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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 없는 공무원·사법 개혁 집중해야”
[GLOBAL] 마리오 드라기의 이탈리아
[133호] 2021년 05월 01일 (토) 프란체스코 사라체노 economyinsight@hani.co.kr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새 총리는 경기회복 사업 마무리와 새 사업 시작을 이끌 능력을 두루 갖추었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정당성이 없다.


프란체스코 사라체노 Francesco Saraceno
프랑스 정치대학 연구소 부소장

   
▲ 2021년 3월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북부 베르가모 시내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전반적으로 일관된 경기회복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EUTERS

2021년 2월13일 마리오 드라기가 이탈리아 총리로 취임했다. 취임 분위기가 이보다 더 특별할 수 없다. 구체적인 정책 노선을 밝히기도 전에 모든 정당의 ‘눈먼’ 지지를 받은 것은 이탈리아 정치 역사상 드라기가 처음이다. 8년 동안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한 그는 ‘유로존 구세주’라는 후광을 업고 총리 자리에 올랐다. 지도자로서의 노련함뿐 아니라 경제적 선택에 얽힌 정치적 영향을 생각하는 감수성을 보여준 덕에 받는 초당적 특별대우다.
이런 드라기 총리에게 유럽연합(EU)이 긴축정책을 요구할 리 없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에 금리를 우대해주겠다고 했고, 회원국 사이에 재정수지 균형을 맞춰야 하는 규정의 효력도 사실상 정지했다. ECB는 유로존 국채를 사들이며 회원국 간 대출금리 차이(스프레드)를 안정화하려 애쓴다. ECB가 씌워주는 우산 덕에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EU 덕에 드라기 총리는 나라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공사에 쓸 막대한 돈을 가져가게 됐다. 코로나19 대응 사업, 이른바 ‘차세대 EU’ 명목으로 2090억유로(약 280조원)가 이탈리아에 지급될 예정이다. 810억유로는 순수 지원금이고 나머지는 우대금리 대출이다. 2020년 9월 EU 집행위는 각 회원국의 재건 사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기금 사용을 엄격히 관리할 수 있게 세 축(친환경전환·디지털·사회통합)으로 나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슬기롭게 돈 쓰기
여기에 각종 ‘미션’과 투자계획의 ‘구성요소’를 담은 종합 지침서를 덧붙였다. 각 회원국의 투자계획이 유럽이 정한 큰 방향과 다른 회원국의 사업에 어울리게 하기 위함이다. 받은 돈은 2026년까지 남김없이 써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무거운 사법제도와 비효율적인 행정 구조 탓에 과거 유럽이 준 돈도 쓰는 데 애먹었다.
드라기에게는 백신 접종 말고도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시작한 경기회복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4월30일 EU 집행위에서 발표할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드라기의 최종 사업안은 콘테 내각이 준비한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다 짜놓은 사업안이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크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경기회복 사업안은 전반적으로 일관성이 있고 EU 집행위 가이드라인에도 부합한다. 프랑스와 달리 공공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디지털·환경 인프라(철도·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전환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뒤늦게나마 인지했음을 알 수 있다. 몇몇 민간사업도 정부 사업안에 맞춰 진행될 것이다.

위험부담 큰 국내 개혁
반면 ‘개혁’ 부문에선 새 총리가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할 것이다. 일단 조세·사법(특히 민법)·공무원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콘테의 개혁은 원론적인 구호만 외치다 끝났다. ECB 총재를 지낸 총리에게 바라는 개혁은 조세·사법·공무원 제도 개혁이다. 하지만 정치적 위험이 큰 사안도 바로 이들 제도 개혁이다. 이 점에서 드라기는 또 다른 경제관료 출신인 마리오 몬티 총리 시절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마리오 몬티는 연금 개혁 등 묵직한 임무를 등에 업고 2011년 총리로 임명됐다. 대규모 개혁을 완수하려면 넉넉한 시간과 정치적 정당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상 거국내각에는 태생적으로 이 두 요소가 빠져 있다. 의회에서 드라기의 새 내각을 환영하는(또 당시 몬티 내각을 환영한) 절대 과반수는 보건·경제 위기가 워낙 시급한 사안이었기 때문이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정치적 합의를 한 것은 아니다. 드라기에게 쏟아지는 초당적 신뢰를 선출 권력의 정당성으로 해석해, ‘과반수’ 안에서도 이해충돌이 심한 분야의 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써먹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몬티 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정국 운영 방식 덕이 크다. 이 점이 두 마리오 총리의 결정적 차이다. 그래서 드라기 내각의 미래를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몬티의 정치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주의 정치였다. 대표 정책결정자가 최상의 선택을 하면 나머지 사회구성원은 내키지 않아도 대표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 반면 드라기는 경제관료로 있을 때도 항상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보다 비용과 성과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이었다. ECB 총재 드라기가 유로존을 거센 소용돌이에서 구조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융통성 덕이었다.
따라서 드라기는 반대가 심한 개혁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일 생각을 하지 말고, 몇 안 되더라도 정당과 노조가 함께 지지하는 일, 이를테면 공무원·사법 제도 개혁에 집중하길 바란다. (노동시장이나 연금제도 등) 다른 개혁을 위해 비상 거국내각이 할 수 있는 일은 큰 틀에서 허점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빈자리는 선출된, 그래서 정당성을 갖춘 권력에 남겨두면 된다.

유럽 문제 진전 기대
유럽 문제는 이탈리아에서 정치적 분쟁이 거의 없는 사안의 하나다. 안정·성장 협약(SGP) 개정, 다국적기업 과세,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 같은 의제를 두고 유럽이 이전과는 완전 딴판으로 움직인다. 국내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외에 초국경적 사안은 새 총리 신임으로 원만히 해결될 것이다.
아이디어는 넘친다. 다만 그 대부분이 EU 집행위가 이전에 권고했지만, 몇 년째 EU 이사회 서랍에 잠든 정책(EU 차원의 고용보험 등)이다. 지금껏 이를 추진할 정치적 매개체가 없었다. 그 매개체가 드라기의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몇 달은 여기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국내 개혁에 힘 빼지 말고. 그럴 시간도, 합의도 부족하다. 정치적 정당성은 더더욱 부족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3월호(제410호)
Mario Draghi peut-il sauver l’Itali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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