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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흔하고 사람은 귀한 시대 열릴까
[FINANCE] 미국 구인난이 말하는 것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1년 6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연례 판촉 행사기간에 미국 뉴욕에서 배달노동자가 물품이 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있다. REUTERS

미국 기업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쉽지 않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얼핏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릴 이유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현실은 정반대다.
아마존 시급은 초봉이 15달러였다. 이제 17달러(약 1만9600원)를 제시하며 사람을 뽑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일부 지역에서는 1천달러의 사이닝보너스(임금계약에 서명할 때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보너스)를 주겠다고 한다. 맥도널드도 직영점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 이런 현상은 모든 산업군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25.83달러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7.8% 상승했다. 특히 식당, 마트 등 접객 산업에서 비관리자 직군(종업원)의 평균급여는 코로나19 이후 10.5%나 올랐다.
미국은 한고비를 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지만 경기는 회복세다. 2021년 2분기 성장률은 연률로 6.5%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회복을 이끈 것은 투자보다 개인 소비지출이었다. 2분기에 연률로 11.8%나 급증했다.
기업은 사람을 더 뽑을 수밖에 없다. 고용시장의 수요 증가는 임금 상승을 부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고용시장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주요 변수가 있다. 바로 공급이다. 공급이 충분하다면 수요가 어느 정도 늘어나도 사람이 모자라 임금이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 핵심은 현재 나타나는 미국의 임금 상승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지다. 그것을 알려면 미국 고용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어낼 필요가 있다. 대체, 미국 고용시장의 공급 측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엇갈리는 진단
노동 공급이 원활치 않은 이유로 많은 사람이 ‘후한’ 실업급여를 꼽는다. 기업인들이 주로 이런 주장을 한다. 월가 일부 분석가도 가세했다. 코로나19로 실직한 취약계층은 매주 일반 실업수당 318달러에 추가로 연방 실업수당 300달러를 받는다. 시간당 평균 15달러 전일제로 일한 금액보다 많다. 이런 상황이니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논리다.
일리 있는 얘기다.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지방정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후한 실업수당이 원인이니 그것을 없애면 고용시장이 원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앨라배마와 아칸소, 미시시피 등 적어도 9개 주정부가 연방 실업수당 때문에 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린다며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일할 수 있는데도 실업수당 정책을 악용해 놀고먹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실업수당이 사라지면 일자리를 찾아 구직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구인난이 해결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작다. 실업수당을 받지 않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고용시장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것은 데이터다. 수백만 명이 단순히 후한 실업수당 때문에 구직에 나서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그런 증거는 없다. 반대로, 미국에선 대상자 약 900만 명이 실업수당을 받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있다(<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2021년 6월25일치). 이유가 많지만 복잡한 신청 절차도 한몫했다. 실업수당을 못 받으니 당장 구직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후한 실업수당이 노동시장 공급을 감소시키는 주요인이 아니란 얘기다.
백악관 또한 실업수당이 많아 구인난을 빚는 게 아니라는 관점을 보인다. 학교 정상화가 불완전해 보육이 어렵고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해 사람들이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는다는 게 백악관의 진단이다.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판단은 엇비슷하다. “구조적으로 공급 측면에 문제는 없다. 현재의 공급 부족은 ‘일시적’일 뿐 구조적 문제로 ‘상당 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데이터와 변수들
미국 상공회의소는 2021년 6월1일 ‘미국노동보고서: 미국 노동력 위기 정량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일자리에 비해 구직자 수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4명 정도였던 노동자가용성비율이 2021년 6월 1.4명 정도라고 한다. 노동자가용성비율이란 일자리(구인) 수 대비 활용 가능한 노동자 수(실업자 + 조사 당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 + 직전 연도에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가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팬데믹 전인 2018~2019년에 이 비율이 현재보다 더 낮았다는 거다. 당시엔 1.0명 수준이었다. 사실 이 비율은 몇 년 동안 하락해왔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해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일자리와 노동자 수는 대략 균형을 이루고 있다. 추가 노동자 공급이 없다면 사용자는 사람을 골라 쓰는 게 녹록지 않다. 이런 시대가 의외로 길게 갈 수 있다는 점을 보고서는 말해준다.
일자리 대비 노동자 수가 줄어든 것은 결국 생산가능인구(15~64살) 정체에서 비롯한다. 미국에선 이 인구가 몇 년 전부터 정체 또는 약한 감소세를 보인다. 정확하게는 20~64살 인구의 증가율이 2020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합계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므로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 아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기간(15~49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의 평균을 말한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한때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 몇 년 계속 떨어졌다. 이민자의 대폭 유입 등이 없다면 생산가능인구는 추세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해서 노동시장 참여자가 감소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은퇴세대가 일할 수 있고, 15살 미만도 전일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 자동화가 노동시장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다. 은퇴자와 15살 미만의 노동시장 참여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 역시 아직은 사람을 대체하기에 무리가 있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자동화는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되지만 사람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진 못한다. 사람을 온전히 대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경제활동참가율이다.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현재 일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팬데믹 전까지 오름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팬데믹으로 급감한 뒤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않았다. 2020년 초 노동시장에 참여했다가 이탈한 수백만 명이 다시 돌아오면 노동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직업으로 전환 준비(직업훈련과 학업) △보육과 건강 문제 △자발적 조기 은퇴 등이 꼽힌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핵심이다. 데이터는 그것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의 노동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2021년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다국적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의 로봇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종이 제품을 생산하는 신형 로봇의 작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REUTERS

과잉자본의 시대
인류 역사의 거의 모든 기간에 노동은 풍부했다. 출생률은 높았고, 대부분의 일에는 고학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조금 달라졌다. 기술이 필요한 일자리가 많아졌다. 인위적 출생 통제 등으로 선진국에선 인구수가 크게 늘지 않았다. 노동 부족 사태가 벌어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교육 수준이 높아져 기술인력 배출이 늘었고,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등장해 노동시장의 공급이 풍부했다. 게다가 더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했다. 세계화도 한몫했다. 중국, 인도 같은 인구 대국이 노동시장 공급을 늘렸다. 반면에 자본은 역사적으로 귀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노동이 흔하지 않은 시대가 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숙련된 노동은 더 희귀하다. 베이비부머 은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 젊은 세대의 출산 기피 등은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노동 공급을 줄인다. 이와 반대로, 현대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자본이 더는 귀하지 않게 됐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각국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본 홍수’ 시대를 만들었다. 돈은 풍부하다 못해 넘쳐난다.
임금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자본이 풍부하니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부족하니 노동 가격은 상승한다. 오랜 기간 사용자는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었다. 노동자는 높은 임금,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이제 변화의 징후가 보인다. 일부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고학력 노동자는 이미 가격 협상에서 사용자보다 우위에 서기도 한다. 어쩌면 우린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경제를 볼지도 모른다. 노동시장의 가격 협상 열쇠를 노동자가 쥐는 시대가 그것이다.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추세가 어느 날 갑자기 반전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노동 부족 현상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를 미국이 보여준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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