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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세계대전 때처럼 정부가 은행을 대신한다면?
[ISSUE] 색다른 프랑스 경기회복 방안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장크리스토프 카탈롱 economyinsight@hani.co.kr

1·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정부가 시행한 ‘국가재정순환제’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장크리스토프 카탈롱 Jean-Christophe Cata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서쪽 라데팡스 금융지구에 소시에테제네랄 본사 등 금융기업 소유의 고층건물들이 즐비하다. REUTERS

역사는 반복된다. 나라가 어려울 때 정부는 필요한 곳에 돈을 쓰기 위해 금융환경을 직접 손본다. 코로나19 위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조대 역할을 자처하며 비상대책을 내놓는다. 금리에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이면 얼른 불씨를 끈다. 프랑스 정부는 예상 밖 지출을 걱정하지 않도록 부분적실업급여와 감염병 진단검사비를 제공해 모든 위험요소를 제거한다.
한 세기 전에 이와 비슷한 조처가 있었다. 1·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다. 역사학자 에리크 모네는 (개인 예금계좌에서 돈을 끌어다 국고를 채우고 외국인 부채를 갚음으로써) “프랑스 정부가 국채에서 내국인 채권자 비중을 높였다”며 “국가재정순환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국고에서 나간 돈을 다시 국고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역사학자 로르 케누엘코르는 설명했다. 정부는 ‘금융 중개망’이 보유한 현금을 모두 국고에 넣게 하는 강제 조처를 내렸다. 대상에는 국공립병원·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프랑스공탁소·주택금융공사 같은 ‘위성 기관’이 포함됐다.

은행 일 도맡아
부족한 돈은 국채를 찍어 보탰다. 프랑스 정부는 은행 등 기관뿐 아니라 개인을 상대로 단기채권을 발행했다. 이율은 정부가 정했다. 이런 제도가 차질 없이 돌아가려면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돈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정부는 환전 요건과 투자·금융시장 통제를 동시에 강화했다.
나치 독일에서 해방된 뒤에도 프랑스 국가재정에 빨간 등이 꺼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라를 재건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했다. 물론 유럽 부흥 계획인 마셜플랜(1947~1952)이 프랑스에서도 시행됐지만, 이따금 들어오는 미국 돈 때문에 나라 살림이 더 불안해졌다. 결심이 섰다. 국가재정순환제를 연장하기로, 아니 더 강력한 국가재정순환제를 시행하기로.
1946년 주식거래 시장이 열리는 날짜와 거래 규모에 대한 통제가 연장됐다. 2년 뒤인 1948년엔 (국채 보유) ‘하한선’을 시행해, 은행들은 이제 하한선 이상의 국고채를 보유해야 했다. 사회학자 뱅자맹 르모안은 이를 ‘열린 수도꼭지’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나라 금고에서 현금이 물 흐르듯 쏟아졌다.
국가재정 출납을 관리하는 이재국은 은행을 제치고 나라의 제1예금기관이자, 제1여신기관이 됐다. 정부가 곧 은행인 시대가 열렸다. 1947~1952년 이재국 국장을 지낸 프랑수아 블로쉬레네는 이 시대의 목표가 “현금을 사회기반시설로 만들기”였다고 말했다. 블로쉬레네 전 국장은 제1차 5개년계획(1946~1952년) 때 국가재정순환제 이론을 만든 사람이었다.
역사학자 에리크 모네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은행은 ‘대출 선별 정책’을 도입했다. 은행가, 공무원, 기업가, 노조로 구성된 국가대출위원회 권고를 바탕으로 대출이 가장 시급한 분야를 선별해 먼저 대출받을 수 있게 규정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 시대를 이렇게 정리한다. “국가 (적자)재정 정책이 금융구조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시대.”(로르 케누엘코르) “정부가 투자자 의견에 끌려다니지 않고 금융기관을 ‘지배해’ 투자금이 어디로 갈지 결정한 시대.”(벵자맹 르모안)
그러다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의 금융 구조는 하나둘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가다간 (화폐 공급 과잉에 따른)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역사의 다음 장은 1980년대 중반 사회당이 이끈 은행·주식·금융 자유화 운동으로 채워졌다. 시장과 시장법칙에 밀린 정부의 존재감은 서서히 지워졌다.

21세기형 국가재정순환제
코로나 시대, 이 이야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프랑스는 나치 독일한테 해방된 뒤에도 정부가 전쟁 비용을 모으려고 만들었던 재정정책을 바꾸지 않았다. 프랑스 정치대학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라울 상포냐로는 말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ECB가 특별히 풀어놓은 도구를 법으로 보호해 그것이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로존 회원국 사이의 금리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를 은행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 독일에서 ECB의 코로나19 대책이 법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반복해서 일었다. 물론 아직 그런 일은 없었지만, 유로존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앙기관이 법적 압박에 묶여 제구실을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좀더 멀리 가도 괜찮을까? 역대 최고 초저금리 시대를 사는 지금, ‘안 된다’고 대답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라울 상포냐로의 생각은 다르다. “시장의 효율적인 자본 분배 능력을 두고 많은 논쟁이 오간다. 대부분이 단기적 논리에 갇혀 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시급한 의제는 에너지전환처럼 장기적인 문제다.”
국가재정순환제를 그대로 부활시키자는 게 아니다. 라울 상포냐로와 뱅자맹 르모안은 “이 제도를 21세기에 맞게 고치자”고 ‘앵테르제네랄’ 보고서에서 제안했다. 앵테르제네랄은 프랑스 사회주의 정당 ‘불복하는 프랑스’가 세운 싱크탱크다.
두 전문가는 21세기형 국가재정순환제를 당장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민간과 경쟁하는 국가 금융기관을 설치해 기존 비과세저축예금과 비슷한 예금상품을 만드는 방안이 있다. 이 상품에 넣어둔 돈은 국가재정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프랑스공탁소가 관리하는 예·적금의 절반 이상을 더해 사회주택 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 또 소극적인 ECB 규정을 개정해 회색사업 투자를 하기 어렵게 하고 녹색사업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과거처럼 은행에 국채 보유 최소 할당량을 주는 방안은? 심한 반발에 부딪힐 여지가 크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3월호(제410호)
Ressusciter l’État-banquier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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