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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바가지 피하는 법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34호] 2021년 06월 01일 (화) 박중언 parkje@hani.co.kr
   
▲ 2021년 4월 서울 중구 ‘채비장례’ 추모 공간에서 조문객들이 전시된 고인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가족장으로 치르겠습니다.” “조문을 정중히 사절합니다.” 요즘 받는 부고에서 부쩍 늘어난 표현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세태 변화다. 가족장과 조문 사절은 ‘추모를 더하고, 허례와 비용은 줄이는’ 방식이다. 한국 장례는 대부분 고인 추모보다 문상 손님을 맞이하느라 몸과 마음을 소진하는 접객 행사다. 통상 3일장 기간 내내 정신없이 쫓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맞는 장례라면 더욱 그렇다.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과 장례는 마음의 준비 못지않게 적잖은 자금을 요구한다. 게다가 장례식 바가지는 유족을 불편하게 하고 비용 부담을 키운다. 시간을 갖고 장례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두면 걱정이 줄어들고 실속 있는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노부모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중견기업 P부장은 본인 장례식 준비를 스스로 해둬 자녀에게 그 짐을 지우지 않을 생각이다.

장례식 비용 구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장례식장, 장례물품. 납골당(봉안당) 또는 장지다. 여기에 드는 평균 장례비용은 2015년 1400만원 남짓으로 조사됐다. 요즘 집에서 치르는 장례는 보기 드물다. 절대다수가 병원이나 전문 장례식장을 이용한다. 주된 비용은 빈소·접객실 사용료와 조문객 밥값, 제단 장식 비용이다.
사용료는 병원 규모와 접객실 크기에 따라 다르다. 대학병원 장례식장 특실은 하루 500만원이 넘는다. 반면 국공립의료원 같은 공설 장례식장은 최고 100만원 수준이다. 장례식장 표준약관에 따라 입실을 기준으로 12시간 이내는 시간당 비용, 12시간이 넘어가면 24시간 비용을 받는다. 3일장은 48시간 안에 끝나므로 이틀 요금을 문다. 사흘 치를 요구하는 곳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주검을 영안실에 안치(보관)하는 비용은 하루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예상보다 많이 나가는 비용이 음식값이다. 1인당 2만원 남짓 든다. 식음료는 장례식장에 따른 가격 차가 크지 않으나 외부에서 들여올 수 없다. 장례식장 운영업체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가족장이 늘고 조문객이 감소해 음식값 지출은 꽤 줄었다. 제단 장식도 외부 반입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독점 판매인 셈이다. 서울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의 제단 장식 가격대는 35만~900만원으로 나와 있다.
다음은 수의, 관 같은 장례물품이다.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수의 가운데 가장 고급인 대마 100% 안동포 수제 삼베는 400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기계로 짠 삼베 수의는 몇십만원 수준이고 면 제품은 훨씬 저렴하다. 최고급인 향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관은 200만원 안팎이지만 오동나무 관은 10만원대부터 있다.
마지막으로 유해를 모시는 납골당이나 장지다. 화장 비율이 90%에 이르러 납골당 수요가 많다. 수목장을 비롯한 자연장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립승화원은 만원이어서 국가유공자와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는 이용할 수 없다. 수도권 공설 납골당은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니어도 허용되고 100만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15년 단위로 최장 45~60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납골 자리가 차례대로 정해진다.
수도권 사설 납골당 이용료는 공설의 몇 곱절이다. 좋은 위치는 보통 1천만원이 넘고 3천만원 이상인 곳도 있다. 원하는 자리를 택할 수 있고 영구 사용이라는 장점이 있다. 자연장 가운데 나무 둘레에 유해를 묻는 수목장이 가장 많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설 자연장지 수목장을 이용하려면 몇백만원이 필요하다.
장례식장 이용료와 장례물품, 납골당·장지 가격은 공개돼 있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에 거품이 상당히 끼어 바가지요금이란 점이다. 국립병원 장례식장에서도 폭리가 심해 국정감사에서 자주 지적받는다. 관과 수의 판매가가 원가의 5배 넘는 사례도 적발됐다. 하지만 폭리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상조회사 장례물품과 서비스 패키지 가격도 거품투성이다. 상조회사 가입회원은 현재 660만 명으로 이들로부터 받은 선수금이 6조원을 넘었다. 선불식 상조회사의 부실과 가격 거품은 최근 급증한 후불제 장례업체의 좋은 먹잇감이다. 월회비를 받지 않는 후불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패키지를 내놓고 이들과 치열한 고객 쟁탈전을 벌인다. 기존 상조회사들은 자본금(15억원)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 업체가 일방적 비방과 저가 경쟁을 하지만 싸지도 않을뿐더러 실제 장례 때는 고가품 구매를 압박한다고 반박한다.

슬기로운 장례 준비
이들의 상호 공방만 봐도 장례물품·시설의 가격 거품은 물론 고가품 종용이 일상화됐고, 장례 때 노잣돈(팁) 요구가 근절되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제단 장식, 장례물품, 사설 납골당·장지 등에 최소 30%의 뒷돈(리베이트)이 따른다. 고가품 종용의 이유다. 업체 쪽이 여러 사람 앞에서 “부모님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며 비싼 수의와 관을 권하면 유족이 거부하기 힘들다. 곧 불에 타 사라질 것임에도. 그렇다고 이런 전문업체의 도움 없이 복잡한 장례를 치르기는 쉽지 않다.
실속 장례를 치르려면 사전 준비가 필수다. 준비 없이 상을 맞으면 업체에서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상조회사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패키지 업그레이드’ 요구를 사절하고 처음 계약을 유지하는 게 좋다. 또 가족장이 장례비용과 함께 지인들의 부담을 줄인다. 판에 박힌 3일장보다 빈소 없이 하루 추모행사를 하는 게 장례를 뜻깊게 하고 비용 거품을 확 빼준다. 코로나 이후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P부장처럼 조합원 권익 단체인 장례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바가지 걱정이 해소된다. 여기서는 실속 장례물품을 권하고, 사설 납골당 등의 소개 때 받는 뒷돈을 상주에게 돌려준다. 30인분 단위로 들어오는 밥·국·반찬류는 버려지기 쉬운데 잘 관리해 음식 낭비와 비용을 줄인다. 팁은 줘도 받지 않는다. 조합 운영비를 부담해도 장례비용 몇백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이유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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