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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해진 지구 탈성장 다이어트를
[편집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139호] 2021년 11월 01일 (월) 김가희 highhope@changbi.com

김가희 창비 편집자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지음 | 김현우·민정희 옮김 | 창비 | 2만원
‘풍요로운 지구’라는 표현은 빛바랜 지 오래다. 남획과 오염, 수온 상승으로 세계 어족 자원의 85%가 고갈됐다. 지구 토양의 40%가 침식되고 생물종이 감소하면서 작물 수확량도 급감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경제인류학적으로 고찰해온 저자는 우리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을 향해 착실하게 걸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의 활동, 즉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 착취와 쓰레기 배출, 그로 인한 환경오염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란 의미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생태계 붕괴는 끊임없이 지구를 파괴하도록 인간을 몰아붙이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와 관련 있다. 따라서 작금의 파괴적인 시대는 엄밀히 말해 ‘자본세’(Capitalocene)다. 수백 년 동안 지구에서 맹위를 떨쳐온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관해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장이라는 거대한 착각
세계은행은 매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각국 정부는 사력을 다해 모든 경제부문의 성장을 추구한다. 자본주의 문법에 너무 익숙한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 성장은 무한히 가능할 것만 같고, 인류의 삶도 우상향하는 GDP 그래프와 같을 것만 같다. 물론 지구상의 모든 정상적인 유기체와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성장한다. 하지만 성장은 목표치에 도달한 순간 멈춘다. 종착점 없는 성장은 비정상이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세포를 우리는 ‘암세포’라 지칭한다. 경제성장을 말할 때는 어째서인지 한계가 없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정말 가능할까? 성장이 풍요를 가져다주며 붕괴 직전의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저자의 결론은 단순하다. 성장은 인류의 구원자가 아니며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것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성장이 약속했던 풍요는 극소수에게만 돌아갔으며 대다수 인간사회에서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했다. 또한 GDP 성장은 필연적으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동반하는데, 인류는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고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위기의식 속에 온난화의 폭을 1.5℃ 이하로 유지하고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긴 했다. 각종 ‘그린뉴딜’도 등장했다. 하지만 현재 같은 경제성장과 물질생산을 지속한다면 어떠한 그린뉴딜도, 아무리 기발한 대체에너지 기술도 지구를 구원할 수 없다. 성장은 더 많은 에너지 수요를 의미하고, 에너지 수요가 많아지면 대체에너지를 아무리 개발한들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할 수 없다. 성장주의, 다시 말해 성장을 내재적 논리로 하는 자본주의체제하에서는 공멸이라는 디스토피아 외에 미래란 없다.
발상을 전환해보자.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과 정부가 파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모두가 빈곤해진다는 믿음 말이다, ‘성장=풍요’의 공식에서 벗어나면 ‘탈성장’이라는 해답이 드러난다. 탈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경제를 재조직하는 것이다. 그렇게 도달할, 무절제한 이윤 추구 대신 인간 번영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체제의 모습은 놀랍게도 풍요롭다. 사람들이 불필요한 노동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여 완전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소득과 부를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으며 보편적 의료보장, 교육, 주거와 같은 공공재에 투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사회적·지구적 번영에 이르게 된다.

탈성장, 풍요로 이끄는 길
성장과 자본주의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시스템이므로 어떤 것도 이를 넘어설 수 없고 넘어서도 안 되는가? 늘 새로움을 추구하고 창조를 미덕으로 여기는 인류가 16세기에 등장한 자본주의라는 낡은 도그마에 창의력과 혁신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은 도래한 재앙의 주범이 성장주의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탈성장이 실현 가능할 뿐 아니라 그 결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이상한 성공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만원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복지와 정치·경제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며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온 저자는 일제강점기부터 지난 100여 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역설적으로 “우리의 성공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 덫이 됐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핵심은 불평등이고 ‘새로운 기적’을 경험하는 지금이야말로 불평등, 빈곤, 차별을 없애는 가장 적합한 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1만8900원
에너지·환경·경제 사상가인 저자는 숫자로 세상에 관한 ‘71가지 진실’을 드러낸다. 2016년 미국 의료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발병·사망에 따른 비용 16달러를 절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저자는 ‘삶의 질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고르라면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유아사망률을 선택하겠다고 얘기한다.






   
 

팀워크의 부활
패트릭 렌시오니 지음 | 서진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1만6800원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비대면 근무가 일상화하면서 ‘팀워크’는 새 화두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팀이 삐걱거리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신뢰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 결핍, 책임 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 등 5가지를 꼽는다. 저자는 5가지 함정에서 벗어나는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꾸준한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히트의 탄생
유승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1만7천원
활명수, 박카스, 진로, 새우깡, 도루코, 모나미 등 지금은 일상이 된 브랜드도 알고 보면 특별하다. 1890~1970년대 탄생한 25가지 히트 제품과 브랜드를 하나씩 소개하고 각 브랜드의 변천사뿐 아니라 광고, 마케팅, 일상의 풍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100여 년의 시간 동안 대중의 욕구에 맞춰 진화하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기업과 브랜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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