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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연은 가장 중요한 복지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녹색복지국가를 향하여 ⑥ 환경과 복지의 재구성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이창곤 goni@hani.co.kr
   
▲ 2021년 7월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가 할퀴고 간 독일 슐츠 지역 주택가에서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채 서 있다. EPA 연합뉴스

위험은 “무언가 피해가 발생할 것 같은 가능성이 큰 상태”를 뜻한다. 복지는 사람이 살면서 겪는 위험 가운데 특히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다. 덴마크 출신의 복지국가 연구자인 에스핑 안데르센은 사회적 위험을 크게 셋으로 구분했다. 어릴 때부터 청장년을 거쳐 노인이 될 때까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과 실업, 노령 등 ‘생애주기 위험’, 사회계층 사이 부의 불균등한 분배를 뜻하는 ‘계급 위험’, 그리고 세대를 넘어 상속되는 불이익 등 ‘세대 간 위험’이다.
그는 사회정책의 우선적 목표는 이런 사회적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복지국가는 사회정책을 통해 사회적 위험에서 시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가체제라고 여겼다. 사회적 위험은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변형되거나 새롭게 창출된다. 이에 조응해 사회정책 기능과 복지국가 역할도 확장됐다. 예컨대 근로 빈곤, 한부모, 일과 가정생활의 부조화 및 돌봄 수요 증가 등 이른바 ‘신사회적 위험’이 대두하면서 복지국가는 일과 가정의 양립, 교육과 직업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보편적 보육과 돌봄 등 새로운 사회정책을 시행하면서 맞섰다.

인류세, 자연과 사회를 보는 새 관점
지질학자들은 오늘날 인류가 겪는 전대미문의 위험과 관련해 ‘인류세’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인간이 산업혁명 이래 몇 세기 동안 벌인 활동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돼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지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아버지’인 윌리엄 베버리지가 결코 상상할 수 없었고, 복지국가 연구의 새 지평을 연 안데르센조차 고려하지 못한, 메가톤급 위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생태위기다. 생태위기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상실의 ‘이중 위기’를 가리킨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층 더 과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이 위기와 관련해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호우, 가뭄, 열대저기압 등이 이미 구체적 위험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도 앞으로 이런 현상이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생태위기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란 보고서로 이를 제기한 이래 지구촌은 국제기구를 만들어 지속해서 공동 대응을 모색했다. 문제는 나름의 대응이 북극곰이나 이상기상, 해양오염 등 기후나 환경 담론, 영역의 틀 안에서 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실 생태위기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전방위적 대형 위험이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초대형 산불, 독일 등 유럽의 홍수, 무엇보다 치명적인 감염병의 대유행 등 잇따른 재난은 생태위기가 ‘지금 여기’의 일이며, 지구촌 그 누구의 삶도 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생태위기가 자연의 위기로 나타나지만, 그 원인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며, 특히 그 구체적인 위험의 피해는 지극히 ‘사회적인 것’이란 점을 분명히 확인시킨다. 따라서 생태위기 대응은 결코 환경문제로만 볼 수 없으며, 그래서는 이 문제를 풀 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생물과 비생물이 그물망처럼 연결돼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계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저서 <생태복지국가를 향하여>에서 “인간은 이 생태계와 무관하거나 그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생태계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자연은 사회 없이 존재할 수 있어도 사회는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며,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기존의 복지는 자연을 무시하고 물질의 만족을 추구했고, 이제 이런 상태를 전면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연은 모든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공공재이기에 이를 무시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복지’, 즉 생태복지(Ecowelfare)란 개념을 일찍이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생태복지의 기본 출발점은 “건강한 자연은 그 자체로 가장 중요한 복지”이며, “생태위기를 방치하고 복지의 수준을 높일 수 없다”는 인식이다. 실제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기상이변은 보편적인 피해를 낳지만, 특별히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 낡은 주택에 사는 사람, 해안이나 산사태 위험 지역에 사는 사람, 화훼 농민, 임업인, 양식 어민, 그리고 노인과 임산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환경과 복지가 더 늦지 않게 긴밀히 만나야 할 이유다.

환경과 복지에 관한 주요 질문
이렇듯 오늘날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은 베버리지나 안데르센이 포착한 사회적 위험에 더해 이제 생태위기란 메가톤급 위험까지 포괄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현실은 복지와 복지국가, 사회정책 개념의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한다. 기후위기와 복지, 사회정책과 환경정책의 관계를 연구해온 영국 노팅엄대학의 토니 피츠패트릭 교수는 저서 <복지국가의 녹색 역사>에서 주요한 질문을 던진다. 복지개혁이 과거에 환경문제를 다루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었던가? 사회정책과 복지개혁 정치가 환경윤리와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받고 있는가? 환경정책과 사회정책 이슈는 과연 어떤 관계이어야 하는가?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 복지와 복지국가, 사회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때다.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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