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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직 수, 생산직 추월 기준 모호하나 변화 반영
[TREND] 프랑스 노동계층 실태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상드린 풀롱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관리직 노동자 수가 생산직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는 관리직 노동자의 정의가 훨씬 더 복잡해진 데 따른 결과다.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1년 5월11일 프랑스 낭트 인근의 아틀란테크 테크놀로지스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하고 있다. 관리직 수가 생산직보다 많아진 프랑스에선 양쪽 경계가 분명치 않다. REUTERS


프랑스에선 이제 관리직이 생산직보다 많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0.4%가 관리직이고 19.2%가 생산직이다. 10년 동안 임금노동자 수는 줄고 준전문직 노동자(간호사, 초등학교 교사, 과거 중간관리직 또는 생산관리직으로 불리던 노동자 등) 수가 늘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두 그룹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각각 4분의 1(26%)을 차지한다. 수공업자와 자영업자는 6.8%, 농림어업 종사자는 1.4%다.
토마 아모세 프랑스 기술직업대학 소속 연구원에게는 이런 변화가 놀랍지 않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서서히 일어난 변화다.”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공장이 사라지고 사무실이 늘어난 지는 꽤 됐다. 생산직 노동자가 관리직보다 4배 많던 때는 40년 전이었다. “우리 경제는 생산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그 변화가 직업구조에서 보이는 것이다. 생산 부문 노동자가 줄어드는 대신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유통 부문 노동자가 늘고 있다. 관리직도 변했다. 1980년대 사무관리 업무는 마케팅, 인사관리, 정보과학 업무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흐릿한 경계
여성 노동인구 증가와 평균 학력 수준 향상도 관리직 노동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민주노동총연맹(CFDT) 관리직 노조위원장이자 관리직협회(Apec) 이사인 로랑 마이외는 “관리직 노동자가 매년 5만 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준전문직 노동자가 승진해 관리 업무를 맡는다. 이런 변화는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부문에서도 일어난다. 경제가 서비스화하면서 콜센터 등 현장에서 관리직 노동자가 새롭게 필요해진다.”
프랑스 사회는 곧 고숙련·고소득 노동자로 가득할까? 이대로면 2050년에는 관리직 노동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노동시장 모습도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관리직 노동자를 하나로 정의하지 못하는 현재에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로랑 마이외 위원장은 “관리직이 고숙련 노동자와 별 차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혼란은 다른 데서도 온다. 관리직이기는 하지만 관리 업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관리직이 아니지만 관리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10년 전 세 사회학자 샤를 가데아, 소피 포시크, 폴 부파티그는 저서 <관리직 노동자, 중간계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까?>에서 관리직(중간계급) 경계가 흐려지는 지금의 현상을 잘 요약했다. 전반적으로 관리직 노동자의 지위가 떨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최하위 관리자의 고충이 심하다. 대다수가 사회계층이 뒤섞이는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최고 관리직 몇몇만이 계층 사다리 꼭대기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관리직과 비관리직, 또 여러 관리직을 가르는 기준으로 소득이 자주 쓰인다. 토마 아모세 연구원은 “평균 월소득 4천유로(약 540만원)가 넘는 노동자를 관리직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생산직·사무직 노동자의 소득수준과 크게 차이 나고, 준전문직 노동자도 극히 일부만 그 정도 돈을 번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16년 프랑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세후 중간 월소득은 1789유로(약 240만원)다. 관리직협회가 발표한 2019년 관리직 중간소득(고정 또는 변동)은 4160유로(약 560만원)다. 그러나 관리직으로 분류된 노동자 사이에서도 소득 격차가 있다. 마이외 위원장은 “연차가 얼마나 됐는지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역업이나 유통업 등 몇몇 산업 분야에서 맺은 단체협약에는 관리직 세전 연봉이 2만5천유로(약 3400만원)에서 시작한다. 연봉이 9만유로(약 1억2천만원)를 넘는 관리직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소득 외 기준은?
노동법에서도 분류되지 않은 관리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소득 말고 다른 기준이 있다. 2020년 프랑스 전국에서 모인 노사가 관리 업무에 관한 전산업 단체협약(ANI)을 맺었다. 이 협약은 의무·자율성·직능 세 기준에 따라 관리직을 정의했다. 관리직과 비관리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해도 업무와 노동시간을 정하는 재량권은 관리직에만 있다.
2008년 법으로 재량근로일제(노동시간이 아니라 노동일수를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맺는 제도)가 확대되면서 업무 자율성이 높지 않은 노동자도 관리직 노동자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급여가 일한 시간이 아닌 일수에 따라 책정돼, 사용자는 연장노동을 한 노동자에게 추가수당을 챙겨주지 않아도 된다.
어떤 통계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관리직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 원격근무는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짤 수 있는 사람, 즉 “전방 경계부대를 앞세우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 됐다. 프랑스에서 전 국민 이동제한령이 떨어진 2020년 봄, 원격으로 일한 노동자의 61%가 관리직이었다.
마이외 위원장은 “이번 보건 위기는 관리직 노동자에게 설욕의 기회”라고 말한다. “일은 저절로 되지 않는다는 것, 관리 업무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관리직 노동자가 원격근무에 잘 적응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돼야 하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5월호(제412호)
Bientôt toutes et tous cadr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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