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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증권 매입 축소로 거품 뺄 때
[FINANCE] 달아오른 미국 부동산시장
[138호] 2021년 10월 01일 (금)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1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밸리센터에서 건설사 케이비홈이 주택을 짓고 있다. 최근 미국 주택가격이 정점으로 치솟았다. REUTERS

미국 주택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20개 도시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2021년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다. 1988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4월엔 14.8% 올랐으니 5월 들어 상승폭이 더 커졌다. 주요 도시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기지 금융기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대출받은 주택의 평균가격은 2021년 5월 전월보다 1.7% 상승했다. 4월엔 1.8% 올랐다. 1991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이었다. 이로써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급락했던 미국의 주택가격은 이전 고점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다.

집값 상승 이유
역설적이지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활동에 제약을 받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도심 번화가의 불빛은 유혹적이기보다 위험하다. 아파트 선호도가 높은 우리로선 상상이 가지 않지만 미국인 가운데 일부는 도시를 떠나 교외나 시골로 이사하고 있다. 안전한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 주택가격이 오른 이유다.
장기 추세가 주택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가계를 꾸리고 있다. 이 추세는 몇 년 이상 지속할 전망이다. 가구 분화와 새로운 가계의 탄생은 주택 수요를 늘리기 마련이다.
가장 큰 원인은 재정·통화 정책으로 뿌려진 ‘팬데믹 머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모기지 채권 매입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역사적 저점으로 끌어내렸다. 낮은 금리는 투자자와 건설사들의 매수, 건설의 유인이 됐다. 약간의 자기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으로 ‘부채 의존 시장’이다. 자기자본만으로 접근하기엔 너무 비싸다. 대부분 빚에 의지해 주택을 사거나 임대, 건설한다. 값싼 돈이 아니고서는 부동산시장 활황은 불가능하다.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부채 증가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한몫했다. 특히 압류나 퇴거 명령의 일시 중지 조처인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과 47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집세 지원 프로그램은 집값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2021년 8월 중순 기준 약 180만 가구가 이 프로그램을 적용받았다. 이로써 압류와 경매를 통해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이 줄었다. 집세 지원도 매물을 줄였다. 집세를 내지 못한 세입자는 집에서 나가야 해 빈집이 생긴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빈집은 매물로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시장이든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미국 주택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빚의 함정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빚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행하는 ‘가계부채 신용리포트’를 보면 2021년 2분기 미국 가계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1조2천억달러에 이른다. 전 분기보다 28% 이상(2820억달러)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놀랄 정도다. 2019년 4분기 대출이 7250억달러였으니 60%가량 늘어난 것이다.
미국 가계의 주택 관련 누적 대출액은 2021년 2분기 10조7600억달러(약 1경2400조원)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고점(약 10조달러)을 넘어 최고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8월3일치 기사에서 “대출 증가가 안 그래도 뜨거운 주택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대출은 주택가격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금융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듯 주택가격 급락은 금융과 실물경제를 파괴한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리라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보스턴 연준 총재 에릭 로젠그렌의 말처럼 미국은 주택시장의 거품-붕괴 주기에 내성이 약하다. “만약 다시 이런 시기가 온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반드시 붕괴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품-붕괴 주기는 여러 번 반복되면서 금융 안정을 위협했다”라는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미국에선 2021년 5월 기준 약 300만 명의 대출자가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 연체 상태에 놓였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이 가운데 약 200만 명은 대출상환 유예 프로그램에 따라 약 1년간 대출금 상환을 중단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시적이다. 상당수 대상자의 유예기간이 끝났고, 9월까지 약 170만 명의 기한이 종료된다.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 상황이 외려 나빠진 사람들이 대상이다.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지만 전체 한도는 18개월이다.
유예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대출상환을 해야 한다. 대부분 빚을 갚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사람은 상당한 어려움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새로 상환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이 소유한 주택의 압류 위험이 커진다. 최근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으니 압류를 피하기 위해 주택 처분에 나서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출상환 유예 프로그램을 적용한 주택 가운데 적어도 25%가 매물로 나오리라 전망한다.
미국 주택가격은 정점에 이르렀다. 매매 건수가 줄어드는 게 방증이다. 신축이든 구축이든 마찬가지다. 신축 주택의 거래 건수는 2021년 1월 100만 건 정도에서 6월 70만 건으로 줄었다. 기존 주택 매매는 6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거래 건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주택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식한다는 얘기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 당연히 가격은 내린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 주택시장이 처한 현실이다. 너무 높은 가격에 따른 수요 감소와 대출상환 유예 프로그램 종료에 따른 공급 증가는 주택가격 하락을 유발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2021년 11월 말로 본다.
주택가격 하락은 분명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집값 하락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인 대부분은 2008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부동산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는 순간 추동 매도가 강해져 가격은 급락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주택 소유자 대부분은 레버리지(부채)를 늘렸다. 건설·토건업자도 마찬가지다. 높은 레버리지는 시장 하락기에 손실을 키운다. 이들의 손실은 곧 금융 불안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 2021년 6월22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연준 내부에서 자산매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REUTERS

테이퍼링 시기 논란
현재 연준은 달마다 1200억달러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400억달러가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이다. 시중은행이 마음껏 부동산 대출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자사 자산을 사주는 든든한 뒷배가 있는데 대출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덕분에 주택소유자를 포함한 주택시장 관계자들은 초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제 고민의 시간이 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지, 거품으로 과도한 성장을 유지할지. 성장을 지속하려면 거품-붕괴 주기를 차단해야 한다. 방법은 정해져 있다.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는 유동성을 제어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선 주택담보대출증권 매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된다.
연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준 내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8월27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무려 6명의 연준 지역 의장이 자산매입 축소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꿋꿋했다. 기존 프로그램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회복의 명확한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자산매입 축소 조건은 두 가지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인플레이션 조건은 충족됐다. 고용은 진전이 있음에도 여전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테이퍼링(완화적 통화정책의 점진적 축소)을 단행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5%에 이르렀다. 물가상승 압력이 강할수록 긴축의 필요성은 커진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다만 그의 주장이 긴축 필요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긴축은 설령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진다고 해도 필요하다.
자칫 거품-붕괴 주기가 발생하면 약한 인플레이션으로 끝나지 않는다. 강한 디플레이션이 찾아온다.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 상황 변화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후행적 통화정책은 사후 약방문일 수밖에 없다. 미국 주택시장 붕괴의 후유증은 너무 크다.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선택에 세계의 운명이 갈린다. 이젠 주택시장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때다.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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