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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불평등 동시에 푸는 대안
[COVER STORY] 녹색경제- ② 현주소와 미래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김해창 seablue5@hanmail.net

김해창 경성대 교수·환경공학

   
▲ 녹색경제는 2011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녹색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의제로 떠올랐다. 2020년 10월6일 유럽연합 그린딜 책임자인 유럽의회 부의장 프란스 팀메르만스가 유럽기후위기법을 밝히고 있다. REUTERS


로마클럽의 1972년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지금 당장 인구 증가와 산업생산 증가를 멈추기 위해 어떤 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21세기 초에 파멸을 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년 뒤인 1992년 브라질 리우회담에서 지구인의 행동강령으로 150여 개국 대표가 채택한 ‘환경과 개발에 관한 기본원칙’을 담은 선언문이 발표됐다. 다시 20년 뒤인 2012년 ‘리우+20 정상회의’에서는 ‘녹색경제’(Green Economy)가 의제로 채택되고 최종성명으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발표됐다. 성명은 지구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사막화, 어류자원 고갈, 환경오염, 불법 벌목, 생물종 멸종위기, 지구온난화 등을 명시했다. 또 기후변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면서도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모델 ‘녹색경제로의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유엔 보고서 “GDP 2%를 환경과 에너지 등에”
2015년 유엔총회는 2030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이행해야 할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SDGs 17개 목표는 크게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와 지구환경 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사회 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해결을 내걸었다.
21세기 지구의 자연생태계 파괴는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질시대로 ‘인류세’(Anthropocene), 나아가 ‘플루토세’(Plutocene)라는 말이 점차 보편화할 정도로 파국에 접어들고 있다. 인류세 도래는 인간과 자연의 분리라는 이분법적 인식론을 넘어, 통합적 관계론(공존)으로의 ‘녹색전환’을 시대적 과제로 요구한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1997년 교토의정서나 2015년 파리신기후체제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으나, 자국 경제발전 최우선 정책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녹색경제 보고서’는 녹색경제를 ‘환경문제에 수반하는 리스크와 생태계의 손실을 경감하면서 인간생활의 질을 개선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로 정의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약 1.3조달러)를 환경친화적인 주요 10개 부문(해양, 산림, 생물다양성, 재해 위험, 기후변화, 사막화, 산지, 폐기물, 물, 에너지)에 투자함으로써 저탄소 또는 자원효율이 높은 녹색경제로의 이행을 끌어내 환경 개선뿐 아니라 경제 효율화를 통한 고용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미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복귀하면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지구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녹색경제의 눈으로 본 한국경제 민낯
녹색경제의 두 축은 지속가능성(Su stainability)과 형평성(Equity)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돌아보면 두 축이 흔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5170만9098명(세계 28위), GDP 1조7208억9천만달러(세계 10위), 1인당 GDP 3만3346.3달러(세계 26위)다. 이근영의 <한국경제 어디에서 어디로?>(2018)는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4년부터 2016년까지 63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2%로 세계 평균의 배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고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한다. 1970년대 연평균 10.5%이던 성장률은 1980년대 8.8%, 1990년대 7.1%, 2000년대 4.7%, 2010년대에는 3.5%로 낮아졌다. 코로나19로 2020년 우리나라 실질GDP 성장률은 -1.0%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한국경제는 저성장, 마이너스성장에 적응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아울러 형평성 측면에서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기 이후 악화 추세를 보인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의 값을 갖는데 클수록 소득분배 불평등을 나타낸다. 한국 지니계수는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1995년 가장 낮은 0.26이었는데 금융위기를 겪은 1998년에 0.29,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0.32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한국 지니계수는 0.30으로, 36개국 가운데 중위권인 18번째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을 보면 한국은 1995년 3.9배에서 2010년 6.0배로 증가했다. 중위소득 50% 미만에 속하는 인구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1995년 8.3%에서 2010년 14.9%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최고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인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1979년 27.0%에서 1985년 28.8%, 1995년 29.2%, 2012년 44.9%, 2017년 50.6%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상위 10% 소득집중도가 높은 나라가 됐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소득분배는 오히려 나빠지는 셈이다. 2019년 기준 지니계수는 0.339, 5분위 배율은 6.25배, 상대적 빈곤율은 16.3%로 더 나빠졌다.
GDP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은 2020년 ‘저먼 워치’(German Watch)의 기후변화 성과지표(CCPI)에서 61개국 중 58위에 그친 ‘기후악당(Climate Villain) 국가’임은 잘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에서 가장 높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 국민 1인당 배출량은 세계 4위다. 한국의 2017년 에너지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40%나 많다. 세계 4위 석탄수입국이자 3위의 석탄화력 국외 투자국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다.
한국은 2000년대에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이 들어오면서 경제와 환경, 사회와의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정책을 지향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했으나 ‘빛 좋은 개살구’였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출발부터 ‘고탄소 황색성장’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후퇴한 개념으로 현실성과 방향성이 없고, 재정계획이 따르지 않는데다 원자력에 의존하는 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았다.

녹색경제의 미래
‘그린뉴딜’은 녹색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즉 기후변화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같은 친환경사업에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해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말한다. 경제·산업 시스템 변화로 기후변화 문제를 푸는 동시에 사회 불평등을 없애자는 것이다.
2020년 12월 발표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이라는 3대 정책 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으로 구성됐다. 전략 추진 기구로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21년 5월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2050 탄소중립’의 미래상을 부문별로 보면 △신재생 등 친환경 기반 에너지 생산(에너지) △신 유망산업 확산 및 저탄소산업 구조전환(산업) △친환경차 중심 생태계 조성(수송) △에너지 자급형 그린빌딩 확대(건물)로 요약된다.
녹색경제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언론인 미쓰하시 다다히로는 <자원순환형 경제사회의 모습>(2003)에서 이를 ‘에코트리’로 그려냈다. 에코트리는 생산자-소비자-해체분해자라는 각 주체의 상호연대로 폐기물을 내지 않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 이념, 구성요소, 지원부대, 실행부대 등 네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념은 자연과의 공생과 탈물질화, 순환, 지구 한계 등을 담고, 구성요소는 자원생산성과 네트워크사회, 녹색소비자를 품고 있다. 지원부대는 기술혁신과 환경제도·인프라, 실행부대는 소비자·지역사회·기업을 포괄한다. 이를 뿌리, 줄기, 가지, 낙엽으로 각각 그려낸다. 뿌리는 가이아, 제로에미션(무배출), 절약정신 등이 해당한다. 줄기는 자원생산성과 네트워크, 녹색소비자 등이 있다. 가지는 기술혁신과 환경인프라, 기업활동, 지역사회, 소비자 등 다양하다. 낙엽은 버려야 할 것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파기를 비롯해 나빠지지 않는 지구, 무한한 지구라는 생각이다.
미래의 녹색경제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바로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진정한 스마트시대(지능화+초연결) 도래를 의미하는데 노동생산성 향상, 수요 창출에 의한 경제 활성화, 기계 대체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으로 나타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문제점과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현명한 규제와 실업, 복지 대책이 요구된다.
녹색경제를 실현하려면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토론과 논쟁의 핵심은 △경제의 목적과 목표 △에너지와 생산, 소비 패턴 △자연가치 인식·재평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에 맡길 것인가 국가가 주도할 것인가 △GDP를 넘어선 새로운 지표를 어떻게 개발·활용할 것인가 △기술혁신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가 △빈곤과 불평등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등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또한 생산요소인 토지·노동·자본, 경제주체인 가계·기업·정부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며, 산업별로 ‘경제 녹색화’라는 개념 위에 정치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환경파괴적 구조를 가진 국책·공공사업의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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