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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참여해 영향력 행사 늘어
[SPECIAL REPORT] 주주·투자자 친환경 행동주의
[135호] 2021년 07월 01일 (목) 마티외 쥐블랭 economyinsight@hani.co.kr

거리로 나선 시위대가 아니라 주주와 투자자들이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환경보호를 외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유럽에서는 3년 전부터 기후 관련 비정부기구 등이 주도하는 투자자 집단이 주주제안을 통해 은행, 석유회사, 광산업체 등의 친환경 경영 방침을 압박했다. 석유 공룡 엑손모빌은 신생 헤지펀드의 거센 공세에 못 이겨 이사회 12석 가운데 2석을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주주행동주의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_편집자

마티외 쥐블랭 Matthieu Jubl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4월 영국 런던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부 앞에서 시위하던 국제환경단체 회원이 망치와 정으로 건물 유리벽을 부수고 있다. REUTERS

환경 투쟁이 길거리와 보호구역(ZAD)을 거쳐 대기업의 비밀스러운 주주총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매년 5~6월 열리는 이 중요한 의식이 이제는 주주들이 기업의 소극적인 기후대책을 나무라는 자리가 됐다. 친화석연료 기업 이사회는 주총 의안에 ‘기후 주주제안’을 올리라는 일부 주주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1월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기관투자자 15곳은 화석연료 친화 정책을 축소하도록 회사에 촉구하는 주주제안을 5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의하겠다고 압박했다. 이 주주제안은 비정부기구 셰어액션이 주도해 작성했다. 이런 주주들의 움직임에 HSBC 이사회는 3월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후 결의안을 주총에서 발표하겠다고 대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석탄 개발과 화력발전 투자는 2030년까지, 나머지 나라에선 2040년까지 멈추겠다는 것이다. (HSBC의 발표에 대해)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와 프랑스 우체국금융 애셋매니지먼트(LBPAM)로 구성된 주주협의체는 곧바로 “주주제안을 철회하겠다”고 물러섰지만 “은행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듬해 다른 행동을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셰어액션에 따르면 유럽에서 기업에 기후 정책을 직접 제안하는 주주들이 3년 전부터 부쩍 늘었다. 화석연료 투자 규모에서 HSBC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비피(BP)·셸·셰브론·에퀴노르 같은 석유회사, 비에이치피(BHP)·리오틴토 등 광산업체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셰어액션과 팔로디스처럼 환경문제에 민감한 투자자 집단이 이끄는 주주행동주의에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3월 행동주의 주주들이 선임한 친환경 이사 2명을 이사회에 참가시켰다.

긴장하는 토탈
프랑스에서는 기업의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주주제안이 2020년 석유화학업체 토탈 주총에서 처음 발의됐다. 크레디 뮈튀엘과 우체국금융 애셋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 11곳이 화석연료 의존성이 큰 “토탈의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다”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소비자가 완성품을 쓰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을 포함해 “배출량의 절대 수치를 낮추기 위한” 행동 계획을 마련하도록 회사에 요구했다.
토탈이 간접 배출하는 탄소량은 회사 전체 배출량의 85%다. 토탈은 HSBC처럼 직접 계획을 세워 답변했다. 간접 배출량을 감축 대상에 넣어 유럽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2030년 배출량을 2015년 배출량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목표 감축량이 얼마인지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11곳은 회사 쪽이 내놓은 계획이 부실하다고 여겼다(토탈의 사업 무대가 유럽 바깥에도 꽤 넓다). 이들은 주총에서 회사가 아닌 주주 계획안을 의결에 부치기로 했다. 주주제안은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2020년 5월 정기주총에서 5분의 1 가까운(16.8%) 찬성표를 받았다. 상징적인 승리였다. 주주제안에 참여한 주주들의 의결권을 전부 모아도 전체의 1.35%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주주인 BNP파리바는 표결 직전 기권했다. 주주들의 압박은 심해졌다.
토탈 이사회는 2021년 5월28일 정기주총이 열리기 전에 기후 정책안을 발표했다. 이사회 정책안에 대한 주주 찬반 의견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서둘렀다. 프랑스 비정부기구 리클레임 파이낸스는 이사회의 이런 대응을 “교란 작전”이라고 꼬집는다. 이 단체 뤼시 팽송 총장은 “토탈 쪽 반응을 보면 주주들이 떠날 것을 회사가 우려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이후 기후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배제 전략을 썼다. 이를테면 석탄산업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특정 기업에 투자한 돈을 빼지 않고(혹은 일부러 투자해) 기업의 환경 정책에 직접 영향을 끼치려는 주주 참여 움직임이 늘어났다. 자산운용사 미샤에르는 “앞으로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토탈 주총에서 기후 주주제안을 지지했다.
프랑스 투자회사인 미샤에르의 사회책임투자 연구부장 오렐리 보뒤앵은 “최근 몇 년간 주주 참여가 늘어난 데는 새로 생긴 정보의 덕이 크다”고 말했다. “탄소발자국이나 지갑온도(특정 자산에 투자한 돈을 온도로 환산한 것)처럼 이전에 없던 경영 기준이 세워졌다. 10년 전에는 이런 도구가 없었다.”
토탈에선 우체국금융 애셋매니지먼트나 크레디 뮈튀엘 같은 대형 투자기관이 나선 덕에 주주제안이 주주총회 관문을 뚫을 수 있었다. 주주제안서가 주총 의안으로 상정되려면 주주제안에 동참하는 주주들의 지분이 전체의 0.5%를 넘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 정책에 대한 외부 제안서(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주주가 낸 제안서)가 주총에서 큰 지지를 얻은 적이 없다”고 오렐리 보뒤앵은 말했다.
주주행동주의는 전통 주주 문화의 정반대 편에 있다. 과거 주주들은 투자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만 관심 있었지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 무관심은 환경 관련 사안에서 더 심했다. 뤼시 팽송은 “대기업 경영진과 주요 기관투자자의 대표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우려한다. “기관투자자 대표가 여러 기업에서 이사직을 맡는 사례가 많다. 그런 주주는 관계 악화를 두려워해 주총에서 기후 제안서에 반대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위선
친화석연료 기업에 큰돈을 투자한 주주들은 그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 몸을 사린다. 유럽 최대 운용사 아문디는 바클레이스와 HSBC 주총 때와 달리 토탈 주주제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아문디의 주주참여 총괄책임자 카롤린 르모는 “토탈 주주제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걸리는 게 있었다. 그래도 회사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 저감 성과에 따라 경영진 급여가 달라지는 방안을 회사에 제안했다. 이 방안은 2021년 의결에 부칠 계획이다.”
뤼시 팽송은 아문디 쪽 제안이 “위선”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함께 서명한 보고서 ‘토탈의 추잡한 경영: 금융계도 같은 편인가’에서 토탈 임직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가 아문디라는 사실을 꼬집었다. “아문디는 딜레마에 빠졌다. 토탈과 계약을 잃을지 아니면 친환경 이미지를 포기할지 고민해야 한다.”
보고서에서는 아문디 말고도 금융계 전반에 위선이 퍼져 있다고 비판한다. “토탈이 탄소중립을 위해 변하지 않으면 토탈에 투자한 회사도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라는 장기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악사를 비롯한 자산운용사는 토탈 주주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 기업들이 ‘기후행동 100+’에도 들어가 있다. 기후행동 100+는 “온실가스 배출 주범 기업이 기후 상승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세우도록 촉구하는” 투자자그룹이다. 500곳이 넘는 전세계 기관투자자가 가입했다. 2020년 토탈이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것도 기후행동 100+가 낸 공동성명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투자자그룹에도 기후 악당이 여럿 섞여 있다. 토탈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글로벌 투자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대표적이다.

   
▲ 2020년 11월 프랑스 동주에 있는 석유화학업체 토탈 정유공장의 직원들이 공장 앞을 걸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토탈 주주총회에 기후변화 주주제안이 처음 발의됐다. REUTERS

기후악당 다루는 법
주주참여 사례에서 진짜 행동주의와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을 어떻게 구별할까. 2021년 1월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도 블랙록이 지갑을 연 기업들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 불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정부기구 리클레임 파이낸스는 블랙록이 제시한 기후 위험도 측정 기준이 모호하고, 투자 대상 목록에서 석탄 사업을 일괄적으로 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후악당 기업을 무조건 거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까. 투자자마다 넘지 않겠다고 정해놓은 선이 있다. 카롤린 르모는 “투자한 돈을 전부 회수하기란 불가능하다. 각 분야에서 변화의 동력이 될 기업과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기후경제연구소의 쥘리 에뱅 사업부장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외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 회사의 주식을 팔면 환경 감수성이 전혀 없는 공격적인 자본이 그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탈석탄 투자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석유는 다르다. 의존도가 높아 금방 끊어 내기가 어렵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기업을 탄소중립의 길로 이끄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렇게 하려면 에너지 전환이 불가피하다.
쥘리 에뱅 사업부장은 국민이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기기 전에 진짜 친환경 회사인지 일일이 가려내는 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피할 수 있도록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금융 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넓게 정의해도 괜찮다. 가령 노란조끼 운동 같은 사회적 위기는 기후위기로,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은 생물다양성 위기로 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6월호(제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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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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