 이상이 되면 아이의 발달과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앞에서 소개한 시설에 다닐 것을 권한다. 어린이집도 아이가 이전에 이런 시설에 다닌 경험이 있는지를 체크하는데, 아이가 어린이집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했다면 어린이집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도서 지역에서 운영했으면
한국의 문화센터나 키즈카페의 프로그램과 시설을 보면 핀란드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물론 비용을 내니 서비스도 그만큼 좋다. 하지만 핀란드처럼 마을에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해 누구나 들어와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을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시설은 모임이 활발한 도시보다는 문화적 혜택이 덜 가는 도서 지역에서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아주 어린 시기의 놀이 단계부터 격차를 줄이고 아이를 키우는 데 지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 한국에서 법조 전문지 기자로 일하던 중 핀란드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낯선 땅에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만 6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력을 살려 간간이 핀란드의 정치·교육·문화 뉴스와 한인 동포 소식을 고국에 전하는 YTN 핀란드 해외리포터로 활동했다. 더불어 국내의 한 장애인권단체가 발간하는 월간지에 핀란드 장애인 관련 복지제도를 소개했다. 최근 고국에 돌아와 핀란드에서 겪은 출산·육아 경험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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